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강해지는 남자, 레비트라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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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음수호혜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11-24 20:0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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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강해지는 남자, 레비트라의 선택
강함이란 무엇일까요? 목소리를 높이는 것, 외향적인 카리스마를 뽐내는 것, 아니면 무언가를 과시하는 것일까요? 진정한 강함은 드러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힘에서 나옵니다. 말없이 자신을 단단히 다듬고, 순간의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내공.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강해지는 남자. 바로 그런 남자에게 필요한 선택이 있습니다. 레비트라입니다.
레비트라는 남성의 성기능 개선을 위해 개발된 전문 의약품으로, 전 세계 수많은 남성들의 자신감을 조용히 지켜주고 있는 든든한 존재입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변화, 그 시작을 레비트라가 만들어냅니다. 단순히 성기능 강화라는 목적을 넘어, 남성 본연의 활력과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이 약물은 조용한 강함을 원하는 남성들에게 특별한 해답이 됩니다.
레비트라의 핵심 성분은 바르데나필입니다. 이는 PDE5 억제제로 분류되는 약물로, 음경 내 혈류를 촉진하여 발기부전을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성적 자극이 가해지면 체내에서는 산화질소NO가 분비되고, 이는 cGMP라는 물질을 증가시켜 혈관을 확장시킵니다. 하지만 PDE5라는 효소는 이 cGMP를 분해하여 혈관 확장을 막고 발기를 방해합니다. 레비트라는 이 PDE5 효소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혈관 확장을 지속시켜 보다 자연스럽고 강력한 발기를 돕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작용이 단순히 기계적인 반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레비트라는 성적 자극이 있어야만 작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감정을 해치지 않으며,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이는 파트너와의 관계를 더욱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이끌어주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즉, 조용한 자신감과 함께 여유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복용 편의성도 레비트라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성관계 약 30분 전 복용을 권장하며,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일상 속 활용도를 높여줍니다. 특히 고지방 식사 후에도 효과가 크게 떨어지지 않아, 바쁜 일상이나 비정기적인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효과는 평균 4~5시간 정도 유지되며,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게 도와줍니다.
전문가들은 레비트라의 빠른 효과 발현과 상대적으로 낮은 부작용 발생률을 높이 평가합니다. 실제로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된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하며 일시적입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두통, 안면 홍조, 코막힘, 소화불량 등이 있으며, 대부분 수 시간 내에 사라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복용량 조절이 용이해 개인에 맞는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본 권장량은 10mg이며, 상황에 따라 5mg 또는 20mg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레비트라의 장점은 단지 생리적인 기능 개선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안정감, 관계의 회복, 삶의 질 향상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드러냅니다. 특히 중년 이후 성기능 저하를 겪는 남성들의 경우, 그 불안감은 단순히 성생활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에 대한 신뢰, 가족과의 관계, 사회적 자존감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레비트라는 그러한 위축된 마음을 조용히 감싸며, 다시금 삶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사용자들의 후기는 이 같은 변화를 생생히 증명합니다. 53세 회사원 최 모 씨는 사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조심스러웠지만, 복용 이후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어 조용히 나를 회복시키는 이 작은 알약이 내 삶에 큰 활력을 줬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사용자 김 모 씨는 아내와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며 전반적인 가정 분위기까지 바뀌었다며 레비트라의 진가를 인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레비트라 복용을 단순한 치료의 개념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일환으로 받아들일 것을 권합니다.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과 병행하면 효과는 더욱 배가됩니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전신 혈류 개선에 도움을 주며, 복부비만 해소와 혈압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충분한 수면은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켜 자연스러운 성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며, 명상이나 가벼운 요가도 스트레스 감소와 심신의 안정에 효과적입니다. 이런 노력과 함께하는 레비트라는 단지 약이 아닌 삶의 동반자가 됩니다.
또한, 레비트라는 성관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커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쪽이 부담을 느끼거나 실패를 두려워하면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레비트라를 통해 그 부담이 줄어들면 파트너와의 소통이 더욱 깊어지고, 관계의 질 또한 향상됩니다. 특히 중년 이후의 부부에게는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이러한 보조 수단이 오히려 관계를 돈독히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레비트라는 조용한 선택입니다. 과장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그러나 분명한 효과를 통해 당신의 하루를 변화시킵니다.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느끼는 변화, 그리고 되찾은 자신감입니다.
조용히 강해지고 싶은 당신, 레비트라로 시작해보십시오. 소리치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멋지고 강한 남자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돕는 레비트라는, 당신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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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eastorygame.top
지난 9월 마지막 주말,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일대에서 제6회 장수트레일레이스가 열렸다. 지난 봄 같은 대회 70km 부문에 출전했다가 기상 악화로 경기가 중단되어 완주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마지막 CP(체크 포인트, 경기에 참여한 트레일러너를 위한 여러 음식이 마련되어 있다)를 남긴 상황이었지만 스태프의 권유에 하산해야 했다. 당연히 아쉬움이 컸다.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9월 마지막 주 나는 같은 대회 100km 부문에 재도전했다. 다음은 그 출전기다.
'100'은 상징적인 숫자다. 어린아이에게 '100밤'은 영원을 뜻하며, 어른에게 야마토게임방법 도 100번은 나무 10그루를 쓰러뜨릴 수 있는 숫자다(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아기가 태어나고 '100일', 남자와 여자가 사귀기로 한 날로부터 '100일' 등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곳곳에서 100이라는 숫자를 각별히 여긴다. 내가 100km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 인생에 100을 특별하게 각인시키고 싶었 바다이야기 달까? 그러니까 나는 성적표나 등수표에 100등이라고 새기는 것보다 100km 완주자로서 목록에 이름을 넣고 싶었다(내가 죽을 때까지 어디서 1등을 하는 일은 영영 없을 듯싶다. 100등 정도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100km 트레일러닝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지금 나에겐 훨씬 쉽게 영광을 쟁취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 봄 같은 대회 70km 코스를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과 부끄러움을 씻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다시 장수에 가야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70km 종목이 사라졌고, 대신 100km, 100마일 코스가 신설됐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영원한 밤처럼 이어질 것 같은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와 같은 부류가 여럿이었 골드몽릴게임 다.
이번 여섯 번째 장수트레일레이스에는 100km 코스 외에 100마일mile(약 160km) 코스도 생겼다. 한국 최초의 100마일 대회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전까지 국내 최장 길이 트레일러닝 대회는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UTNP가 대표격이었다. 영남알프스에 속한 간월산, 고 바다이야기룰 헌산, 천황산, 재약산 등 9개 봉우리를 통과하는 코스로 거리 122.7km쯤 된다. 국내 최초의 100마일 대회 개최 소식을 들은 한 트레일러너는 일반 마라톤 경기에 '풀코스(42.195km)'가 있듯 트레일러닝에서 그것은 100마일이라면서 흥분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100마일 코스는 트레일 러닝에서 꽤 중요한 종목인데, 왜 여태껏 한국에 없었을까? 장수트레일레이스를 운영하는 김영록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울트라 트레일 러너의 인원이 적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아요. 적은 수요에 큰 리스크를 안고 대회를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1세대 트레일 러너이자 여러 트레일러닝 대회를 운영한 경력을 가진 유지성(OSK 대표)씨에 따르면 국내에서 '진짜' 트레일러너라고 할 수 있는 인구는 3만 명 정도다. 그중에서도 100마일을 뛸 수 있는 선수는 얼마 없다. 그러니까 장수에서 이번 100마일 코스 신설은 모험이었을 수 있다. 유지성 대표가 덧붙여 설명했다.
