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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20년간 이어진 좌파 세력 퇴진을 기정사실로 한 남미 볼리비아 대통령선거(17일)에서 무효·백지표가 쏟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좌파 에보 모랄레스(65)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무효표 운동'을 호소한 영향이라는 분석 속에 중도·보수파 후보 간 맞대결을 펼치게 된 10월 대선 결선을 전후해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집단행동 여부가 볼리비아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TSE)의 개표 현황( 카톡 잠정) 시스템을 보면 개표율 95.41% 기준 기독민주당(PDC) 소속 로드리고 파스(57) 후보가 32.14% 득표율로 가장 많이 득표하며 결선투표 진출을 확정했다.
볼리비아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예상 밖 선두'라는 평가를 받은 파스 후보는 타리하 시장(2015∼2020년)을 지낸 현직 상원 의원으로, 볼리비아에서는 잘 알려진 좌파 정치 새마을금고 구조조정 인 가문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1989∼1993년 볼리비아 대통령을 지낸 하이메 파스 사모라(86)다.
파스 후보는 부친과는 달리 다소 중도적인 정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한국계 이민자인 정치현(55) 박사와 기독민주당 내 후보 등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바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26.81% 파산선고통지서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자유연합의 우파 성향 호르헤 '투토' 키로가(65) 후보(전 대통령)와 오는 10월 19일 대선 결선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로드리고 파스 후보 포스터 들고 선 지지자 [라파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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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이번 볼리비아 대선을 2005년 모랄레스 집권 이후 루이스 아르세(61) 현 대통령에까지 20년간 이어진 좌파 세력에 대한 '국민적 심판 선거'라고 규정했다.
인구 1천100만명의 볼리비아는 아르헨티나·칠레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로 불릴 정도로 풍부한 광물 LTV·DTI 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 외환 정책 혼선에 따른 중앙은행의 달러부족 사태, 관료 부패 문제 등 최근 수년 동안 심각한 정치·경제 난맥상을 보인 바 있다.
파스 후보 역시 볼리비아 일간 엘데베르 인터뷰에서 "볼리비아의 국민 다수는 지금껏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사회적 기반과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가 그것을 완화하려고 노력했다"며 "주요 후보들이 가지 않는 지역까지 훑으며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 민심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지에서는 이번 대선을 통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지지층 동원력에 주목하고 있다.
성관계를 위해 여성 청소년을 인신매매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2006∼2019년 재임)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임기 제한을 규정한 헌법에 따라 더는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다'는 결정받은 이후 '집단 무효표 운동'을 지지층에 촉구했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는 백지표와 무효표가 전체 투표의 21% 넘었는데, 이는 최근의 대선 흐름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엘데베르는 전했다.
AP와 로이터는 "선거 항의에 대한 의미로 무효표를 던지라는 모랄레스 요구에 지지자들이 응답한 듯하다"면서 "보통 백지투표나 무효표 비율은 6%를 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층인 '에비스타'(Evista)를 중심으로 한 선거방해 목적의 집단행동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예상 속에 볼리비아 당국은 "이번 대선에서 개표 대신 시신을 세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과격 발언을 한 모랄레스 측근 정당 대표를 구금하는 등 소요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볼리비아 선거 당국은 전날 대선에서 큰 혼란은 없었다고 별도 설명자료를 통해 밝혔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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