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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욕실로 원망해서 이파리휴먼스탕스 안무가 조재혁(오른쪽)과 한국무용가 김시원. 김호영 기자


'한국의 전통 춤이 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마타데로 무용센터 극장에서 열린 공연 '문화를 잇는 몸짓' 후 무용수 김시원(30)이 한 스페인 관객에게서 받은 소셜미디어 메시지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해 국내는 물론 세계 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그는 이곳에서 안무가 조재혁(47)이 이끄는 휴먼스탕스와 '시나위'를 선보였다. 공연을 마친 뒤 귀국해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스페인 관객들이 몸을 들썩이며 공연을 즐겨주신 덕분에 더 무아지경이 돼서 춤을 췄다"(김시원), "뜨거운 기립박수에 많은 에너지를 신협 금리 받았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주스페인한국문화원이 공동 주관해 열리고 있는 '2025 코리아 시즌 스페인'은 전시·공연 등 총 32개 교류 행사로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문화를 잇는 몸짓'은 마타데로 극장에서 한국의 무용 작품을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시나위'뿐 아니라 최상철현대무용단의 '그들의 논 본등기 쟁', 후댄스컴퍼니의 '숨쉬는 꿈' 등 우리 전통이 담긴 세 편의 무용작으로 현지 관객 450여 명에게서 환호를 끌어냈다. 커튼콜 때는 100여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춤판을 벌였을 정도다. 조재혁은 "우리나라에 '강강술래'가 있듯 손잡고 춤추며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든 성공적 피날레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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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탕스의 '시나위' 한 장면.


휴먼스탕스의 '시나위'는 지난해 서울무용제 경연 부문 대상을 받은 1시간 분량의 '신, 시나위: 합이위일'을 20분으로 축약한 작품이다. 원작은 믿음(信), 몸(身), 신령(神), 새로움(新) 등 '신'에 담긴 중의적 의미를 담아 춤도 네 위례신도시 개의 장면으로 나눴는데, 스페인 버전은 번역하기 어려운 의미를 과감히 덜어내고 살풀이(무당이 굿판에서 즉흥적으로 추는 춤) 등 극의 뒷부분 위주로 구성했다. 죽은 혼을 달래는 진도 씻김굿과 신명 나는 '흥 시나위' 장면이 이어져 폭발하듯 에너지를 발산했다.
우리나라 무속 신앙과 전통색이 짙은 소재이지만, 스페인 관객들도 무리 없이 공감대 학자금대출 저축은행 를 형성했다고 한다. 조재혁은 "혹시나 한(恨)의 정서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천이 하나 뚝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진혼곡의 죽음에 관한 비유적인 묘사도 다 이해하시더라"고 했다. 그는 "반복되는 장단이 힙합 비트와 닮은 구석도 있다"며 "한국 전통 음악과 춤이 가진 세련된 면이 잘 통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절제된 듯 유연하고 서글프면서도 신명 나는 한국 무용 특유의 몸짓이 문화권을 뛰어넘어 공감대를 일으켰다. 김시원은 "무용수도 너무 신이 나면 어깨가 덩실덩실 뜰 수 있는데, 안무가님이 하중을 밑으로 깔고 무겁게 쌓아가야 후반부 장면이 더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며 "관객들도 그런 점에서 확실히 좋은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했다. 조재혁은 "무용수들이 혼신의 힘을 쌓아간 덕분"이라며 "경상도 덧배기춤이 호흡을 아래로 까는데, 그런 움직임이 더 컨템퍼러리적으로 보일 거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휴먼스탕스의 첫 공식 해외 공연이라는 남다른 의미도 있었다. 조재혁은 12년간 국립무용단 간판 무용수로 활약하다가 퇴단 후 휴먼스탕스를 만들고 10년간 다양한 안무작을 선보여 왔다. 그는 "무용계가 현실적으로 열악하지만 '코리아 시즌' 같은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안무가가 성장했으면 한다"며 "작품성을 다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조재혁은 김시원에 비하면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까마득한 선배지만, 서로를 아끼는 예술가와 롤 모델로 꼽는 '형·동생' 사이이기도 하다. 처음 작품 연을 맺은 건 2019년 조재혁의 안무작 '돌' 시범 공연 때인데, 이미 김시원을 "성실하고 창의적인 무용수"로 눈에 담아놨단다. "무용 공연장을 갈 때마다 시원이가 눈에 띄었어요. 아직 학생인데도 그렇게 많이 보러 다닌다는 건 얼마나 고민이 많고 무용을 좋아한다는 얘기예요. 무용수에게 가장 중요한 개성과 매력, 예술을 대하는 열정적 자세를 다 갖춘 친구죠."
김시원 역시 "재혁 형은 무용계 스타였고, 2014년 안무작 '이상증후군'은 '나도 저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안무를 하면서 형의 작품에서 받았던 감동과 영감을 재현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프리랜서 무용수로 불안하고 힘들던 20대 중반에 형이 '파도를 이기려고 하지 말고 그 위에 올라타 보라'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높은 파고를 견딜 수만 있다면 더 높은 곳에도 가게 될 거란 말에서 큰 용기를 얻었죠."
두 사람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계속해서 무용이란 파도에 몸을 맡길 생각이다. 조재혁은 내년 1월 휴먼스탕스 신작 '이윽고'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도 김시원이 참여하며, 밴드 잠비나이의 이일우가 음악을 맡는 등 각 분야 예술가가 의기투합한다. 김시원은 오는 9월 국립국악원 '젊은 사위' 등에서 솔로 안무작을 선보인다. 두 사람은 "우리 둘이 만나면 차 한 잔 놓고도 동틀 때까지 무용 얘기를 한다"며 "좋은 영감을 얻는 데 아삼륙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웃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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