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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리 전투를 이끈 백야 김좌진과 관련 꼭 기억해야 할 인물 중의 하나가 천안 출신 이장녕 장군이다. 백우 이장녕은 육군무관학교와 신흥무관학교, 북로군정서, 청산리전투, 대한독립군단, 신민부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정이 김좌진과 연결된다. 함께 군사를 기르고 전쟁터를 누볐으며, 다양한 형태의 독립운동도 같이했다. '장군' 김좌진 곁에 '참모' 이장녕이 있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비극적으로 세상을 떴다.



백우 이장녕 (청산리전투 승 삼성전자연차휴가 리에 크게 기여한 천안 출신 독립운동가)


백우 이장녕은 1881년 충남 천안 목천읍 서리에서 이병칠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훗날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국무령과 주석 등을 지낸 8촌형 이동녕이 인근 목천읍 동리에서 살았다.
1900년 백우는 대한제국이 군대 지휘관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농협대학 등급 육군무관학교에 입학했다. 1902년 육군 보병 참위(소위)가 됐고, 졸업 후 육군 부위(중위)에 올랐다.
일제는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했고, 1907년에는 정미7조약을 맺어 내정을 장악하고 군대를 해산했다. 백우는 군대가 없어지자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황실 친위대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뿌리치고 고향에 내려와 최저 있다가 망명길에 오른 것이다. 백우는 12살 위인 집안의 형 이동녕과 해외 독립운동을 벌이기로 약속하고 1907년 온 가족이 만주 서간도 유하현으로 이주했다.
이무렵 서간도에는 애국지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국내에서 신민회를 결성, 독립운동을 벌였던 인사들이 해외에서 군사를 길러 독립전쟁을 벌이기로 하고 망명길에 오른 것이다. 우당 이회영 원리금균등상환 엑셀 가문을 비롯하여 영남의 이상룡, 김대락, 김동삼 집안과 수많은 청년들이 찾아왔다. 이들보다 앞서 서간도로 이주하여 지역 실정에 밝았던 백우는 1911년 유하현에서 자치기관인 경학사, 교육기관인 신흥강습소 설립에 참여한다. 강습소는 1912년 7월 통화현 합니하로 이전하여 신흥무관학교로 명칭을 바꿨고, 1919년에는 3.1운동 이후 입학자가 늘어나자 유하현 취업후학자금대출생활비 대두자에 학교를 크게 지어 이곳을 본교로 삼았다.
◇독립운동 펼친 이장녕 장군 아들



이의복(장남) (왼쪽),  이의명(차남) 독립운동가


신흥무관학교는 이철영과 이동녕, 이상룡, 여준, 이광, 이세영 등이 교장을 맡았고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 출신들이 다수 합류했다. 백우도 무관학교 출신 신팔균 이범석 지청천 등과 교관으로 일했다. 신흥무관학교의 교관과 학도단장을 거쳐 교장 대리까지 지냈다. 고향을 떠날 때 약속한 대로 이동녕을 만나 함께 독립운동을 벌인 것이다.
백우는 1919년 서로군정서에 참여했다. 간도의 신민회계 인사들이 한족회를 만들고, 그 산하에 무장조직인 군정부를 뒀다. 이 군정부가 상하이 임시정부의 지시로 서로군정서로 이름을 바꿨는데 우두머리인 독판은 이상룡, 참모장 김동삼, 교관 지청천 신팔균 등이 있었고, 백우도 여기서 일했다. 군정서의 부관과 신흥무관학교의 교장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이 무렵 백우는 북로군정서로 옮겨가면서 김좌진과 인연을 맺게 된다. 대종교가 주축이 되어 북간도에 설립한 북로군정서(대한군정서, 총재 서일)는 군사전문가인 김좌진에게 군사부문을 맡겼다. 김좌진이 서로군정서의 수장인 이상룡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상룡이 신흥학교 교관인 이장녕 박영희 김훈 백종열 강화린 등을 보낸 것이다. 신민회 및 신흥학교와 교류가 깊었던 김좌진의 덕분에 북로-서로군정서가 긴밀하게 연결된 것이다. 이로써 북로군정서는 총재 서일, 총사령관 김좌진, 참모장 이장녕, 사단장 김규식, 여단장 최해, 연대장 정훈, 연성대장 이범석의 탄탄한 조직을 갖추게 된다.



청산리전투 때 독립군이 사용한 소총과 탄약. 자료=독립기념관





이장녕은 북로군정서 참모장으로서 독립군의 군복을 디자인했다. 사진은 광복군 군복.





이장녕이 신민부 참의원으로 선임되었다는 독립신문(상하이서 발행) 1925년 5월 5일자 보도.


