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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은 세계를 내 품에 안아 녹여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것들을 쓰다듬고, 보듬고 안아서 뜨거운 영혼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다. 풀잎 하나의 흔들림에도 유심한 마음을 내는 것이 시를 쓰는 일이다. 시는 맑고 푸른 감성이 지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건져 올린 울림 있는 시를 만나고 싶다.
홍주 조오순 시인의 유고 시집 「별을 꿈꾸는 너」(2020, 경남)에 담긴 시를 곁에 두고 읽었다. 차분하게 정제된 정갈한 시를 읽으면서 '시조집이 아닐까'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조오순 시인은 '봄 주부대출신청 비'에서 '나는 비를 타고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비에 실려 오는 기운을 안으로 쟁인다', '빗줄기 점점 굵어진다/ 속 깊이 갇혀 있는 꿈을/ 고치실로 꼬아,/ 내 시의 연줄 하리라'라고 하면서 '개는 날/ 시의 연을 세상 밖으로 날리리라'고 한다. '이 봄날 내 영혼이/ 인식할 시를…'이렇게 끝맺는다.
조오순 시인은 정년퇴임을 하 과중채무자 고, 십여 년이 지난 후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크고 간절했으면 '갇혀 있는 꿈을 고치실로 꼬아서 시의 연줄'을 하겠다고 하겠는가. 늦은 나이에 등단해 시를 쓰기 시작했지만, 시에 대한 진심은 잉걸불 같다. 그 불꽃은 뜨겁고도 차갑다. 푸른 불꽃이다.
'어스름 저녁에'서 '별은 무슨 마음으로/ 나의 둥지가 되려고/ 기업은행 사업자대출 철없는 어린애마냥/ 내 가슴을 이렇게 파고드는 것일까' 하고 노래한다. 시인은 맑은 소녀다. 별이 가슴에 파고든다는 것은 맑고 푸르게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소신이 아닐까.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가슴으로만 느껴지는 것임을/ 소리치고 싶구나// 기적 소리에 새벽이 오고/ 가난한 이름은/ 해사한 웃음을 주식자금대출 머금은 채/ 내 가슴팍에 안겨 든다'('남으로 달리는 밤열차', 부분) 시적 화자는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고민한다. 그것은 '가슴으로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순수한 영혼으로 무장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홍주 조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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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황홀한 사랑의 꿈으로/ 난만히 흩날려/ 삶의 강을 건넌다네'('민들레꽃 편지') 민들레 홀씨가 흩날리는 모습을 이렇게 황홀하게 적은 시를 처음 만났다. '삶의 강을 건넌다'는 시적 표현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홀씨를 맺어 그것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유의 시간을 가졌을까 궁금하다. 이것은 며칠의 사유로 나올 수 있는 시의 문장들이 아니다. 삶을 관조하는 긴 터널을 지나서 비로소 건져 올린, 가슴을 파고드는 시문이다. 이 시문들은 시인과 함께 별이 되었을 것 같다.
'봄비는/ 생명을 불러내려고/ 우주를 들어 올릴 힘을/ 삼라만상에/ 내리고 있네'('봄비·2', 부분) 봄비가 내리는 것을 '생명을 불러내려고 삼라만상에 우주를 들어 올릴 힘'으로 본 서정적 자아의 무한한 시적 확장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우주를 들어 올릴 힘'이 바로 봄비다. 당신은 봄비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너는, 정녕/ 풀숲을 반짝이며/ 흐르는 땅 위의 별/영원을 노래하는 강물인 것을'('반딧불이·1, 마지막 연')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반딧불이를 '땅 위의 별'로 규정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강물이'라고 한다. 어쩌면 시인의 소망을, 시적 화자를 통해서 표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영원을 노래하는 강물이 되고 싶은 소망, 하나의 별이 되고 싶은 마음이 진하게 전해져 온다.
'내 안의 피를 말리던/ 무량의 고뇌가 말끔히 사라지고/ 내 영혼은 한없이 경이로워진다'('융프라우Jungfrau', 부분)에서 융프라우의 경관을 보고 영혼이 한없이 경이로워졌다고 인식한다. 시인의 관심사는 언제나 영혼에 있다. 언제나 깊은 영혼의 변화를 주시한다.
'우리 삶에서 너무나 사소한 것들/ 온돌방 아랫목/ 재스민 향기/ 바람/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휑한 가슴을 채워준다'('단 1% 응원의 힘', 부분) 영혼의 변화, 다음으로 관심이 많은 것은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 나를 토닥이고 대상들을 토닥이는 따뜻한 마음, 병상을 지키는 어머니의 마음이 시집을 채운다.
유난히 봄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했던 홍주 조오순 시인은 깊고 푸른 샘물을 가진, 별 호수를 가진 영원한 소녀였다. 조 시인이 심어 놓은 지상의 시들이 지상의 별이 돼 반짝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