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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이 거대 여당의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최근 방송법(KBS법)을 시작으로 MBC법·EBS법, 노란봉투법, 상법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지만 107석에 불과한 의석수로는 시간 끌기 이상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 자료제공 안들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거나 헌법 소원,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법적 대응책을 구상 중이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회는 25일 오전 본회의에서 2차 상법 개정안을 재석 182명 중 찬성 180명(기권 2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전날인 24일 법안 상정 후 시작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성신여대 기숙사 를 국회법에 따라 강제로 종료시키고 곧이어 표결로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방송법 처리로부터 시작된 '법안 상정 -필리버스터-토론 강제 종결-법안 표결'의 반복은 국민의힘의 완패로 끝났다.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은 전임 개인파산자대출 윤석열 정부 당시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최상목 당시 권한대행들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막혀온 법안들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거부권마저 빼앗긴 소수여당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제어할 수단이 없는 상태다.



(서 무직자추가대출 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차 상법 개정안이 재적 182인, 찬성 180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5.8.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sk c&c 이승배 기자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한편 헌법 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추가 법적 대응을 통해 법안들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은 우리 경제 질서에 막대한 후폭풍을 불러온 경제내란법이라 생각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 악법이 어떤 위헌성을 가졌는지 검토한 후 추가 대응에도 즉각 착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한데다 위헌 심판을 통해 해당 법안을 무효로 하려는 시도 역시 지리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입법 드라이브를 통해 위력을 과시한 민주당은 다음 달 예정된 정기국회에서 검찰청 폐지와 수사, 기소 분리를 뼈대로 한 '검찰개혁 패키지'까지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 역시 민주당이 강행할 경우 시간 끌기 외엔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정치권에선 일단 국민의힘이 오는 26일 결정되는 새 대표를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결선엔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진출한 상태다. 두 후보 모두 강력한 대여 투쟁을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달 정기국회와 이어지는 국정감사에 보이콧(참석 거부)하거나 원내 집단농성 또는 대규모 장외 집회 등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은 물론 대국민 여론전도 병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청주=뉴스1) 신웅수 기자 = 김문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에서 결전 진출에 성공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8.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청주=뉴스1) 신웅수 기자


재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탄핵, 구속 기소로 당이 존립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온건 노선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확인되지 않았나"며 "새 대표가 누가 되더라도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대적인 공세가 국민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지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4.8%)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1.2%P(포인트) 떨어진 35.5%에 그쳤다. 특검의 수사망이 국민의힘을 향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에 덧씌워진 '내란 동조·극우화' 프레임을 깨는 것도 숙제다. '윤어게인'(다시 윤석열)으로 대변되는 전한길씨 등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더욱 커져서다.
영남지역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와 함께 특검의 압박도 이어질 텐데 여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며 "문제는 강경 투쟁으로 강성 지지층은 잡아 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빠질 대로 나빠진 국민 여론까지 되돌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 처리 이후 벌써부터 하청 고용이 많은 업체를 중심으로 쟁의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며 "국민의힘 새 지도부는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살피면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면 그에 맞춰 대여 투쟁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