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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타이완에서는 23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 왕족을 향해 단도를 날리고 순국한 조명하 의사가 있었습니다.항일 무력투쟁에 나선 '4대 의사'에 속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우리 기억에서는 멀어져 있습니다.
일본 대사 이토 히로부미가 고종황제에게 '일한 협약서'를 내밀며 강제로 '을사조약'을 체결한 1905년, 조명하 의사는 황해도 송화군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조용우 선생은 종종 어린 조 의사를 앉혀놓고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과 일제의 부당성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조 의사는 6살 무렵부터 아버지에게 스탁론 한학을 배운 것으로 돼 있는데, 유난히 총명한 모습을 본 아버지 조용우 선생이 어려운 집안 형편을 무릅쓰고 9살 무렵 인근 '풍천(豊川)보통학교'에 진학시켰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이후 거사를 일으킬 무렵 조 의사는 일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 풍천(豊川)이라는 지명에서 따온 가명 '明河豊雄'을 사용합니다. 일본어 발음으로는 '아케가와 도 주택전세자금대출 미오' 이지만, 한자 독음으로 읽는다면 '명하풍웅', 조명하 선생 본인이 풍천의 영웅이 될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기본 교육을 마친 조 의사는 1926년, 21살의 나이로 황해도 신천군청의 서기로 임용됩니다. 현재로 보면 지방 공무원인데, 관료주의 분위기가 강했던 당시로서는 상당한 사회적 성공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휴학생대출한도조 의사가 군청에서 일한 기간은 6달 남짓입니다. 그 기간 같은 황해도 출신인 김구 선생과 노백린 선생 등 선각자들의 독립 투쟁 이야기를 전해 들은 조 의사는 주변 동료들과 항일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926년 9월, 조 의사의 부인이 친정에서 첫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어머니 바꿔드림론 추가 와 함께 미역과 아기 포대기, 아기 옷을 들고 터벅터벅 처가를 향해 걸어가는 조 의사. 그런데 조 의사는 처가 사립문이 보일 무렵 "큰 볼일이 있어서 멀리 떠나야겠습니다"며 만류하는 어머니 손마저 뿌리치고 그 길로 일본 오사카행 배에 오릅니다.
조 의사는 일본에 도착해 가족들에게 사진과 편지를 몇 차례 보냈지만, 편지를 읽은 즉시 찢어버리 중기청지원 고 답장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의거 후 가족들이 일제의 처벌을 피할 수 있었는데요. 역설적이게도 조 의사의 행적에 대한 기록 대부분이 사라져 연구를 어렵게 하는 원인도 됐습니다.



사진 맨 왼쪽이 조명하 의사, 유학 시절 가족들에게 편지와 함께 부친 사진 2장이 남아있다.


오사카 상공전수학교를 다니며 기회를 엿보던 조 의사에게 우리와 같은 일본 식민지 신세였던 '타이완'이 눈에 들어옵니다. 청-일 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이 타이완을 일본에 할양하면서 타이완은 우리나라보다 이른 1880년대에 일본 식민지로 편입됩니다. 일본 왕족들의 여름 휴가지로 각광을 받을 만큼, 타이완은 당시 일본 고위층에서는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됐었던 곳입니다.
일본에 도착한 지 1년여 지난 1927년 11월, 다시 조 의사는 짐을 챙깁니다. 짐 안에는 옷가지와 책 10여 권이 전부였습니다. 거사 후 유품으로 남은 것들입니다.
타이완의 중심지인 타이베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는지 타이완 중부 타이중으로 거처를 옮긴 조 의사는 일본 센다이 사람 '아케가와 도미오(明河豊雄)' 로 가장해 일본인이 운영하는 찻집 '부귀원'에 취업하는 데 성공합니다.



차 배달과 상품을 포장하는 점원으로 일하며 남는 시간에는 인근 숲에서 타이완인 장톈제(長天弟) 씨에게 '검도술' 즉 칼 쓰는 법을 배운 조 의사. 이렇게 거사를 준비하던 중 절호의 기회를 포착하게 됩니다. 타이완 신문에서 일왕의 장인이자 육군 대장인 구미노미야 구니요시가 1928년 5월 타이완에 현장 시찰을 나온다는 기사를 읽은 겁니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타이중 찻집 ‘부귀원’ 근무 당시 조명하 의사(제공: 김상호 교수)


당시 부귀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은 "신문에 난 구미노미야 구니요시 전하의 시찰 기사를 한참 들여다보곤 했다"며 "사건 전날에는 일찌감치 모기장을 치고 잠이 들어 있었다"고 일제 조사에서 증언했습니다. 일제의 기록을 보면 조 의사는 의거 전날부터 단도를 몸에 품고 구니노미야의 시찰 예정지를 둘러보며 의거 지점을 물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거 당일인 1928년 5월 14일 8시 30분쯤 차 배달을 마친 조 의사는 오전 9시 자전거를 타고 타이중 시내 다이쇼마치 1가 도서관 앞에 도착합니다. 현장에는 구니노미야를 환영하기 위해 인근 학교에서 동원된 어린 학생들과 구경꾼들, 제복을 입은 경찰들로 북적였습니다.