"100km 이상 코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당연히 비용이 더 많이 들어요. 보급소에 머물 현장 스태프와 안전 요원들이 배로 필요하죠. 또 그들은 최소 이틀 밤을 새면서 현장을 지켜야 하고요. 비용보다도 신경쓸 일이 몇 배 더 늘어날 거예요. 리스크가 커진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 100마일 신설은 굉장히 잘한 일이에요. 이런 대회가 있어야 시장이 커지죠."
5개 종목, 참가자 1,963명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 참가자는 5개 종목 모두 합해 1,963명이다. 지난 봄 대회 때보다 500여 명 줄었다. 이유는 같은 날 다른 지역에서 여러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고, 70km 종목이 없어진 영향도 조금 있어 보인다. 각 종목 참가자 수는 100마일 112명, 100km 134명, 38km(J코스) 635명, 38km(P코스) 680명, 20km 402명이다(지난 봄 장수에는 70km 부문에 500여 명, 전 종목 합해 2,500여 명이 방문했다).
유지성씨에 따르면 트레일러닝 대회가 적자 없이 운영되려면 참가자가 1,000여 명을 넘어야 한다(1인당 참가비 10만 원 기준). 올해 국내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는 60개 정도 되고, 그중 조건을 충족하는 대회는 3~4개 정도로 손에 꼽는다. 3~4개의 대회는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열렸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중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운영 3년 만에 매우 이례적인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그 요인을 두고 김영록 대표의 트레일 러너로서의 경력과 경험을 꼽았고, 또 다른 사람은 운영자가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민이라는 점을 들었다. 김영록 대표의 온 가족이 나서서 대회 운영에 도움을 준 덕분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니까 트레일러닝 대회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행동하면 된다. 몇 년간 현장 경험을 통해 시스템을 익히고 인맥을 넓힌 다음,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로 내려가 살면서 또 몇 년간 대회를 여는 것이다. 이때 필수로 갖춰야 할 게 있다. 수년간의 고단함을 함께 견디면서 희생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 장수트레일레이스의 실질적인 운영은 3년이지만 그 전부터 짧게는 10여 년 꾸준하게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김영록 대표는 이번 대회 운영에 특히 더 신경쓴 것 같고, 그에 따라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올해 봄까지 대충 정해졌던 중요 협력 업체가 갑자기 바뀐 점만 보더라도 그렇다. 100마일 참가자 수가 적은 상황에서 스태프 수와 각종 시설비 외 운송비 등이 늘어나니 예상한 비용이 부족하다고 운영자는 여겼을 테고 그에 따라 조급했을 것이다. 김영록 대표가 위 상황과 관련해 설명했다. (운영자가 조급했던 요인 중 하나는 '한국 최초 100마일 대회'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이 대회 이후 10월 마지막 주 제주도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100마일 코스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100마일 참가자보다 CP 스태프와 안전요원, 교통통제 인원, 수송팀 등으로 이뤄진 대회 관계자 인력이 더 많았어요. 대회 운영 시간도 이전보다 두 배로 늘었고, 야간에도 대회가 지속되어야 했죠. 이러한 준비 과정에 드는 비용이 전체 대회 운영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장수트레일레이스 참가자의 후기는 늘 호평 일색이다. 코스나 CP의 음식이 좋았다거나 지역민들의 응원이 인상깊었다는 식이다. 그 와중에 유지성씨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인프라 구축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선수들이 숙박할 곳이 너무 적어요. 체육관에서 하는 캠핑이요? 트레일 러너들은 돈을 쓰는 사람들이에요. 꽤 큰 비용을 내고 대회에 참가하죠(100마일 참가비는 33만 원, 100km는 24만 원이다). 그것에 맞는 시설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장수군에 숙박 시설을 비롯해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지금보다 많으면 좋겠어요."
장수읍에 호텔이 하나 더 생기면 숙박 문제가 해결될까? 이것은 여러모로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할 문제다. 참가자 중 많은 수가 경기를 마친 후 바로 경기장을 떠났고 그로 인해 장거리 주자들이 골인할 때 경기장은 꽤 썰렁했다. 경기를 마친 참가자들을 장수에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선 이곳을 프랑스 샤모니(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트레일러닝 대회 UTMB의 시작점)처럼 꾸며야 하는데, 엄청난 예산과 시간이 투입돼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유지성씨가 평가한 이번 대회 운영 점수는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국내에서 100마일 대회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인 동시에 한국 트레일러닝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얼결에 그 현장을 목격한 나의 의견도 그와 비슷하다.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는 그간 국내에서 잘 보지 못했던 장거리 주자들을 긁어 모은 역할을 했고, 그들이 모여 있는 장면은 여러 트레일러너들을 자극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주위의 여러 트레일러너로부터 어떤 열망과 호기심을 느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국내 트레일러닝 판을 조금 더 키울 것 같다고 전망한다.
장거리 주자 데뷔?
이번 대회를 통해 나는 장거리 주자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44km 지점, CP3(4번째 휴식 지점)에서 백기를 들었다. 10km 지점에서 오른쪽 발목을 심하게 접질렀는데, 자주 있는 일이라 무시한 채 달렸다. 달리는 내내 찌릿한 통증이 있긴 했다. '이 정도야 뭐' 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통과했다. 코스 중간쯤에 있는 휴식 지점에 와서야 발목에 이상이 없는지 양말을 벗고 확인해 보니 꽤 부어 있었다. 의료진 가운데 한 명이 내 발목을 보고 "그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아프진 않은데, 가도 괜찮을까요?"
의료진 가운데 한 명은 이렇게 대답했다.
"본인이 선택하세요."
어려운 선택이었다. 여기서 경기를 포기하자니 그동안 100km 대회에 나간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닌 것이 창피했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자니 발목을 영영 못 쓸 것 같았다. 얼마동안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했다. 얼마 후 나는 앰뷸런스를 타고 주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씁쓸한 한편 후련하기도 했다.
산에서 100km를 걷거나 뛴다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대회 출전 며칠 전부터 나는 걱정했다. 깜깜한 밤에 헤드랜턴을 켜고 가파른 오르막을 넘는 상상을 했다. 무척 귀찮고 짜증났다. 서울에서 장수로 내려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전, 퇴근 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에게서 주말 계획에 들뜬 표정이 엿보일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일생 일대의 경기에 도전하는데, 저 사람들은 평온하구나, 매우 즐겁구나!'
평온한 사람들 때문에 100km 대회에 참가하는 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힐 순 없었다.
