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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면 침공(2022년 2월 24일)이 시작된 지 정확히 3년 반이 되는 24일. 전쟁 중 다섯 번째로 찾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공기에선 화약 냄새가 났다. 근처 어디선가 큰 폭발물이 터졌던, 희미한 흔적 같은 냄새였다. 폴란드 국경 도시 프셰미실에서 야간 기차를 타고 11시간을 달려 이날 아침 키이우 중앙역 플랫폼에 내리자 때마침 공 제공하다 습경보마저 울리고 있었다.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중앙역은 더 어수선하게 바뀌어 있었다. 무인기(드론) 공격과 테러 경계를 위해 배치된 무장 군인의 수는 예전의 두 배로 늘었고, 여기저기 시민들의 경계 태세 강화를 주문하는 포스터가 붙었다. 철로 위를 지나 역 북동쪽과 남서쪽을 잇는 대합실 창문은 온통 밖을 내다볼 수 없도록 불투명 유리로 죄인취급 바뀌었다. 대합실 상점 주인은 “몇 달 전 공습 이후 바뀌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가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와 함께 키이우 추모의 벽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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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우크라이나의 34번째 독립 기념일이기도 했다. 소련이 붕괴 중이던 1991년 8월 24일, 우크라이나 의회(라다)가 346대1의 압도적 표 차로 ‘소비에트 연방에서 탈퇴해 독립 국가가 되겠다’는 내용의 독립선언문을 채택한 것을 기념일로 삼았다. 다른 나라 같으면 축제 분위기로 들떠야 할 날이지만, 러시아의 침략으로 나라의 독립 하나캐피탈직장인대출 이 풍전등화인 키이우에선 비장함과 긴장감만이 넘쳤다.
오전 10시 키이우 중심부 성 소피아 대성당 앞 광장(소피아 광장)에서 열린 독립 34주년 기념식 행사에도 이런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키스 켈로그 미국 트럼프 대통령 특사가 참석한 이 행사를 위해 행사장 반경 8 9.1부동산대책 00m가 완전히 통제됐다. 전쟁 발발 이후 해외 정상이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행사에 온 것은 처음이다. 높은 건물 위 곳곳에 관측병과 저격수들이 배치됐고, 기관총으로 무장한 장갑차 수십 대가 경계를 섰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가 24일 키이우 소피아 광장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기념식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카니 총리가 단상 위에 나란히 선 가운데 열렸다. 젤렌스키는 “오늘은 러시아와 전면전이 시작된 지 1248일째 되는 날”이라며 “매일매일의 독립이 수많은 이의 희생으로 지켜져 왔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파트너 국가들 간의 연대로 평화가 오고 있으며, 전쟁의 종식은 확고한 안전 보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러시아와 대등한 평화 협상을 위해 ‘의지의 연합’ 30국을 통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안전 보장이 먼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카니 총리는 이어서 “캐나다는 언제나 우크라이나와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또 캐나다가 우크라이나에 20억달러의 군사 원조를 약속했음을 언급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최신 드론과 탄약, 장갑차에 투입돼 바로 다음 달부터 전달된다”고 발표했다.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카니 총리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푸틴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그는 제국을 추구하며 (주변국에 대한) 약속을 반복적으로 어겼다”고 했다.
키이우 시민들도 푸틴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안드리(34)씨는 “푸틴이 나토 탓에 러시아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식민지이자 속국으로 만들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제로 푸틴은 “우크라이나란 국가는 역사적으로 실존한 적이 없는 허구적 존재”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형제 민족” 등의 공개 발언으로 우크라이나의 국가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부정해왔다.



그래픽=김성규


러시아군은 매년 이맘때면 공습 수위도 높여왔다. 2022년과 2023년엔 독립기념일 직전 공습으로 각각 25명, 13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지난해엔 독립기념일 이틀 뒤 우크라이나 15개 도시에 대규모 공습을 해 최소 11명이 숨졌다. 올해도 지난 19일 드론 270대와 미사일 10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곳곳을 타격한 데 이어, 23일 새벽부터 아침까지 50여 대의 드론으로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 올가(41)씨는 “푸틴이 키이우 밤하늘에 독립 축하 불꽃놀이를 해주는 셈”이라며 “무고한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는 것만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러시아가 밤새 우크라 전역에 드론 49대를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36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전쟁 초기 때만 해도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가진 러시아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항전이 이어지면서 전쟁 기간은 이미 6·25 전쟁(3년 1개월) 기간을 훌쩍 넘어섰다.
시민들은 3년 6개월간의 전쟁에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다. 하지만 푸틴이 휴·종전 조건으로 2014년 무력 병합한 크림반도는 물론, 동부 돈바스 지역 등 현재 점령지를 포기하라고 우크라이나에 종용하면서 시민들의 입장은 갈리고 있다. 이리나(36)씨는 “빠른 종전을 원하지만, 지금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은 절대 안 된다. 그건 또 다른 전쟁을 부를 뿐이다”라고 했다. 반면 세르히(29)씨는 “지금 내 주변에만 전사한 남성이 3명”이라며 “더 많은 죽음을 막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갤럽과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69%가 ‘가능한 한 빠른 전쟁 종식을 위해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도 76%는 러시아가 제시한 평화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래픽=정인성


트럼프와 푸틴의 알래스카 회담(15일), 트럼프와 젤렌스키·유럽 정상들의 워싱턴DC 백악관 연쇄 회담(18일)을 통해 손에 잡힐 듯했던 휴·종전 가능성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3일 도네츠크주 세레드네와 클레반비크 등 우크라 동부 마을 2곳을 추가 점령하고, 또 밤사이 러시아로 날아온 우크라 드론 7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도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22일 러시아 브랸스크 우네차 지역 석유 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해 헝가리·슬로바키아로 향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이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 석유 시설을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나토와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친(親)러시아 성향 인사가 행정부를 이끌고 있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외무부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공습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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