9시 50분쯤 관사에서 구니노미야를 태운 무개차(지붕 없는 차)가 출발합니다. 조 의사가 서 있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며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차량. "상소를 올립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조선 청년 조명하는 차량의 오른쪽을 잡고 뛰어올라 독을 묻힌 단도를 구니노미야를 향해 휘두릅니다. 순간 주변에 앉은 무관들이 구미노미야를 감쌌고, 운전사는 차량의 속도를 올립니다. 한 차례 기회를 놓친 조명하 의사는 그동안 연습해 온 대로 단도를 날렸습니다. 구니노미야의 왼쪽 어깨를 스친 단도는 운전사 등에 가 박혔습니다.



놀라 웅성이는 군중들을 향해 조 의사는 이렇게 외칩니다.
"당신들은 놀라지 말라. 나는 대한을 위해 복수하는 것이다. 대한 독립 만세!"거사 직후 독 묻은 칼을 맞은 구니노미야는 열흘 동안 병원 등에서 4차례 진료를 받습니다. 상처가 가볍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발간된 《황족사인책자》에는 구미노미야가 반년 뒤 '복막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당시 일본 당국은 이 사건을 매우 중하게 봤습니다. 조 의사가 의거를 일으킨 지 불과 2시간 20분 만에 일본의 육군장관이 첫 보고를 받아볼 정도로 긴급 타전됐습니다. 구니노미야 수행단의 최고 책임자인 '마츠키 중장'의 보고서였습니다. 이후에도 관련 문건이 31건이나 생성됐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조명하 의사의 의거는 한 달 뒤에야 처음으로 보도 됩니다.



*그래픽: 권세라, 이영현 *사진·자료제공: 김상호 교수
조 의사가 혼자 실행한 '단독 의거'임을 주장했는데, 이를 믿지 않은 일경이 배후를 색출해 내고자 상당 기간 비밀에 부친 겁니다.
김상호 조명하의사연구회장은 "편지 등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조 의사의 신중한 성격과 일본 당국의 언론 통제가 조명하 의사의 의거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원인이 됐다"고 봤습니다.
의거가 있은 지 5달여 만인 1928년 10월 10일 오전 10시 12분, 조 의사는 타이베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고작 23세였습니다.



당시 조 의사와 함께 타이베이 형무소에 수감됐던 타이완 작가 왕스량(王詩琅, 1908-1984)은 훗날 조경래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와 함께 수감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 의사의 의거 사실과 그가 사형을 선고받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타이완에서 우리 타이완인이 해야 할 일을 조선인인 조 의사가 했다는 사실에 비록 우리가 직접 하지 못해 부끄럽기는 했지만, 모두가 칭송하며 기뻐했습니다. 그 일은 참으로 용감하고 통쾌한 대사건이었습니다."

- 타이완 작가 왕스량(王詩琅, 1908-1984), 《조명하 의사 약전》中



'조명하 의사'의 의거는 일제 강점기 동안 황족을 직접 겨냥한 유일한 의거였습니다. 게다가 임시정부 등의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금을 준비하며 실행한 '단독 거사'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타이완 총독은 사임했고, 일본 내각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파장이 큰 의거였지만 우리 기억 속에서는 저만치 멀어져 있습니다.
광복 80주년 기획 취재차 타이완에 남은 조명하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는데요. 조 의사 의거 현장에는 민간의 노력으로 10여 년 전에야 팻말이 세워졌지만 조 의사가 순국한 타이베이 형무소 자리는 한쪽 벽면만 남았고 그나마 일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조명하 의사 순국지인 타이베이 형무소 터에서 김상호 연구회장이 보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25.8.12)(영상:안용습 기자)


김상호 조명하의사연구회장은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 순국지 바로 앞이 유명한 과자 가게입니다. 한국 관광객들이 타이완에 오면 대부분 이 과자가게에 들르는데, 바로 앞에 있는 조명하 의사 순국지도 잊지 않고 다녀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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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기자 (shiny33@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