후배(조경훈씨, 전 월간산 기자)와 함께 장수행 버스에 올랐고, 서울을 떠난 지 3시간 만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밤 11시였다. 경기장에 있던 여러 업체의 천막 부스는 영업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사과체육관'에 텐트를 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체육관은 조용하고 쾌적했다. 텐트가 있다면 여기서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 경기장과 샤워실이 매우 가까울 뿐만 아니라 식수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식사는 경기장에 마련된 식당 천막을 이용하면 된다).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필수장비 검사를 받았다. 나는 점멸등 하나를 텐트에 놓고 와 검사를 두 번 받았다. 한 참가자는 '심실링(옷의 재봉선으로 물이 새지 않도록 옷 안쪽에 부착되어 있는 방수처리 테이프)'이 되어 있지 않은 오래된 방수 재킷을 들고 갔다가 퇴짜를 맞았다며 단톡방에서 울분을 토했다.
행사장은 지난 봄만큼 북적이는 분위기가 덜 했다. 참가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느낌이었다. 이에 대해 한 대회 관계자는 "100마일 대회 참가자가 전날에 먼저 출발했고, 지난 70km 종목과 비교했을 때 100km 참가자가 500여 명이나 준 탓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인 스폰업체의 미지근한 반응도 이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미지근한 반응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여러 이벤트나 서비스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아침 7시, 나와 후배는 함께 출발점에서 달려 나갔다. 우리는 약 30km 지점까지 함께 갔다. 산에서 내려와 경사가 낮은 임도 구간을 가면서 후배가 나에게 말했다. 그는 지쳐 있었고,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선배, 저는 이제 그만 할래요. 이거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낼 모레 회사 출근해야 하는데 몸이 이렇게 지친 상태로는 안 될 것 같아요. 다음 CP에서 DNFDid Not Finish(경기 포기)할래요. 선배 먼저 가세요."
그는 수없이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에 삐친 상태였다. 그를 도저히 달랠 수 없어서 나는 먼저 길을 떠났다. 체감 경사도 100%(약 45°)인 오르막을 올랐다가 임도를 타로 내려오니 CP3이었다. 여기서 쉬고 있는데 얼마 후 후배가 도착했다. 그는 돌변한 눈빛으로 "계속 가보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와 나는 헤어졌다. 나는 퉁퉁 부은 발목을 부여잡고 앰뷸런스를 탔다.
너무 힘들어서 기억을 잃어버려
다음부터는 조경훈씨에게서 들은 내용이다. 그 역시 이번이 첫 100km 도전이었다. 그를 통해 장거리 주자의 고통과 고독을 엿볼 생각이다. 아울러 이 도전에 관한 의미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조경훈은 '장수'라는 지역을 오해하고 있었다. 이름을 발음할 때 그 어감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을 받았는데 오르락내리락하는 산길에서 배신당했다는 기분이 들며 질려버리고 말았다. 질린 상태에서 땡볕이 내리쬐는 구간이 나타나 짜증이 배로 솟구쳤다. 다리도 무거워졌다. 도저히 더 갈 수 없겠다고 판단하고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피니시 지점을 경기장이 아니라 집으로 바꾸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 CP까지만 가면 되니까 천천히 가자!'고 마음을 다독이니 다시 평온해졌다. 오르막을 올랐고 내리막 임도에 접어들어 아내와 영상통화를 했다. 아내에게 징징대면서 마음이 또 풀렸다. 이윽고 CP3에 도착했다. DNF를 하든 말든 그는 우선 씻고 싶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질을 했고, 물을 끼얹으며 간략하게 샤워를 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기분이 바뀌었다.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선배(윤성중)가 부은 발목을 보여 주면서 DNF를 선언했다. 그를 따라서 같이 포기하고 경기장으로 가면 모양이 웃길 것 같았다. 결국 다음 CP까지만 더 가보자고 마음 먹었다. 다음 CP까지 거리가 짧아 해볼 만하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임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 코스를 천천히 올라 봉화산 정상에 있던 CP4에 도착했다. 여기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수송차량이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스태프가 말했다. 차량을 기다릴 바에 한 번 더 가보자고 결심했다. 다음 CP까지 또 꾸역꾸역 갔다. 봉화산 철쭉 군락지까지 내려갔다. 여기서 진짜 포기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목포에서 온 한 참가자를 만났다. 그가 말했다.
"저는 작년에 100km를 완주했어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여기부터 밤길이라 무서운데, 같이 갑시다!"
같이 가자는 사람이 나타나니 묘하게 마음이 동했다. 경기장에 있을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는 백운산으로 떠납니다.'
목포 참가자와 둘이서 다시 봉화산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CP6, 65km 지점이었다. 그는 여기서부터 약 3시간 동안 기억을 잃었다. 그동안 그는 고도 1,000여 m를 높였다. 다음 CP7까지 15km 거리를 통과하는 데 6시간 걸렸다. 밤을 꼬박 새며 산을 탄 것이다.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앞사람의 배낭과 다리만 보였다. CP7에 도착 후 40분간 누워서 잠을 잤다. 일어나니 또 몸이 살짝 되살아났다. 골인지점까지 20km 남은 지점이었다. 포기하면 여길 또 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끔찍했다. 계속 가기로 했다.
'아미노바이탈' 파란색 가루와 금색 가루를 입에 계속 털어 넣었다. 에너지젤과 소금 캡슐도 꾸역꾸역 먹었다. '모르텐' 에너지젤도 도움이 됐다.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았는데 잠잠했다. 함께했던 목포 참가자는 뒤쳐지지 시작했다. 컷오프 시간이 다가와 급해진 그는 결국 동행자를 뒤로 하고 혼자 걸었다. 결국 마지막 CP에 도착했고, 여기선 물만 채운 다음 바로 골인 지점으로 이동했다. 비가 내렸다. 등산로가 진흙밭으로 변했다. 끔찍하고 또 끔찍했다. 겨우 내리막을 통과해 작은 산 하나를 넘고 비를 맞으면서 경기장 입구에 도착했다. 골인 지점 끝에 선배가 보였다. 출발한 지 28시간 40분 만이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어요"
골인 지점에서 다시 만난 조경훈씨의 눈빛은 풀려 있었다. 초점이 맞지 않고 멍한 상태였다고 해야 할까? 쉽게 말해 정신이 나가 보였다. 당시 그는 다시는 이런 레이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 그를 다시 만났을 땐 또 달라져 있었다. 그가 소감을 말했다.
"당연히 기뻐요. 음, 어떻게 비교하면 좋을까?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험 생활이 너무 싫었어요. 지긋지긋해서 재수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죠. 딱 한 번에 이걸 끝내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말하자면 이번 경기는 수능을 제대로 치르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던 그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인생의 큰 고민거리 하나를 덜어낸 느낌이라고 할까요? 성취감이 굉장히 컸죠"
100km 이상 장거리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가겠다고 결심하기 위해선 '명분'이 있어야 한다. 훈련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하고 그 기간 또한 꽤 길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불편함을 견딘 끝에 산에서 마주하는 건 끔찍한 기분이 거의 대부분이다. 분명히 이걸 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그것은 100km를 달릴 때 겪는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경험하고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었다. 험난하고 때론 위험한 장거리 경주에 왜 참여할까라는 의문에 내가 직접 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답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됐으니 조경훈씨의 명분만 밝혀야 할 것 같다. 그는 대체 왜 100km 경주에 나서게 됐을까?
