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 급발진 시연 장면 [사진출처=연합뉴스]



#날벼락입니다. 지난 24일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서도 유턴을 시도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도를 걷던 모녀에게 돌진했습니다.

7살 딸은 숨졌고, 30대 엄마는 중상을 입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50대 운전자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제주시에서도 사고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우도면 천진 바다이야기#릴게임 항에서 승합차가 한 대가 도항선에서 내린 뒤 빠른 속도로 달리며 보행자들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졌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60대 운전자 B씨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폐쇄회로(CC)TV 분석결과, 사고차의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원인이 차량 결함인 급발진보다는 페달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오조작과 같은 운전 미숙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사고 내면 ‘급발진’ 주장이 단골?





제주도 우도 렌터카 돌진 사고 현장 감식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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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다가 ‘페달 오조작’으로 밝혀진 사고 소식이 매주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에서 9명이 숨지는 역주행 참사가 발생한 이후 또다시 급발진과 페달 오조작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가 됐습니다.
야마토게임방법당시 사고차를 운전한 60대 남성 C씨는 재판에서 차량결함에 따른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동차·교통 전문가들도 급발진 여부를 두고 격렬하게 찬반 논쟁을 벌였죠.
이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급발진이 아니라 페달 오조작에 무게를 뒀습니다.
1심은 가속·제동장치에 기계적 결함이 없었고 C씨가 당시 제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동 페달(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액셀러레이터)을 반복적으로 밟았다 떼어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도 급발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네요, 다음달 4일 대법원 판단이 나옵니다.
시청역 참사 이후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들이 급증했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페달 오조작이 사고 원인이라고 봅니다.
시청역 참사 4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발생한 택시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는 페달 블랙박스에 운전자가 7번이나 가속 페달을 밟고 브레이크 페달은 단 한 번도 밟지 않는 모습이 들어있기도 했습니다.



페달 오조작 사례 [사진출처=유엔유럽경제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국교통안전공단 발표 자료 캡처]



실제로 급발진이 아니라 브레이크 페달이나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 발생하는 오조작 사고는 연간 2000건 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자사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의 자동차 사고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연구소에 따르면 페달 오조작과 관련된 사고 발생 건수는 총 1만1042건에 달했습니다. 연간 2008건, 매월 167건 발생한 셈입니다.
페달 오조작 사고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고 하다가 가속 페달을 밟거나, 주차 중 갑자기 급가속하는 등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밟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주차구역 내에서 주차·후진·출차 중 전체 페달 오조작 사고의 48.0%가 일어났습니다.
도로 주행 또는 교차로 좌·우회전 중 운전자 의도와 다르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다가 가속 페달을 밟아 발생한 사고도 30.1%로 집계됐습니다.
차량정체 때 교통신호로 감속이나 정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조작으로 일어난 사고는 21.9% 나왔습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1세 이상부터 페달 오조작 사고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전체 페달 오조작 사고 10건 중 4건 가량은 61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켰습니다. 65세 이상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는 2718건으로 전체 오조작 사고의 25.7%로 조사됐죠.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의 사고 점유율(16.7%)과 비교하면 페달 오조작 사고의 65세 고령 운전자 사고 점유율은 1.5배 수준이었습니다.
70세 이상의 오조작 사고 점유율은 14.6%로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중 70대 비율(5.9%)보다 2.5배 많았습니다.


올들어 급발진 주장, 갑자기 감소?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작동 원리 [사진출처=현대차그룹]



