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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번쩍하더니 돌과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20일 매일경제가 찾은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은 마을 입구부터 벌겋게 물든 흙탕물과 뒤엉킨 나뭇가지, 각종 폐자재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로등은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부서진 전봇대에 걸려 넘어진 전선은 아직도 치워지지 못한 채 바닥에 엉켜 있었다.
인근 와룡산의 산사태로 암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린 마을버스 정류장은 각종 생활 폐 스파크 스파크s 기물과 진흙에 섞여 파묻혀 있었다. 산사태로 내부마을에서만 주택 두 채가 매몰돼 70대 부부와 20대 여성 등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산사태로 사망한 20대 여성의 이모부는 이날 현장에서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목숨을 잃어 허망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도로는 어느 정도 정비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곳곳에 진흙과 부서 퍼스트론 진 자재들이 남아 있었다. 차량 통행은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다. 별다른 배수시설 없이 위쪽에서 밀려 내려온 누런 흙탕물은 계곡처럼 도로를 따라 흘러내렸다.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 한 마을에 폭우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려 차량이 파손돼 있다. 2025.7.20 [뉴스 웰컴론 무직자 1]



경남도에 따르면 이번 산사태는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산청군에 시간당 10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누적 강수량은 무려 800㎜에 육박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산청군에서만 10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20일 오전까지 하동·합천 지역을 포 은행대출 필요서류 함해 11개 마을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일부 지역은 전화와 인터넷 사용도 불가능했다.

남부 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든 집중 호우는 20일 경기 북부에 집중됐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경기도 가평군에는 197.5㎜에 달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의정부시와 포천시도 각각 178.5㎜, 163.0㎜의 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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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 가평군 마일리의 한 캠핑장에 고립된 시민들이 소방 로프를 타고 탈출하고 있다. 2025.7.20 [뉴스1]





20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1리 마을이 전날 밤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쑥대밭이 됐다.2025.7.20 [뉴스1]



새벽 시간대 물 폭탄이 쏟아진 가평군에서만 사망 2명, 실종자 8명이 발생했다. 조정면 신상리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지며 4명이 매몰됐다. 이 중 3명은 구조됐지만 70대 여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산청, 가평 뿐만 아니라 16일부터 닷새간 지속된 호우는 전국 곳곳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경남과 인접한 울산, 부산, 대구도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교통 통제가 이어졌다. 국보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 12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7일 만인 19일 오전 물에 잠기기도 했다.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수촌리 일대 논과 비닐하우스가 폭우로 침수돼 있다. 2025.7.17 [사진 = 연합뉴스]



농작물 역시 큰 피해를 보았다. 극심한 호우 탓에 축구장 3만4000개 면적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 기준 벼, 콩 등 농작물 2만4247㏊가 침수됐다. 지방자치단체 초동 조사 결과인 만큼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복구를 위한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400㎜ 넘는 폭우가 내린 광주·전남에서는 침수 피해를 본 농경지와 주택·도로 등의 복구에 힘쓰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피해 지역의 신속한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침수 지역의 위생 관리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업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7.18. [대통령실 제공]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호우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지시하며 피해 복구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복구비의 일부가 국비로 지원된다. 또 피해를 본 국민은 재난지원금과 함께 국세·지방세 납부 유예 등의 간접 혜택이 추가로 지원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행안부 제공] 2025.7.20



지난 19일 임명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임명 다음 날인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시켜 대응에서 복구로 공백없는 체계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중대본 회의 이후 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남 예산군과 당진시를 찾았다. 윤 장관은 “피해가 많이 발생한 지역은 원스톱 피해자 지원체계인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해 피해자 지원에 적극 임해달라”고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경남 산청군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법무부는 집중 호우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한 ‘피해 복구 지원단’을 긴급 구성했다. 지원단은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을 단장으로 피해 지역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 보험금 청구 등 법률 자문을 지원하고, 법무부 ‘원스톱 솔루션 센터’를 통해 통합 지원을 제공한다. 피해 현장에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을 긴급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