"이직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어요. 어딘가에 몰두하고 싶은 기분이기도 했고요. 그것 말고 특별한 명분은 없어요. 따져보면 이 경기에 참여하고 완주하는 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꼭 해야 하거나 필요한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제 개인적인 업적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중에 제 자식에게 자랑하고 싶은 아빠의 업적 중 하나 정도인데, 그거 하나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
조경훈씨를 비롯해 장거리 주자들은 대회 마지막날 진흙투성이가 된 채 결승점을 통과했다. 처절해 보였고, 내 눈에 그것은 처절한 상황을 이기고 돌아온 전사 혹은 영웅처럼 보였다. 그것은 끔찍한 정글 같은 삶 속에서 멀쩡히 살아 돌아온 사람의 모습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감동적이었고 멋있었다. 눈에 눈물이 고이기까지 했다. 나는 저 처절한 이미지를 획득하고 싶었다. 그것이 목에 거는 메달이나 '100K Finisher'라고 적힌 기념 티셔츠를 얻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대회는 우승자에게 상금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장수트레일레이스에 출전한 여러 선수 역시 이 대회에 참가한 궁극적인 명분은 나 혹은 조경훈씨와 비슷할 것이라고 여긴다.
Mini interview
한국 최초 100마일 대회 만든 김영록 대표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이미 명물이다. 외지인이 없는 시골 마을을 트레일러닝 성지로 바꿔놨다. 이번 가을엔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100마일 코스를 추가해 대회를 운영한 것이다. 그 과정이 어땠는지 경기가 마무리되기 직전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회 어땠나요?
지금 좀 벅찹니다. 이번 대회는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대회장에 에너지가 가득한 게 느껴져요. 마지막 완주자가 들어오면 그때야 대회가 끝났다는 것이 실감날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모든 게 다 힘들었어요! 코스 부분이 그중 특히 힘들었어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힘들었던 것이 당연한데,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도 몇 번이나 수정했어요. 그에 따라 교통 통제나 인력 배치, CP위치도 수정해야 했고요. 여기에 투입되는 스태프에게 안내하고 교육하는 과정도 어려웠죠.
코스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쉬운 임도나 도로를 코스에서 많이 덜어냈습니다. 이 부분을 고려했을 때 길이 잘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장수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경기장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구성하다 보니 코스가 지금처럼 만들어졌어요. 막판까지 코스를 수정하는 바람에 정비가 덜 된 부분도 있었고요. 선수들은 분명 어려웠을 거예요.
큰 사고가 없었고, 완주자가 나와서 무척 기뻐요! 한국 대회에서 첫 100마일 완주자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합니다.
Mini interview
100마일 남자 1위 조계훈
"즐거운 마음으로 뛰세요!"
거리 약 160km, 누적고도 약 1만m에 이르는 산길을 그는 30시간 25분 23초 걸려 완주했다. 그는 트레일러닝 경력이 짧다. 2021년부터 시작했다. 이번 100마일은 첫 도전이었다. 이전까지 그는 로드 마라톤(최고 기록 약 2시간 40분)을 했고 자전거도 탔다. 한 달에 누적 거리 500km를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선수 출신이 아니고 일반 회사원이다.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열린 첫 100마일 대회에서 우승한 소감이 어떤가요?
국내 상위 기록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코스 정보가 없었다는 점, (소문에 의하면) UTMB 같은 거리의 코스보다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골인할 때 많은 사람이 모여 응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무척 고마웠습니다. 대회를 만든 스태프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대회 운영에 아쉬운 점은 하나도 없었어요.
어느 구간이 가장 힘들었나요?
70km 지점 이후부터 골인까지 힘들었어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코스였는지 길이 험하더군요. 이 구간을 어두울 때 통과했어요. 도중에 잠이 쏟아져서 레이스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죠. 몸은 멈추라고 하는데, 정신은 그렇지 않았어요. 첫 100마일 도전이어서 더 가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더욱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트레일 베스트(트레일러닝용 배낭) 없이 허리 벨트만 차고 경기를 마친 걸 봤습니다. 달리면서 영양분은 충분히 섭취했나요?
제 달리기 스타일은 다른 선수와 좀 달라요. 자동차로 치면 연비를 늘리기 위한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일명 '무급수 훈련'이오. 영양분을 조금만 섭취하고 오래, 멀리 가는 훈련을 했죠. 그러다보니 짐이 적어요. 가볍게 지고 가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훈련을 어떻게 하죠?
하루에 보통 20km 정도 달려요. 합치면 일주일에 120~130km 정도 뛰고요. 한 달 누적 고도는 8,000m 정도 됩니다. 평일에는 로드에서 달리고 산에는 주말에 가는 편이에요.
100km 이상 코스에 도전하는 트레일러너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정신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야 해요!
100마일 여자 1위 이하늘
"백두대간을 달린다는 것, 의미 있었어요"
이하늘씨는 트레일러너보다 '울트라 하이커'로 더 알려져 있다. 2년 전 존뮤어 트레일 350km 코스를 120시간 13분 기록으로 주파해 세계 기록을 세웠으며, 미국의 장거리 코스 3개를 모두 완주했다.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 100마일에서 그녀는 38시간 12분 49초 기록으로 골인,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번 대회 100마일 여자 1위에 오른 소감이 어떤지요?
몇 백 마일, 몇 천 마일 장거리하이킹은 해봤지만 100마일 트레일러닝 대회는 처음이라 완주가 목표였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어안이 벙벙해요. 공식적으로 국내 첫 100마일 대회 1위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코스는 어땠나요?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까요?
점수를 매기기에는 좀 어렵긴 하네요. 장수트레일레이스가 열리는 장수 일대가 산이 깊고 험준한 걸로 알고 있어요. 업다운이 자잘하게 많기는 했지만 중간에 임도길을 적절히 섞기도 했고, 무엇보다 백두대간 구간은 힘들긴 했지만 재밌기도 했어요. 뜻깊기도 했어요. 물론 중간에 조금 의문스러운 지점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코스 디렉팅을 할 때 많은 고민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 어디였죠? 이 구간을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버텼을까요?
육십령에서 할미봉을 지나 서봉을 오르는 덕유산 구간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80km 지점을 지나 어느 정도 피로가 쌓이기도 했고, 트레일 중 최고 고도를 향하는 길이라 오르막도 길었고요.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구간은 산림레포츠센터에서 출발해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때 같아요. 그때 너무 졸렸거든요. 다행히 앞에 있던 다른 분과 함께 이야기하며 동반주를 했던 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실시했던 훈련이 있을까요?
지구력 훈련을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측면이 크긴 합니다. 이번 장트레를 통해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기도 해서 특별 훈련 과제를 많이 받은 느낌입니다.
