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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학(연세대 전자공학과)을 졸업한 성상엽은 유학을 꿈꿨으나 외환위기로 포기하고 한국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외국 컨설팅사에 입사. 사회적 신분과 높은 보수가 보장되는 직장이었다. 그러나 뭔가 자신만의 일을 해야겠다는 그의 야망과 도전정신을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직장생활 1년여 만에 뛰쳐나와 광야에 홀로 선다. 벤처 붐이 불던 2000년이었다. 창업한 회사는 IT 솔루션을 다루는 인텔리안시스템즈. 주로 중견기업들의 소프트웨어(SW)를 구축해주는 일인데 그럭저럭 돈벌이는 되나 매일 같이 술 상무를 해 신한은행인터넷뱅킹 야 하는 고달픈 인생이었다. 더더군다나 100% 국내 사업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 기업, 그리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분야. 그렇게 해서 찾은 분야가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 사업이었다. 한국은 아예 시장이 없고 외국에는 코브햄이라는 영국의 방산 기업이 있었다.
“그래 틈 중소기업확인서 새를 노리면 될 수 있어.” 의기투합한 겁 없는 젊은 청년 6명이 모여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2004년 2월 5일이었다. 강남 논현동에 15평짜리 사무실을 구한 이들은 어떻게 물건을 만들어야 할지, 누구에게 팔 수 있을지조차 감이 없었다. 본인들의 사업 구상을 10장짜리 파워포인트로 만들어놓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구매처를 찾아 금화저축은행 나설 작정이었다.
마침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인터내셔널 보트쇼가 열렸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보트에 대한 상품과 서비스를 한곳에 전시해놓은 행사였다.
“그래 이곳에 가면 우리가 뭔가를 찾아낼 수 있지 않겠어.”
그렇게 해서 창업 직원 6명 모두 마이애미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애틀랜타를 경유해 목 스파크 cvt 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25시간이 걸렸다. 행사장 옆 허름한 여관에 투숙한 그들은 보트쇼가 열리자마자 행사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보트에 들어가는 전자장비를 만드는 회사들이 있다. 낚시를 하려면 어군탐지기도 있어야 하고 레이더 같은 건 필수적이었다. 그 장비에 위성방송을 수신해 TV를 시청할 수 있는 장비를 끼워 팔면 안 될까?”
광주개인회생 부스가 가장 큰 기업을 찾았다. 미국 5대 방산 업체인 레이시온의 자회사 레이마린이라는 곳이었다. 버벅대는 영어로 부스 안내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우리가 이런 것 만들려고 하는데 너희 회사 누구랑 얘기하면 되겠냐?”
생각보단 친절했다. 노트북 컴퓨터에 있는 10장짜리 장표를 넘겨본 그는 “우리 생산 책임자와 얘기하면 될 것 같은데 지금 보스턴에 있으니 이메일로 추후 연락을 해봐라”고 답을 줬다. 채 5분이 안 되는 이 만남이 성상엽과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의 운명을 바꿔놓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이메일 몇 통이 오가더니 레이마린이 “그럼 한번 만들어 볼래” 하면서 스펙을 줬다. 이런 사양으로 제작하라는 지침이다. 주문형생산(OEM). 돌이켜보면 군사용에 버금가는 스펙. 당초 30억원 정도 비용만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 정도 까먹더라도 배우는 게 있겠지라는 각오로 덤볐다. 그런데 웬걸. 개념 설계는 되는데 실제 생산에 가서는 엄청난 에러가 발생했다. 100% 페일(Fail). 1년 반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스펙을 맞출 수 있었다. 그동안 좀 벌어놓은 돈 다 까먹고, 산업은행 등에서 저리 대출받아 근근이 버텼다. 족히 200억원은 들어갔다. 그것이 오늘날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를 탄생시켰다.
회사를 차릴 당시 이들이 가진 거라고 노트북 컴퓨터 한 대. 이걸로 제안서 만들어 PT 하고, 이메일 영업도 하고…. 결국 마이애미에서 대어를 낚은 그 노트북. 20년 넘게 간직하고 있는 성 회장의 보물 1호다.
[손현덕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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