백우는 김좌진 사령관의 참모장으로 군사훈련과 군수보급, 대민활동을 맡았다. 신흥무관학교 동료들과 함께 사관연성소에서 군사학을 가르쳤다. 무관학교에서 교재를 가져오고, 직접 인쇄도 했다. 실전에 대비한 군사훈련도 실시했다. 백우는 독립군 군복도 직접 제작했다.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의 제복을 본떠 만든 북로군정서의 군복은 독립군과 광복군으로 그 전통이 이어졌다.
백우는 군수 보급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청산리전투에 참여했던 이우석(1994년 작고)의 회고에 따르면 1920년 6월 농민 200여 명, 경비대원 30여 명이 산길을 타고 훈춘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무기를 구입해왔다. 어두운 밤에 체코병단으로부터 무기와 기관총, 실탄을 인수하여 등에 지고 운반했다.
백우는 북간도지방의 주민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도 맡았다. 청산리전투 당시 일본군의 동태를 사전에 파악하여 능동적, 선제적 대응으로 대승을 거두게 한 것이다. 전투를 하러 입산할 때 주민들이 주먹밥을 싸주고 일본군 정보를 제공한 것도 부대와 주민들 사이에 강한 연대감이 강했기에 가능했다. 백우의 유능한 참모 역할이 청산리 전투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김좌진은 백우를 항상 자신의 옆에 뒀다. 청산리전투 이후 독립군 부대들은 밀산으로 이동하여 대한독립군단을 결성했다. 총재는 서일, 부총재는 홍범도, 참모부장은 김좌진이었고 백우는 참모를 맡았다. 1921년 자유시참변을 겪고 돌아온 독립군들이 대한군정서를 재건했을 때도 참모에 임명됐다.
192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개최한 국민대표회의에 지린성 대표로 참가하였다. 임시정부가 창조파와 개조파로 분열하자 만주지역 독립운동단체만이라도 통합하자는 논의가 일었고 1924년 남만주지역 전만주통일회주비회 발기회가 열렸을 때 김좌진이 주도하는 대한독립군단 대표로 참가했다.
1925년 북만주에서 북로군정서 출신들이 주축이 돼 항일운동단체인 신민부가 결성되자 김좌진은 군사부위원장 겸 총사령관 ,백우는 참의원으로 일했다. 1930년 만주에서 민족유일당 조직 운동이 일어나 한족자치연합회를 모체로 한국독립당이 탄생하자 감찰위원장을 맡았다.
한국독립당은 1931년 만주사변이 일어나고 일제의 괴뢰정부인 만주국이 들어서자 한국독립군을 조직하고 중국군과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총사령관은 지청천이었고 백우는 참모관을 맡았다. 한국독립군은 병력을 모으고 중국군과 관할지역을 나누는 등 전투를 준비했다.
일제가 세운 만주국은 독립군을 폭도로 규정, 일본 관동군과 함께 토벌작전을 벌이고 독립운동가를 잡아 고문 처형했다. 백우는 이러한 위험을 피해 가족과 함께 중국 관내로 이동하던 중 1932년 1월 24일 일제에 매수된 중국인 마적단에게 피살당해 순국하고 만다. 광복을 위해 만주로 망명한지 25년, 51세의 나이로 허무하게 생을 마친 것이다.



아버지 이장녕을 따라 독립운동에 투신한 장남 이의복도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재근 선임기자


백우 이장녕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군인의 전형이다. 김좌진이 사령관인 북로군정서에 합류하여 교재를 만들어 군사학을 가르치고 군복도 디자인했다.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무기를 확보, 화력을 갖추게 함으로써 청산리전투의 밑거름이 됐다. 그의 집안 형 석오 이동녕이 상하이 임시정부의 큰 어른이자 정신적 기둥이 역할을 하며 꿋꿋하게 백범 김구를 도운 것이 연상된다.
사실 이장녕은 김좌진보다 나이도 8살 많고 육군무관학교도 먼저 졸업한 군대 선배였다. 그러나 백우는 김좌진의 참모로서 교육과 훈련, 보급 등을 매우 충실하게 해냈다. 조국 광복이라는 대의 아래 계급과 상하를 따지지 않았고, 늘 전장을 함께 한 것이다. 김좌진의 호가 '백야', 이장녕의 호가 '백우'이고, 김좌진이 순국한 날이 1930년 1월24일, 이장녕이 피살된 날짜도 정확이 2년 뒤인 1932년 1월24이다. 놀랍고 기이한 일이다.
백우의 큰 아들 이의복은 신흥무관학교를 나와 만주에서, 둘째 이의명도 중국 황포군관학교를 마친 뒤 광복군에서 독립운동을 한 것도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