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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침수에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들이 뿔났다. 주민들은 17일 만에 다시 수해가 일어나자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지자체가 홍수를 막겠다며 혈세 수백억원을 들여 하천에 설치한 홍수예방시설이 되레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교 아래를 흐르는 서방천 정면에 악취 차단막, 하천 양쪽에 홍수 방어벽(오른쪽)과 조경석이 설치돼 있다. 광주시와 북구는 이곳 홍수 예방시설 설치를 위해 134억원을 투입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잇단 침수는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혈세 놀음이 초래한 인재(人災)다." 
통신연체확인방법 4일 오전 전날 오후 집중호우로 또 침수 피해를 본 광주 북구 신안동 들재매 마을 한 주민의 말이다. 신안동이 또 침수 피해를 입었다. 광주 북구 등에 따르면 3일 오후 광주에는 시간당 최대 74.8㎜의 비가 쏟아지면서 일일 누적 강수량 196㎜를 기록했다. 
이날 쏟아진 비로 인해 신안동 인근 도로가 침수되면서 차량의 은행 담보대출 통행이 제한됐고, 영업하지 않는 상가 안으로 물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침수 피해로 13명의 주민(10가구)이 가까운 용봉초등학교로 대피하기도 했다.
한 시각 장애 주민은 경찰 순찰차에 의해 대피소로 옮겨졌다. 지자체 직원들도 곤욕을 치르긴 마찬가지다. 침수 신고로 현장으로 나간 북구청 직원들과 주민·상인들은 밤늦게까지 배수 작업을 예금이자 세금 했다. 다행히 비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지역은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내린 집중호우에 피해를 봤던 상습침수구역이다. 빗물에 휩쓸린 2명이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고, 비가 그친 뒤 수해 복구 현장을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책 마련을 약속한 곳이다. 



급여 식대 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한 주민이 흙으로 범벅이 된 가재도구를 정리하던 일손을 잠시 멈추고 전날 밤 호우로 인한 침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번지수 잘못 찾은' 치수정책…피해는 애꿎은 주민 몫
잇단 침수에 북구 신안동 주민들이 뿔났다. 주민 skt교통비지급 들은 17일 만에 다시 수해가 일어나자 이를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지자체가 홍수를 막겠다며 혈세 수백억원을 들여 하천에 설치한 홍수예방시설이 되레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서방천 일부 구간에 설치된 투명 홍수방어벽과 신안교에 설치된 밀폐형 차단막 등을 침수의 원인으로 꼽았다. 
광주시가 서방천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2023년 일부 구간에 높이 1.5ｍ의 투명(아크릴) 방어벽을 세웠지만 오히려 이 벽이 빗물의 흐름을 차단해 마을 일대를 물그릇처럼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서방천의 물이 마을로 넘치지 않도록 설치한 방어벽이 하천으로 흘러가야 할 물길을 막으면서 마을을 고립시켰다는 것이다.
또 북구가 지난해 악취 저감을 위해 신안교 바로 아래에 설치한 차단막 역시 물길을 좁히고 배수 속도를 늦추면서 폭우가 쏟아진 상황에서 빗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 범위를 넓혔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영향으로 80대 신안동 주민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주택과 상가 70여 채가 물에 잠기는 등 광범위한 인명·재산 피해가 났다고 주장했다.
광주시와 북구는 이곳에 134억원을 쏟아 부었다. 광주시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3억 9900만원(국비 40억 포함)을 들여 1.14㎞에 달하는 구간의 서방천 개수공사(하천정비사업)를 했다. 이를 통해 비탈면 개량(조경석,식생블럭,옹벽)과 홍수방어벽 등 침수 예방시설을 설치했다. 북구는 11억원(전액 시비)을 투입해 우수 토실 상부 복개, 악취 차단막 및 악취저감 스프레이 등을 설치하는 신안교 주변 악취저감 사업을 추진, 지난해 완공했다. 