해외의 다른 대회 혹은 트레일 코스와 비교했을 때 장수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100km와 100마일 레이스의 경우 백두대간을 지나간다는 것이 특징일 것 같아요.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의 분수령이라 의미 있는 트레일이니까요.
장수트레일레이스 100km 코스는 국내에서 가장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3회 이상 왕복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코스를 29시간 30분 이내에 완주해야 하는데, 천상데미봉(1,020m), 팔공산(1,151m), 신무산(896m), 백운산(1,279m), 장안산(1,237m) 등 해발 고도 1,000m 이상 되는 산을 여럿 넘어야 한다.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 흙길이라 미끄럽기도 하다. 비가 오면 이 산길 대부분이 진흙길로 변하는데, 미끄러워 넘어지기 쉽다. 대회 때는 흰색 리본이 코스 곳곳에 달려 길을 잃을 염려가 없었다. 대회가 끝나고 이 리본은 회수한다. 그래도 일반 등산객은 이 길을 비교적 손쉽게 찾아 갈 수 있다. 이 길은 원래 금남호남정맥이기 때문이다. 장안산(1,237m)에서 시작하는 이 능선은 진안의 부귀산(806m)에서 끝나며 거리는 65km로 정맥치고 비교적 짧아 많은 등산 마니아들이 찾는다.
이 코스를 제한 시간 안에 완주하기 위해선 꾸준히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 보통 대회 시작 6개월 전부터 달리기와 산행을 통해 한 달 누적거리 200km, 누적고도 1만m 정도를 채우면 완주할 수 있지만 컨디션 관리도 필요하다.
유용했던 에너지젤
덱스트-청사과 맛
요즘 에너지젤은 잘 나온다. 어느 것을 먹어도 괜찮은 효과를 낸다. 여기서 '효과'란 몸에 에너지가 차는 느낌을 말한다. 자동차 연료가 떨어졌을 때 주유소에서 기름을 충전한 다음 운행하는 느낌이랄까? 링티에서 올해 상반기 출시한 덱스트도 그 역할에 충실했다.
덱스트는 고함량 포도당과 K-대학교 연구진과 공동 연구·개발한 피로 해소 및 지구력 증진 기능의 특허 조성물인 '리커버리 콤플렉스 LT'를 조합해 만들었다. 1포당 탄수화물 23g, 당류 22g, 단백질 0.5g 미만 함유되어 있다.
이 외 조경훈 기자가 나눠준 '소금 캡슐(알약)' 효과도 톡톡히 봤다. 이 알약은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은 상황을 피하게 했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100'은 상징적인 숫자다. 어린아이에게 '100밤'은 영원을 뜻하며, 어른에게 야마토게임방법 도 100번은 나무 10그루를 쓰러뜨릴 수 있는 숫자다(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아기가 태어나고 '100일', 남자와 여자가 사귀기로 한 날로부터 '100일' 등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곳곳에서 100이라는 숫자를 각별히 여긴다. 내가 100km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 인생에 100을 특별하게 각인시키고 싶었 바다이야기 달까? 그러니까 나는 성적표나 등수표에 100등이라고 새기는 것보다 100km 완주자로서 목록에 이름을 넣고 싶었다(내가 죽을 때까지 어디서 1등을 하는 일은 영영 없을 듯싶다. 100등 정도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100km 트레일러닝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지금 나에겐 훨씬 쉽게 영광을 쟁취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 봄 같은 대회 70km 코스를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과 부끄러움을 씻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다시 장수에 가야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70km 종목이 사라졌고, 대신 100km, 100마일 코스가 신설됐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영원한 밤처럼 이어질 것 같은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와 같은 부류가 여럿이었 골드몽릴게임 다.
이번 여섯 번째 장수트레일레이스에는 100km 코스 외에 100마일mile(약 160km) 코스도 생겼다. 한국 최초의 100마일 대회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전까지 국내 최장 길이 트레일러닝 대회는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UTNP가 대표격이었다. 영남알프스에 속한 간월산, 고 바다이야기룰 헌산, 천황산, 재약산 등 9개 봉우리를 통과하는 코스로 거리 122.7km쯤 된다. 국내 최초의 100마일 대회 개최 소식을 들은 한 트레일러너는 일반 마라톤 경기에 '풀코스(42.195km)'가 있듯 트레일러닝에서 그것은 100마일이라면서 흥분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100마일 코스는 트레일 러닝에서 꽤 중요한 종목인데, 왜 여태껏 한국에 없었을까? 장수트레일레이스를 운영하는 김영록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울트라 트레일 러너의 인원이 적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아요. 적은 수요에 큰 리스크를 안고 대회를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1세대 트레일 러너이자 여러 트레일러닝 대회를 운영한 경력을 가진 유지성(OSK 대표)씨에 따르면 국내에서 '진짜' 트레일러너라고 할 수 있는 인구는 3만 명 정도다. 그중에서도 100마일을 뛸 수 있는 선수는 얼마 없다. 그러니까 장수에서 이번 100마일 코스 신설은 모험이었을 수 있다. 유지성 대표가 덧붙여 설명했다.
"100km 이상 코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당연히 비용이 더 많이 들어요. 보급소에 머물 현장 스태프와 안전 요원들이 배로 필요하죠. 또 그들은 최소 이틀 밤을 새면서 현장을 지켜야 하고요. 비용보다도 신경쓸 일이 몇 배 더 늘어날 거예요. 리스크가 커진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 100마일 신설은 굉장히 잘한 일이에요. 이런 대회가 있어야 시장이 커지죠."
5개 종목, 참가자 1,963명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 참가자는 5개 종목 모두 합해 1,963명이다. 지난 봄 대회 때보다 500여 명 줄었다. 이유는 같은 날 다른 지역에서 여러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고, 70km 종목이 없어진 영향도 조금 있어 보인다. 각 종목 참가자 수는 100마일 112명, 100km 134명, 38km(J코스) 635명, 38km(P코스) 680명, 20km 402명이다(지난 봄 장수에는 70km 부문에 500여 명, 전 종목 합해 2,500여 명이 방문했다).
