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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이용장애'를 ICD-11(국제 질병 분류표)에 수록했다. 다만 이는 각국이 자국 사정에 맞게 적용 여부를 판단하라는 취지이며, 정의도 '일상 기능을 현저히 손상시키는 소수의 지속적 행동양상'으로 한정돼 있다. 취미활동 전반에 낙인을 찍자는 뜻이 아니다. 그럼에도 K-콘텐츠를 입버릇처럼 자랑하는 국내에선 문화·보건·통계 부처가 서로 게임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부처간의 정책 엇박자로 인해 업계와 현장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한 손으론 게임산업 도약을 외치고, 다른 손으론 '질병' 프레임을 고정하려는 모습은 전형적인 정책 딜레마다.
주택구입자금대출조건국내 사실관계부터 분명하게 정리하자. 통계청은 2025년 7월 1일 제9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9)를 고시했고,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이번 개정은 ICD-10 체계 유지를 전제로 국제 업데이트와 국내 보건환경 변화를 반영한 정기 개정이다. 즉, 이것만으로 '게임이용장애' 도입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ICD-11 자녀양육비 반영을 염두에 둔 KCD-10(국내 10차 개정)의 시행 목표 시점이 2031년이라는 행정 안내가 있지만, 통계청은 공식 설명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미결정이며, 민관협의체 결정과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판단한다”고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일부 보도·토론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관련 결정이 기정사실처럼 유통되면 숙의의 신뢰가 무너 경기도지방자치단체 진다.
핵심은 목표와 수단의 불일치다. '건강 보호'라는 공익은 중요하지만, 진단·분류는 의료의 정밀 도구이고, 산업진흥은 예측가능성을 전제로 작동한다. 두 영역의 시간표와 메시지가 어긋나면 계약·투자·인재 유치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불이익과 국제 신뢰도 추락 등 위험 프리미엄이 붙는다. 결국 대다수 정상 이용자와 산업, 그리고 일반 국민 건설프로젝트파이낸싱 모두에게 손해다.
의학적 사실도 차분히 보자. WHO가 말하는 게임이용장애는 일·학업·관계 등 일상 기능이 현저히 손상된 '소수'에서 관찰되는 행동 양상이다. 취미활동 전반을 낙인찍자는 뜻이 아니다. 그럼에도 질병코드 논의가 행정·교육 현장의 보편 메시지로 변질되면 “게임=질병”이라는 오독이 확산된다. 낙인형 커뮤니케이션은 청소년·가족· 한국자산관리공사 경기지역본부 창작자 모두에 비용을 전가한다.
우리는 이미 과잉규제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국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되었고, 보호자 기능과 플랫폼 안전장치 중심의 '디지털 웰빙'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했다. 실패했던 '총론 규제'로 되돌아가면 지난 10년의 교훈을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하되, 망 자체가 문화와 산업을 옥죄는 그물이어서는 안 된다.
해법은 명료하다. 첫째, 게임이용장애를 둘러싼 모든 결정은 중단하고, 근거 기반 최소 요건을 못 박자. 국내외 메타분석의 일관성, 표본·척도·추적설계의 재현성이 확보되기 전에는 분류 변경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설정하자. 다만, 숙의가 진행되는 시간에 고위험군 선별·상담·치료 강화에 집중하자.
둘째, 부처 단일 메시지를 구축하자. 문체부·복지부·교육부·통계청이 “일반 이용자 낙인 금지, 고위험군 정밀 개입” 원칙을 공동 가이드로 명문화하고, 산업·수출 전략과 공공 커뮤니케이션 문안을 일치시켜야 한다.
셋째, 규제영향평가(RIA)를 의무화하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수출·투자·고용에 미칠 비용을 사전 정량 평가하고, 학교·가정 기반 디지털 웰빙 프로그램, 플랫폼 안전도구 고도화 같은 대체할 수 있는 정책 수단과 비교해야 한다.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면 '총론 규제'는 더 이상 언급해서는 안 된다.
넷째, 프레임을 '중독'에서 '웰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 게임 리터러시·진로교육·심리상담을 보편 서비스로 제공하고, 치료는 자의·동의·근거의 3원칙을 지킨다.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제(DTx) 등 의료적 활용 논의도 산업과 충돌하지 않도록 별도 트랙에서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론조사를 가동하자. 과거 탈원전 정책 전환 사례처럼, 독립적 위원회가 시민참여단·전문가 검토를 결합해 쟁점을 구조화하고, 규제영향평가(RIA) 결과와 대안 시나리오를 동등하게 제시한 뒤 사회적 판단을 묻자. 이는 정치화된 논쟁을 '증거와 절차'의 경쟁으로 바꾸고, 향후 정책 집행의 정당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생긴다.
게임은 국가 산업이자 문화다. 동시에 게임 기반의 치료 사례도 존재한다. 진단의 칼을 휘두르는 손과 성장을 돕는 손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 사회적 비용만 커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친 총론이 아니라, 고위험군에는 정밀한 의료, 대다수 이용자와 산업에는 예측가능한 정책을 제공하는 일관된 지혜다. 그 길에서만 '도약'과 '보호'는 함께 선다. 정책은 과학에 기대고, 과학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그 원칙이 흔들리면 논쟁만 남는다.
이동규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invictus88@dau.ac.kr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이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