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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불국사처럼 일본에도 ‘국민 사찰’로 꼽히는 큰 절이 있다. 간사이 지방 나라에 있는 도다이사(동대사)다. 높이 15m에 무게 400t 넘는 세계 최대 청동제 본존불상과 높이 40m 넘는 세계 최대 목조건축물인 대불전이 유명하다. 이를 조성한 주역은 7세기 백제 마지막 군주인 의자왕의 아들 선광의 후손 경복(697~766)이다. 백제 멸망 뒤 망명한 선광 가문의 후계자로 일본 동북 지방 지방관이 된 그는 큰 금광산을 찾아냈다. 거기서 나온 금 900냥을 일 왕가에 헌납하면서 도다이사 불사를 떠받쳤다.
지난 금대출 13일 엑스포가 시작된 일본 오사카 교외 남동쪽에 자리한 지카쓰아스카박물관에서 경복으로 대표되는 백제왕씨 가문의 활약상을 선보이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백제왕씨―절통을 이어서 일으키다’라는 제목의 특별전은 7세기 중반 백제 멸망 때 일부 왕족이 일본으로 망명해 일 왕가로부터 백제왕씨라는 성을 받고 터전을 닦았던 자취를 돌아본다.
대출한도조회 백제왕씨 일족들은 오사카와 교토~오사카 사이에 있는 히라카타를 거점으로 조정관리, 지방행정관 등으로 진출해 고대 일본의 기틀을 닦는 데 기여했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230여점의 관련 유물을 모은 전시는 일본 내 백제왕씨 활약상을 구체적인 유물로 처음 보여준다. 백제왕 신사와 백제사가 세워진 근거지 히라카타에서 출토된 이채, 도기류, 차량유지비 비과세 단지 등이 경복이 지방관으로 부임했던 동북 지방 미야기현 다가성 유적에서 나온 토기류 유물들과 함께 나왔는데, 문양이나 얼개 등이 같아 간사이와 동북 지방을 오가며 활약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가성 유적에서 출토된, 만화처럼 얼굴이 그려진 묵화토기류, 오사카에서 나온 백제계 장인 공방의 금속 가공 도구들도 눈길을 끈다.
일본의 간송 전형 일산농협대학 필로 불리는 재일동포 수장가 정조문(1918~1989)의 컬렉션을 전시해온 교토 북구 고려미술관은 지난 1일부터 특별전 ‘사계절을 수놓는 조선의 화조’(8월24일까지)를 여는 중이다. 새와 꽃가지들이 어우러진 조선시대 화조도 여섯폭 병풍 등 화조화 명품들을 필두로 13세기 고려시대 청자상감 모란 무늬 납작항아리와 조선시대 흑칠 나전화조연지문함 등 나전 공예 졸업후취업준비 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2004년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특별전에 나왔던 백제 칼 칠지도의 당시 전시 모습. 노형석 기자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나라국립박물관은 개관 130주년을 맞아 오는 19일부터 6월15일까지 여는 ‘초국보’ 특별전에서 4~5세기 백제 왕자가 일본에 준 것으로 전해지는 가지 달린 칼 ‘칠지도’와 나라 호류사를 대표하는 불상 ‘백제관음상’을 내보인다. 표면에 새긴 명문 해석을 놓고 하사설과 헌상설 논란이 이어져온 칠지도는 2015년 규슈국립박물관 전시 이래 10년 만에 공개된다.
한국 작가들의 현지 현대미술 전시도 차려졌다. 오사카 도심의 히가시텐마 구역에 자리한 오사카한국문화원 1층 미리내갤러리에서는 ‘타임리스 헤리티지: 시간을 잇다’라는 제목으로 한국 작가 5명의 작품들을 엮어 소개하는 기획 전시가 지난 12일부터 열리고 있다. 내달 31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는 일본 모노하 사조의 주역이었던 이우환 작가의 1970년대 그림 ‘점으로부터’ 연작과 한국화 분야 대가 박대성 작가의 경주 신작 ‘삼릉비경’, 신미경 작가의 비누로 만든 백자 조형물, 인공지능과 협업한 박제성 작가의 설치 영상물, 대가 이중섭의 그림 콘텐츠를 재해석한 하준수 작가의 미디어아트 등을 내보이고 있다.
재일동포들의 코리아타운이 자리한 오사카 쓰루하시 인근에서 동포 기획자가 운영해온 갤러리 살토는 한-일 작가 연합전을 차렸다. 홍성익, 김석출, 오경만, 장관순 등 오사카 지역 중견 한인 화가들과 일본 화가들의 크로키 작업들을 한자리에 보여주는 미술교류전을 오는 29일부터 내달 9일까지 연다. 뒤이어 현지 한인 화단의 대표적인 리얼리즘 작가로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큰 회고전을 연 바 있는 김석출 작가의 동판화 작품들을 공개하는 전시회도 내달 11일부터 6월6일까지 살토에서 마련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