유지성씨에 따르면 트레일러닝 대회가 적자 없이 운영되려면 참가자가 1,000여 명을 넘어야 한다(1인당 참가비 10만 원 기준). 올해 국내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는 60개 정도 되고, 그중 조건을 충족하는 대회는 3~4개 정도로 손에 꼽는다. 3~4개의 대회는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열렸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중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운영 3년 만에 매우 이례적인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그 요인을 두고 김영록 대표의 트레일 러너로서의 경력과 경험을 꼽았고, 또 다른 사람은 운영자가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민이라는 점을 들었다. 김영록 대표의 온 가족이 나서서 대회 운영에 도움을 준 덕분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니까 트레일러닝 대회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행동하면 된다. 몇 년간 현장 경험을 통해 시스템을 익히고 인맥을 넓힌 다음,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로 내려가 살면서 또 몇 년간 대회를 여는 것이다. 이때 필수로 갖춰야 할 게 있다. 수년간의 고단함을 함께 견디면서 희생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 장수트레일레이스의 실질적인 운영은 3년이지만 그 전부터 짧게는 10여 년 꾸준하게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김영록 대표는 이번 대회 운영에 특히 더 신경쓴 것 같고, 그에 따라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올해 봄까지 대충 정해졌던 중요 협력 업체가 갑자기 바뀐 점만 보더라도 그렇다. 100마일 참가자 수가 적은 상황에서 스태프 수와 각종 시설비 외 운송비 등이 늘어나니 예상한 비용이 부족하다고 운영자는 여겼을 테고 그에 따라 조급했을 것이다. 김영록 대표가 위 상황과 관련해 설명했다. (운영자가 조급했던 요인 중 하나는 '한국 최초 100마일 대회'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이 대회 이후 10월 마지막 주 제주도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100마일 코스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100마일 참가자보다 CP 스태프와 안전요원, 교통통제 인원, 수송팀 등으로 이뤄진 대회 관계자 인력이 더 많았어요. 대회 운영 시간도 이전보다 두 배로 늘었고, 야간에도 대회가 지속되어야 했죠. 이러한 준비 과정에 드는 비용이 전체 대회 운영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장수트레일레이스 참가자의 후기는 늘 호평 일색이다. 코스나 CP의 음식이 좋았다거나 지역민들의 응원이 인상깊었다는 식이다. 그 와중에 유지성씨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인프라 구축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선수들이 숙박할 곳이 너무 적어요. 체육관에서 하는 캠핑이요? 트레일 러너들은 돈을 쓰는 사람들이에요. 꽤 큰 비용을 내고 대회에 참가하죠(100마일 참가비는 33만 원, 100km는 24만 원이다). 그것에 맞는 시설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장수군에 숙박 시설을 비롯해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지금보다 많으면 좋겠어요."
장수읍에 호텔이 하나 더 생기면 숙박 문제가 해결될까? 이것은 여러모로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할 문제다. 참가자 중 많은 수가 경기를 마친 후 바로 경기장을 떠났고 그로 인해 장거리 주자들이 골인할 때 경기장은 꽤 썰렁했다. 경기를 마친 참가자들을 장수에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선 이곳을 프랑스 샤모니(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트레일러닝 대회 UTMB의 시작점)처럼 꾸며야 하는데, 엄청난 예산과 시간이 투입돼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유지성씨가 평가한 이번 대회 운영 점수는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국내에서 100마일 대회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인 동시에 한국 트레일러닝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얼결에 그 현장을 목격한 나의 의견도 그와 비슷하다.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는 그간 국내에서 잘 보지 못했던 장거리 주자들을 긁어 모은 역할을 했고, 그들이 모여 있는 장면은 여러 트레일러너들을 자극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주위의 여러 트레일러너로부터 어떤 열망과 호기심을 느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국내 트레일러닝 판을 조금 더 키울 것 같다고 전망한다.
장거리 주자 데뷔?
이번 대회를 통해 나는 장거리 주자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44km 지점, CP3(4번째 휴식 지점)에서 백기를 들었다. 10km 지점에서 오른쪽 발목을 심하게 접질렀는데, 자주 있는 일이라 무시한 채 달렸다. 달리는 내내 찌릿한 통증이 있긴 했다. '이 정도야 뭐' 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통과했다. 코스 중간쯤에 있는 휴식 지점에 와서야 발목에 이상이 없는지 양말을 벗고 확인해 보니 꽤 부어 있었다. 의료진 가운데 한 명이 내 발목을 보고 "그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아프진 않은데, 가도 괜찮을까요?"
의료진 가운데 한 명은 이렇게 대답했다.
"본인이 선택하세요."
어려운 선택이었다. 여기서 경기를 포기하자니 그동안 100km 대회에 나간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닌 것이 창피했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자니 발목을 영영 못 쓸 것 같았다. 얼마동안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했다. 얼마 후 나는 앰뷸런스를 타고 주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씁쓸한 한편 후련하기도 했다.
산에서 100km를 걷거나 뛴다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대회 출전 며칠 전부터 나는 걱정했다. 깜깜한 밤에 헤드랜턴을 켜고 가파른 오르막을 넘는 상상을 했다. 무척 귀찮고 짜증났다. 서울에서 장수로 내려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전, 퇴근 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에게서 주말 계획에 들뜬 표정이 엿보일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일생 일대의 경기에 도전하는데, 저 사람들은 평온하구나, 매우 즐겁구나!'
평온한 사람들 때문에 100km 대회에 참가하는 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힐 순 없었다.
후배(조경훈씨, 전 월간산 기자)와 함께 장수행 버스에 올랐고, 서울을 떠난 지 3시간 만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밤 11시였다. 경기장에 있던 여러 업체의 천막 부스는 영업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사과체육관'에 텐트를 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체육관은 조용하고 쾌적했다. 텐트가 있다면 여기서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 경기장과 샤워실이 매우 가까울 뿐만 아니라 식수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식사는 경기장에 마련된 식당 천막을 이용하면 된다).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필수장비 검사를 받았다. 나는 점멸등 하나를 텐트에 놓고 와 검사를 두 번 받았다. 한 참가자는 '심실링(옷의 재봉선으로 물이 새지 않도록 옷 안쪽에 부착되어 있는 방수처리 테이프)'이 되어 있지 않은 오래된 방수 재킷을 들고 갔다가 퇴짜를 맞았다며 단톡방에서 울분을 토했다.
행사장은 지난 봄만큼 북적이는 분위기가 덜 했다. 참가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느낌이었다. 이에 대해 한 대회 관계자는 "100마일 대회 참가자가 전날에 먼저 출발했고, 지난 70km 종목과 비교했을 때 100km 참가자가 500여 명이나 준 탓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인 스폰업체의 미지근한 반응도 이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미지근한 반응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여러 이벤트나 서비스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아침 7시, 나와 후배는 함께 출발점에서 달려 나갔다. 우리는 약 30km 지점까지 함께 갔다. 산에서 내려와 경사가 낮은 임도 구간을 가면서 후배가 나에게 말했다. 그는 지쳐 있었고,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선배, 저는 이제 그만 할래요. 이거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낼 모레 회사 출근해야 하는데 몸이 이렇게 지친 상태로는 안 될 것 같아요. 다음 CP에서 DNFDid Not Finish(경기 포기)할래요. 선배 먼저 가세요."
그는 수없이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에 삐친 상태였다. 그를 도저히 달랠 수 없어서 나는 먼저 길을 떠났다. 체감 경사도 100%(약 45°)인 오르막을 올랐다가 임도를 타로 내려오니 CP3이었다. 여기서 쉬고 있는데 얼마 후 후배가 도착했다. 그는 돌변한 눈빛으로 "계속 가보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와 나는 헤어졌다. 나는 퉁퉁 부은 발목을 부여잡고 앰뷸런스를 탔다.
