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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아니라고 물로 그[남형도의 못마침표] 강력 범죄 일상화된 층간소음… 아무 대책이 없다
[미디어오늘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 층간소음. 사진=gettyimagesbank



'귀가 트였다'는 표현이 있다. 쿵, 쾅, 쿵쿵, 드르륵, 하는 층간소음을 듣기 시작했단 뜻이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이러한 '귀 트임'을 지옥 같은 일상의 시작이라고 본다. 그때부터 층간소음 가해자가 내는 온갖 소음에 곤두서기 시작하기 때문.

거금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지난해 말 10억 전후의 아파트를 산 40대 직장인 준호씨. 그간 전 일산현대스위스 세살이를 하다 비로소 내 집이 생긴 날, 뛸 듯 기뻤다고 했다. 40년간 원리금을 갚게 돼 있었어도 행복했단다. 아내와 어린 딸도 기뻐했다. 쿵쿵쿵쿵쿵, 하는 윗집의 층간소음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단다.
“대화하다가 처음 들린 거예요. 쿵쿵쿵쿵쿵, 다시 쿵쿵쿵쿵, 또 쿵쿵쿵쿵쿵쿵.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천장을 봤는데 알 수가 없었어요. 나 지자체 중에 알고 보니 그걸 '발망치'라고 하더라고요. 발 뒤꿈치로 쿵쿵 찍으며 돌아다니는 거요. 층간소음 관련 카페에 고민을 털어놨더니 '귀가 트이셨네요'라고 하더라고요.”
귀가 열린 뒤부터는, 청각이 24시간 내내 곤두서기 시작했다. 준호씨 윗집은 최악이었다. 저녁까진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자정까진 부엌 소음이, 이른 새벽엔 화장실에서 부주의 서초보금자리 하게 딱딱거리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났다.
아내는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했고, 딸도 곤히 자다가 깨어 울음을 터트렸다. 준호씨 역시 불안과 화와 막막함 같은 감정이 뒤섞여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밤 9시가 넘은 시각, 아이들이 뛰어다니던 어느 날, 준호씨는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민원을 넣었다.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올라가 윗집 사람과 현대캐피탈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윗집 남자의 태도가 이랬다.
“네? 층간소음이 심해요? 별로 안 뛰었는데….”
적반하장. 전혀 미안하단 말도 없는 뻔뻔함. 준호씨는 속에서 불덩이 같은 게 튀어나올 것 같았단다. 별다른 방법이 없어 내려왔다. 그러고도 30분을 더 쿵쿵거린 뒤에야 그날 분량의 층간소음이 끝났다. 원인을 해결할 방법이 대신저축은행 채용 묘연하니, 방어라도 하자고 맘 먹었다.
층간소음 피해자 카페 글을 검색해, 성능이 좋단 귀마개와 백색소음기를 주문했다. 귀마개를 돌돌 말아 귀에 꽂아 넣으며, 그러느라 아침에 얼얼하게 아픈 귀를 어루만지며 '내 집에서 이게 뭐 하는 걸까' 한탄했다.
그러나 백색소음도, 귀마개도, 육중하고 둔탁한 층간소음까지 잡아주진 못했다. 준호씨는 이후에도 윗집 현관문에 쪽지를 붙이고, 관리실을 통해 민원을 넣었다. 소용없었다. 관리실에서 운영한다는 층간소음 중재 기구에도 신청서를 냈다. 제대로 처음 마주한 윗집 남자와의 대화에서, 가해자는 이리 말했다.
“자꾸 민원 넣으시니까 스트레스 받아서 죽겠네. 우린 매일매일 엄청 조심하고 있어요. 그렇게 예민하시면 단독주택 가시던가, 자꾸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층간소음 중재 기구에 있던 전문성 없는 이들은 “이웃이니 서로서로 조심합시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결론을 냈다. 이후에도, 당연하게도 층간소음은 해결되지 않았다. 외려 보복하듯 쿵쿵 찍는 소리까지 들렸다.
정부에서 운영한단 이웃사이센터에도, 지자체 층간소음 상담센터도 다 신청했으나 무용했다. 기다리는 기간만 오래 걸리고,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전혀 없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거의 두 가지밖에 없었다. 보복 소음을 내는 스피커를 사서 전쟁을 하던지,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을 하던지.
층간소음 보복 스피커는 중고가 10만 원 초반 정도에 거래되고 있었다. 천장에 붙여 똑같이 소음을 내는 방식이라 했다. 그 역시 스트레스일 것 같다고, 똑같은 인간 되고 싶진 않았다고, 준호씨는 포기한 이유를 말했다. 변호사를 통해 소송하자니 입증도 쉽지 않고, 처벌 수위 역시 몇 백만원 정도로 미미하단 걸 알았다.



▲ 2023년 12월1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 주택 층간 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준호씨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까지 나잖아요. 정말 놀라운 거예요. 주무부처가 국토교통부일까요?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정부가 이렇게 손 놓고 있는지. 층간소음 살인 기사에 뭐라고 댓글 달리는지 아세요? 살인은 잘못된 거지만, 오죽하면, 이해된다고. 층간소음 기사에만 그렇게 달려요.”
그게 벌써 3년이 됐고, 준호씨는 올해 이사 가기로 맘 먹었다고 했다. 해결책이 어떤 게 있을까 묻자, 그는 작심한 듯 이리 답했다.
“층간소음 가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구체적이고 강력한 법이 필요합니다. '멈추지 않으면 정말 큰일나겠구나' 싶은 정도로 하지 않으면 안 바뀝니다. 절대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