올해 들어서는 급발진 주장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 관련해 법원 판결과 과학적 분석이 맞물린 효과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과수가 감정한 급발진 주장 사고 건수는 40건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6건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셈입니다.
국과수가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감정한 396건 중 ‘진짜 급발진’으로 결론이 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국과수 감정 건수는 2021년 51건, 2022년 67건, 2023년 105건, 지난해 133건으로 증가했지만 올해는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급발진이 아니라 페달 오조작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정 요청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페달 오조작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주는 장치가 실제로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7~9월 3개월 동안 고령 운전자 141명에게 지원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분석 결과, 비정상적 가속으로 발생한 페달 오조작 의심 건수는 71회로 집계됐습니다.
시속 15㎞ 이하 주행 중 가속 페달을 80% 이상 밟거나 주행 중 급가속으로 4500rpm(분당 엔진 회전수)에 도달할 경우 오조작 의심 사례에 포함됐습니다.
다행히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작동해 불상사는 전부 원천 차단됐습니다. 이 장치는 정차 또는 저속 주행 중 급가속 조작이 발생하면 페달을 제어해주기 때문이죠.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적용한 현대차 넥쏘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올해 급발진 감정 요청 건수는 줄었지만 사고가 나면 일단 급발진 탓을 하는 운전자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올들어 언론에 보도된 차량 돌진 사고에서도 운전자 대부분은 처음에 ‘급발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심리학에서 실마리를 찾아봤습니다. 단,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만 찾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외부귀인(外部歸因)이라고 표현합니다.
지난해 사고가 났을 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부터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진 원인은 외부귀인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결합했기 때문입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몇 가지 사례나 경험만을 가지고 그 전체 또는 전체의 속성을 섣불리 단정을 짓거나 판단하는 잘못을 저지를 때 씁니다.
우리 속담에 있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도 이 오류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여기에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밖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도 한몫합니다.
잘못을 저질렀거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는 도피·회피 심리도 작용합니다. 자신의 죄책감을 인식한 뒤 이를 부정하려는 시도죠.
자기합리화도 작용합니다. 비합리적인 이유를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급발진 의심 사고는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유독 한국에서 더 크게 논란이 됩니다.
그 이유를 ‘한국인 성향’에서 찾아봤습니다. 마찬가지로 제 개인 의견입니다.
화병, 들어보셨을 겁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남아있는 한국인 고유의 질병이라는 분석이 있죠.
화병의 원인 중 하나는 ‘억울함’입니다. 한국인은 자신이 받아들이기에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억울함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느낀다고 합니다.
객관적 상황이 어떤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합니다.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억울하다고 여긴다고 하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억울할 게 전혀 없는 사람도 억울하다고 외칩니다. 사극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자주 “억울하옵니다”를 외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억울함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책임을 묻거나 전가할 대상이 필요합니다. 자신은 면죄부를 얻어야 하니까요.
여기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도 덧붙여지면서 급발진 논란이 확산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급발진 논란 해결로 한국을 더 안전하게





가속 제한 보조 작동 원리 [사진출처=현대차그룹]



물론 지금까지는 급발진 주장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진짜 급발진’이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되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있습니다.

단 하나 분명한 게 있습니다. 한국이 더 안전한 세상이 되는 데 ‘급발진 논란’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이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에서 급발진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고 원인을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느 나라보다 철저히 분석하게 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운전자의 의도치 않은 페달 오조작 상황에 대응하는 첨단 안전 보조 기술을 새롭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인 넥쏘에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를 현대차그룹 최초로 채택했습니다.
전기차인 기아 EV5 전 트림에는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와 가속 제한 보조를 기본 적용했습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는 정차 상태에서 전·후방 1.5m 이내 장애물이 있을 때 운전자가 급가속할 경우 즉시 토크를 제한하거나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을 예방합니다.
클러스터 팝업과 경고음으로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리고, 주차장·골목길 등 저속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하죠.
가속 제한 보조는 시속 80㎞ 미만에서 운전자가 비정상적으로 가속 페달을 지속적으로 깊게 밟을 경우 페달 입력을 ‘0’으로 처리해 출력 토크를 제한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방 충돌방지 보조 등 다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연동돼 더욱 적극적으로 위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과수 급발진 시연 장면 [사진출처=연합뉴스]



정부도 페달 오조작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페달 오조작 방지 무상 보급을 추진중입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장착 의무화는 2029년 1월 1일부터 제작·수입되는 신차부터 적용됩니다.
다만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무상 보급대수가 적고, 장착 의무화 적용 시기가 늦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할 지적입니다. 국민 안전은 무엇보다 선순위가 돼야 하기 때문이죠.
한 가정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상 보급대수를 대폭 늘리고 의무화 적용 시기도 앞당겨야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원인을 알 수 없는 ‘진짜 급발진’과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제조사가 결함 원인 규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제조물책임법도 강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