너무 힘들어서 기억을 잃어버려
다음부터는 조경훈씨에게서 들은 내용이다. 그 역시 이번이 첫 100km 도전이었다. 그를 통해 장거리 주자의 고통과 고독을 엿볼 생각이다. 아울러 이 도전에 관한 의미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조경훈은 '장수'라는 지역을 오해하고 있었다. 이름을 발음할 때 그 어감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을 받았는데 오르락내리락하는 산길에서 배신당했다는 기분이 들며 질려버리고 말았다. 질린 상태에서 땡볕이 내리쬐는 구간이 나타나 짜증이 배로 솟구쳤다. 다리도 무거워졌다. 도저히 더 갈 수 없겠다고 판단하고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피니시 지점을 경기장이 아니라 집으로 바꾸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 CP까지만 가면 되니까 천천히 가자!'고 마음을 다독이니 다시 평온해졌다. 오르막을 올랐고 내리막 임도에 접어들어 아내와 영상통화를 했다. 아내에게 징징대면서 마음이 또 풀렸다. 이윽고 CP3에 도착했다. DNF를 하든 말든 그는 우선 씻고 싶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질을 했고, 물을 끼얹으며 간략하게 샤워를 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기분이 바뀌었다.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선배(윤성중)가 부은 발목을 보여 주면서 DNF를 선언했다. 그를 따라서 같이 포기하고 경기장으로 가면 모양이 웃길 것 같았다. 결국 다음 CP까지만 더 가보자고 마음 먹었다. 다음 CP까지 거리가 짧아 해볼 만하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임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 코스를 천천히 올라 봉화산 정상에 있던 CP4에 도착했다. 여기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수송차량이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스태프가 말했다. 차량을 기다릴 바에 한 번 더 가보자고 결심했다. 다음 CP까지 또 꾸역꾸역 갔다. 봉화산 철쭉 군락지까지 내려갔다. 여기서 진짜 포기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목포에서 온 한 참가자를 만났다. 그가 말했다.
"저는 작년에 100km를 완주했어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여기부터 밤길이라 무서운데, 같이 갑시다!"
같이 가자는 사람이 나타나니 묘하게 마음이 동했다. 경기장에 있을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는 백운산으로 떠납니다.'
목포 참가자와 둘이서 다시 봉화산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CP6, 65km 지점이었다. 그는 여기서부터 약 3시간 동안 기억을 잃었다. 그동안 그는 고도 1,000여 m를 높였다. 다음 CP7까지 15km 거리를 통과하는 데 6시간 걸렸다. 밤을 꼬박 새며 산을 탄 것이다.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앞사람의 배낭과 다리만 보였다. CP7에 도착 후 40분간 누워서 잠을 잤다. 일어나니 또 몸이 살짝 되살아났다. 골인지점까지 20km 남은 지점이었다. 포기하면 여길 또 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끔찍했다. 계속 가기로 했다.
'아미노바이탈' 파란색 가루와 금색 가루를 입에 계속 털어 넣었다. 에너지젤과 소금 캡슐도 꾸역꾸역 먹었다. '모르텐' 에너지젤도 도움이 됐다.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았는데 잠잠했다. 함께했던 목포 참가자는 뒤쳐지지 시작했다. 컷오프 시간이 다가와 급해진 그는 결국 동행자를 뒤로 하고 혼자 걸었다. 결국 마지막 CP에 도착했고, 여기선 물만 채운 다음 바로 골인 지점으로 이동했다. 비가 내렸다. 등산로가 진흙밭으로 변했다. 끔찍하고 또 끔찍했다. 겨우 내리막을 통과해 작은 산 하나를 넘고 비를 맞으면서 경기장 입구에 도착했다. 골인 지점 끝에 선배가 보였다. 출발한 지 28시간 40분 만이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어요"
골인 지점에서 다시 만난 조경훈씨의 눈빛은 풀려 있었다. 초점이 맞지 않고 멍한 상태였다고 해야 할까? 쉽게 말해 정신이 나가 보였다. 당시 그는 다시는 이런 레이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 그를 다시 만났을 땐 또 달라져 있었다. 그가 소감을 말했다.
"당연히 기뻐요. 음, 어떻게 비교하면 좋을까?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험 생활이 너무 싫었어요. 지긋지긋해서 재수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죠. 딱 한 번에 이걸 끝내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말하자면 이번 경기는 수능을 제대로 치르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던 그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인생의 큰 고민거리 하나를 덜어낸 느낌이라고 할까요? 성취감이 굉장히 컸죠"
100km 이상 장거리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가겠다고 결심하기 위해선 '명분'이 있어야 한다. 훈련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하고 그 기간 또한 꽤 길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불편함을 견딘 끝에 산에서 마주하는 건 끔찍한 기분이 거의 대부분이다. 분명히 이걸 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그것은 100km를 달릴 때 겪는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경험하고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었다. 험난하고 때론 위험한 장거리 경주에 왜 참여할까라는 의문에 내가 직접 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답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됐으니 조경훈씨의 명분만 밝혀야 할 것 같다. 그는 대체 왜 100km 경주에 나서게 됐을까?
"이직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어요. 어딘가에 몰두하고 싶은 기분이기도 했고요. 그것 말고 특별한 명분은 없어요. 따져보면 이 경기에 참여하고 완주하는 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꼭 해야 하거나 필요한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제 개인적인 업적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중에 제 자식에게 자랑하고 싶은 아빠의 업적 중 하나 정도인데, 그거 하나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
조경훈씨를 비롯해 장거리 주자들은 대회 마지막날 진흙투성이가 된 채 결승점을 통과했다. 처절해 보였고, 내 눈에 그것은 처절한 상황을 이기고 돌아온 전사 혹은 영웅처럼 보였다. 그것은 끔찍한 정글 같은 삶 속에서 멀쩡히 살아 돌아온 사람의 모습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감동적이었고 멋있었다. 눈에 눈물이 고이기까지 했다. 나는 저 처절한 이미지를 획득하고 싶었다. 그것이 목에 거는 메달이나 '100K Finisher'라고 적힌 기념 티셔츠를 얻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대회는 우승자에게 상금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장수트레일레이스에 출전한 여러 선수 역시 이 대회에 참가한 궁극적인 명분은 나 혹은 조경훈씨와 비슷할 것이라고 여긴다.
Mini interview
한국 최초 100마일 대회 만든 김영록 대표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이미 명물이다. 외지인이 없는 시골 마을을 트레일러닝 성지로 바꿔놨다. 이번 가을엔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100마일 코스를 추가해 대회를 운영한 것이다. 그 과정이 어땠는지 경기가 마무리되기 직전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회 어땠나요?
지금 좀 벅찹니다. 이번 대회는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대회장에 에너지가 가득한 게 느껴져요. 마지막 완주자가 들어오면 그때야 대회가 끝났다는 것이 실감날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모든 게 다 힘들었어요! 코스 부분이 그중 특히 힘들었어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힘들었던 것이 당연한데,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도 몇 번이나 수정했어요. 그에 따라 교통 통제나 인력 배치, CP위치도 수정해야 했고요. 여기에 투입되는 스태프에게 안내하고 교육하는 과정도 어려웠죠.