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들이 서방천 일부 구간에 설치된 투명 홍수방어벽과 신안교에 설치된 밀폐형 차단막 등이 잇단 침수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주민들 "홍수방어벽·차단막이 오히려 물길 막아" 분통
그러나 신안동 주민들은 홍수예방시설이 되레 침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어른 키 높이로, 서방천 범람을 막기 위해 아크릴 판으로 제작 설치됐는데, 되레 마을로 쏟아진 빗물을 가두는 악역을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자체가 주민을 보호하려고 설치 해놓은 시설이 주민을 더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주민 임영호(59)씨는 "20~30년 전에 굉장히 비가 많이 왔을 때도 이 방벽이 없어서 물이 잘 빠졌기 때문에 이번처럼 대형 사고가 안 났다"며 "서방천 범람을 막아야 할 방어벽이 오히려 물길을 막아 마을 안쪽으로 물이 더 차올랐다"고 주장했다. 물이 빠질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아크릴판 방어벽을 설치해 놓은 바람에 하천으로 못 빠진 나간 물이 모여 주택이 침수됐다는 것이다. 임씨는 "호우 방어벽 때문에 마을 안에 고인 물이 제대 안 빠져 성인 키 높이만큼 침수됐다"며 "수차례 철거해달라고 요청해도 변한 게 없으니 매번 피해만 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하천 비탈면에 시공된 조경석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 배종옥(79)씨는 "2년 전 쯤 수십년대 트럭에 돌과 자갈을 싣고 와 하천 양안에 조경석과 식생 블록 등을 쌓는 바람에 하천 폭이 좁아졌다"며 "파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요즘은 빨래터로도 못쓸 저런 시설을 호안 비탈면에 왜 해놨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씨는 "현 상태에서 백 날 돈 쏟아 부어봐야 소용없다"며 "하천 오른쪽 편에 있는 주택 5~6채가 유속을 방해하는 만큼 이를 매입해 직강 하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구청이 지난해 악취 저감을 위해 신안교 바로 아래에 설치한 차단막 역시 물길을 좁히고 배수 속도를 늦췄다고 지적했다. 적은 배수구도 신안교 일대 침수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주민은 "배수하라고 이렇게 적은 구멍을 (4개) 뚫어놨는데, 빠지겠느냐"고 말했다.     
하천 수위 상승 시 하천 범람을 막아준다는 홍수 방어벽은 작동하지 않았다. 홍수를 막겠다며 하천 폭을 줄여 만들었으나 정작 필요할 때에 자동 차단장치 어딘가에서 탈 나 제 기능을 못한 것이다. 신안동 들재매 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애시 당초 주민들은 하천 폭을 50㎝ 가량 줄여 홍수 방어벽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으나 평상시는 데크 산책길로, 홍수 발생 시에는 데크 안에 내재된 차단벽이 올라와 하천 범람을 막아 준다고 했으나 하천물이 넘쳐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잇단 침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광주 북구 신안교 악취 차단막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잇단 침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광주 북구 신안교 투명 홍수방어벽 ⓒ시사저널 정성환


대책위, 광주시·북구 상대 민사소송·형사고발 계획
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며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신안동 주민들에 따르면 3일 수해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하고 폭우 피해 책임을 묻기 위해 광주시와 북구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형사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수해대책위는 침수 피해 원인으로 지목된 두 시설을 철거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만큼 시설물을 설치·관리한 광주시와 북구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형사고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책위에 참여하는 주민 문종준(50)씨는 "간신히 침수 주택과 상가를 복구해도 다음 폭우에 다시 물에 잠기면 그 피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씨는 "신안교 인근 마을에는 혼자 사는 고령 어르신들이 많다. 비가 쏟아질 때마다 제때 대피하지 못해 또다시 인명 피해가 날까 두렵다"고 부연했다. 



광주 북구 신안동은 빈곤한 고령층이 많이 사는 '재난 취약지역'이다. 기후 재난의 특징 중 하나는 '위험의 불평등' 현상이다. 빈곤층과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미취학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는 얘기다. 광주엔 이 같은 재난안전 취약계층이 23만여 명에 달한다. 새로운 사각지대로 떠오른 재난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북구 신안동 서방천 주변 마을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사각지대에 놓인 '재난취약 계층'…'위험의 불평등' 어쩌나
이처럼 지자체가 정작 집중 호우 시 제 기능도 못하는 토목사업에 치중하는 사이 재난 약자들은 위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북구 신안동은 고령층이 많이 사는 재난 취약지역이다. 기후 재난의 특징 중 하나는 '위험의 불평등' 현상이다.  빈곤층과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미취학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보 약자인 그들에게 던져진 것은 수없이 울려댄 재난문자 뿐이었다. 가까운 동사무소의 재난 방송은 잠자고 있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고립된 일부 고령자를 구출한 것은 이웃 주민과 집집마다 찾아가 문을 두드린 통장들이었다.  
실제 지난달 17일에는 사흘간 478㎜가 넘는 폭우가 광주에 쏟아졌다.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상습침수구역인 신안동 일대가 물에 잠겼고, 80대 주민 A씨가 빗물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9일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북구가 '대피 명령'을 알리는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하기 1시간 전쯤 일이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복수의 주민들은 A씨가 집안에 물이 들어차자 집 밖으로 빠져 나오다 골목에서 급류에 휘말려 서방천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전했다. 주민 최아무개씨는 "주택이 처마까지 침수되고 나서 한참 후 주민 대피령을 내리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결과적으로 탁상행정이 피할 수 있었던 화를 불러온 셈으로 행정당국의 재난 약자에 대한 대처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광주엔 이 같은 재난안전 취약계층이 23만여 명에 달한다. 새로운 사각지대로 떠오른 재난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종선 광주광역시사회서비스원 연구원은 취약계층 맞춤형 재난 대응 매뉴얼 필요성을 제안했다. 일반 시민들과 다른 만큼 취약 계층별·재난 유형별로 내용과 형식을 다르게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이들과의 소통 등 전달체계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