코스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쉬운 임도나 도로를 코스에서 많이 덜어냈습니다. 이 부분을 고려했을 때 길이 잘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장수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경기장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구성하다 보니 코스가 지금처럼 만들어졌어요. 막판까지 코스를 수정하는 바람에 정비가 덜 된 부분도 있었고요. 선수들은 분명 어려웠을 거예요.
큰 사고가 없었고, 완주자가 나와서 무척 기뻐요! 한국 대회에서 첫 100마일 완주자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합니다.
Mini interview
100마일 남자 1위 조계훈
"즐거운 마음으로 뛰세요!"
거리 약 160km, 누적고도 약 1만m에 이르는 산길을 그는 30시간 25분 23초 걸려 완주했다. 그는 트레일러닝 경력이 짧다. 2021년부터 시작했다. 이번 100마일은 첫 도전이었다. 이전까지 그는 로드 마라톤(최고 기록 약 2시간 40분)을 했고 자전거도 탔다. 한 달에 누적 거리 500km를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선수 출신이 아니고 일반 회사원이다.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열린 첫 100마일 대회에서 우승한 소감이 어떤가요?
국내 상위 기록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코스 정보가 없었다는 점, (소문에 의하면) UTMB 같은 거리의 코스보다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골인할 때 많은 사람이 모여 응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무척 고마웠습니다. 대회를 만든 스태프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대회 운영에 아쉬운 점은 하나도 없었어요.
어느 구간이 가장 힘들었나요?
70km 지점 이후부터 골인까지 힘들었어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코스였는지 길이 험하더군요. 이 구간을 어두울 때 통과했어요. 도중에 잠이 쏟아져서 레이스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죠. 몸은 멈추라고 하는데, 정신은 그렇지 않았어요. 첫 100마일 도전이어서 더 가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더욱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트레일 베스트(트레일러닝용 배낭) 없이 허리 벨트만 차고 경기를 마친 걸 봤습니다. 달리면서 영양분은 충분히 섭취했나요?
제 달리기 스타일은 다른 선수와 좀 달라요. 자동차로 치면 연비를 늘리기 위한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일명 '무급수 훈련'이오. 영양분을 조금만 섭취하고 오래, 멀리 가는 훈련을 했죠. 그러다보니 짐이 적어요. 가볍게 지고 가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훈련을 어떻게 하죠?
하루에 보통 20km 정도 달려요. 합치면 일주일에 120~130km 정도 뛰고요. 한 달 누적 고도는 8,000m 정도 됩니다. 평일에는 로드에서 달리고 산에는 주말에 가는 편이에요.
100km 이상 코스에 도전하는 트레일러너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정신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야 해요!
100마일 여자 1위 이하늘
"백두대간을 달린다는 것, 의미 있었어요"
이하늘씨는 트레일러너보다 '울트라 하이커'로 더 알려져 있다. 2년 전 존뮤어 트레일 350km 코스를 120시간 13분 기록으로 주파해 세계 기록을 세웠으며, 미국의 장거리 코스 3개를 모두 완주했다.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 100마일에서 그녀는 38시간 12분 49초 기록으로 골인,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번 대회 100마일 여자 1위에 오른 소감이 어떤지요?
몇 백 마일, 몇 천 마일 장거리하이킹은 해봤지만 100마일 트레일러닝 대회는 처음이라 완주가 목표였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어안이 벙벙해요. 공식적으로 국내 첫 100마일 대회 1위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코스는 어땠나요?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까요?
점수를 매기기에는 좀 어렵긴 하네요. 장수트레일레이스가 열리는 장수 일대가 산이 깊고 험준한 걸로 알고 있어요. 업다운이 자잘하게 많기는 했지만 중간에 임도길을 적절히 섞기도 했고, 무엇보다 백두대간 구간은 힘들긴 했지만 재밌기도 했어요. 뜻깊기도 했어요. 물론 중간에 조금 의문스러운 지점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코스 디렉팅을 할 때 많은 고민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 어디였죠? 이 구간을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버텼을까요?
육십령에서 할미봉을 지나 서봉을 오르는 덕유산 구간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80km 지점을 지나 어느 정도 피로가 쌓이기도 했고, 트레일 중 최고 고도를 향하는 길이라 오르막도 길었고요.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구간은 산림레포츠센터에서 출발해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때 같아요. 그때 너무 졸렸거든요. 다행히 앞에 있던 다른 분과 함께 이야기하며 동반주를 했던 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실시했던 훈련이 있을까요?
지구력 훈련을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측면이 크긴 합니다. 이번 장트레를 통해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기도 해서 특별 훈련 과제를 많이 받은 느낌입니다.
해외의 다른 대회 혹은 트레일 코스와 비교했을 때 장수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100km와 100마일 레이스의 경우 백두대간을 지나간다는 것이 특징일 것 같아요.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의 분수령이라 의미 있는 트레일이니까요.
장수트레일레이스 100km 코스는 국내에서 가장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3회 이상 왕복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코스를 29시간 30분 이내에 완주해야 하는데, 천상데미봉(1,020m), 팔공산(1,151m), 신무산(896m), 백운산(1,279m), 장안산(1,237m) 등 해발 고도 1,000m 이상 되는 산을 여럿 넘어야 한다.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 흙길이라 미끄럽기도 하다. 비가 오면 이 산길 대부분이 진흙길로 변하는데, 미끄러워 넘어지기 쉽다. 대회 때는 흰색 리본이 코스 곳곳에 달려 길을 잃을 염려가 없었다. 대회가 끝나고 이 리본은 회수한다. 그래도 일반 등산객은 이 길을 비교적 손쉽게 찾아 갈 수 있다. 이 길은 원래 금남호남정맥이기 때문이다. 장안산(1,237m)에서 시작하는 이 능선은 진안의 부귀산(806m)에서 끝나며 거리는 65km로 정맥치고 비교적 짧아 많은 등산 마니아들이 찾는다.
이 코스를 제한 시간 안에 완주하기 위해선 꾸준히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 보통 대회 시작 6개월 전부터 달리기와 산행을 통해 한 달 누적거리 200km, 누적고도 1만m 정도를 채우면 완주할 수 있지만 컨디션 관리도 필요하다.
유용했던 에너지젤
덱스트-청사과 맛
요즘 에너지젤은 잘 나온다. 어느 것을 먹어도 괜찮은 효과를 낸다. 여기서 '효과'란 몸에 에너지가 차는 느낌을 말한다. 자동차 연료가 떨어졌을 때 주유소에서 기름을 충전한 다음 운행하는 느낌이랄까? 링티에서 올해 상반기 출시한 덱스트도 그 역할에 충실했다.
덱스트는 고함량 포도당과 K-대학교 연구진과 공동 연구·개발한 피로 해소 및 지구력 증진 기능의 특허 조성물인 '리커버리 콤플렉스 LT'를 조합해 만들었다. 1포당 탄수화물 23g, 당류 22g, 단백질 0.5g 미만 함유되어 있다.
이 외 조경훈 기자가 나눠준 '소금 캡슐(알약)' 효과도 톡톡히 봤다. 이 알약은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은 상황을 피하게 했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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