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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차보전 시작→수요자 대출>공급자 대출 치중
문재인 정부서 전세대출 이차보전 등 수요자 대출 대폭 확대
윤석열 정부선 특례대출 등 연 50조씩 퍼붓다 기금 고갈 위기
"거버넌스 개편하고 운용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정책대출 규제 우회로 차단한 李, 기금 운용 방향 바꿀까






연합뉴스



이재명 새 정부가 디딤 학자금대출생활비지원 돌·보금자리론 등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하는 등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억제책을 발표한 가운데, 역대 정부 정책대출 재원으로서 사실상 집값 부양에 활용돼온 주택도시기금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주택도시기금은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1981년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상 '국민주택기금'에서 출발했 리드코프 이자 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시작한 '금리차 보전'으로 늘기 시작한 '수요자 대출'이, 2015년부터는 기금 본래 취지인 주택공급 사업자 대상 '공급자 대출'을 추월할 정도로 규모를 키우며, 공급량 증대보단 주택 수요를 부양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15년 주택도시기금법 제정과 함께 명칭을 변경하고 HUG(주택도시보증공 복합할부금융 사)에 운용·관리를 위임했는데, HUG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도한 전세보증과 정책대출 남발로 지탄 받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아예 서울대 법대 동문인 비(非)전문가를 HUG 사장에 앉히고 고금리 환경에서도 DSR 규제를 우회하는 저리 특례대출을 남발한 결과, 현재 주택도시기금은 고갈 위기로 급기야 공공분양 인정액을 10만 원에서 25만 상담센타 원으로 대폭 상향해 연명하는 처지가 됐다.
서민이 내집마련을 꿈꾸며 정부에 맡긴 자금이 외려 전셋값 급등과 주택 매매를 부추기는 유동성으로 공급돼온 셈이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권을 쥐고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에 따라 정권 '쌈짓돈'처럼 써온 기금 거버넌스를 개편하고, 그 운용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 국민카드 할부이자 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정된 재원으로 대출 최대로 늘린 비결…금리차 보전

공익법률지원활동을 하는 재단법인 동천과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225조 원의 질문: 주택도시기금의 진실과 미래' 도서를 발간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 부동산금융사업단 백두진 단장이 기술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시대, 주택도시기금의 역할'에 따르면, 기금이 설치된 초기부터 '저소득영세민 전세자금'과 '근로자 서민 구입전세자금' 등 수요자 융자 상품이 운영됐지만, 당시엔 건설사 등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 지원에 비해 수요자융자 상품의 규모는 크지 않아 별도 집계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들어 '근로자 서민구입자금', '생애최초 구입자금', '우대형 보금자리론' 등 서민 주택구입자금을 한데 모아 '디딤돌 대출'로 일원화하고, 2015년에는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과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등 전세대출도 '버팀목 대출'로 통합했다.
특히 박 정부 시절인 2013년부터는 기금 재원을 빌려주는 직접 대출 외에, 시중은행 대출과의 금리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이차보전' 방식을 도입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4%, 디딤돌 대출금리가 2.5%일 경우 은행이 자체 자금으로 대출해주면서 정책금리인 2.5%의 이자는 차주로부터 받고 나머지 1.5%는 기금이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백 단장은 "이차보전이 처음 도입된 2013년 202억 원이었던 예산 규모는 2024년 1조 4천억 원으로 무려 70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이차보전으로 집행된 대출금의 전체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연도별 예산과 금리 차이를 통해 역산하면 주택도시기금이 직접 대출해준 대출금액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규모가 한정된 주택도시기금의 직접대출만으로는 공급할 수 없는 몇 곱절의 유동성이 저금리 정책대출이란 이름으로 시중에 풀렸다는 의미다.
백 단장 분석에 따르면 이차보전이 도입되기 전 주택도시기금의 수요자 대출과 공급자 대출 규모는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13년 이후 공급자 대출은 점차 줄고 수요자 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기금 대출액 자체로도 수요자 대출이 더 많지만, 이차보전까지 고려하면 주택도시기금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한 수요자 대출 규모는 더 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주택도시기금 혁신을 위한 네 가지 제안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최서윤 기자





집값 버팀목…"전세대출 시장 20~30%를 기금이 공급"

주택도시기금의 이차보전 제도 도입에 앞서 마련된 전세대출 환경은 이후 2013~2022년 최장기간 계속된 집값 상승기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시기 서민주거안정을 명분으로 HF(주택금융공사), SGI신용보증, HUG 등 기관 보증으로 1억 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시작했다. 이어 2009년 한도를 2억 원까지 높이며 무주택세대주 요건을 폐지하자, 전세 끼고 집 사는 '갭투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보증한도는 5억 원까지 확대됐고,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전세대출(직접대출+이차보전)과 만나 폭발적인 '집값 떠받치기'가 시작됐다는 게 백 단장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민 지원을 명목으로 전세대출을 활발히 공급한 2017년부터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본격적인 상승기로 돌입한 이유 가운데 "주택시장으로 쏠린 과도한 유동성이 가격 상승을 촉발한 재료가 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백 단장은 지적했다.
백 단장은 "금융감독원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국내 은행권의 전세대출 규모는 약 170조 원에 이른다"며 "같은 시기 주택도시기금이 공급한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6조 5천억 원이므로 전체 전세대출 잔액의 15.6%를 주택도시기금이 직접 공급했다는 말"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주택도시기금이 이차보전방식을 통해 은행재원으로 공급한 전세대출까지 포함하면, 국내 전세대출 시장에서 주택도시 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0%에 달할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백 단장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약 20년 재직한 뒤 국토부 주택도시기금과에서 2022~2024년 근무한 관련 분야 전문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택도시기금은 '떨어지던 집값'도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23년 신혼부부에게 9억 원 이하 주택 구입 시 1%대 저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준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한 데 이어, 2024년 신생아특례대출로 고금리 시기(미국의 고금리·한국은 중금리) 얼어붙은 주택매매 수요를 되살리는 데 이차보전이 톡톡한 역할을 하면서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尹정부 연 50조씩 써대 파산날 상황"…국토부 담당자도 인정

국토부는 2024년 11월부터 공공주택 청약 시 월 인정액 납입 한도를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려 기금 확대에 나섰다.

집값을 따라 고공행진하는 분양가에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 중 하나인 청약통장 해지가 늘어온 터에, 기금 고갈 우려가 불거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2021년 116조 9141억 원에서 2022년 108조 22억 원, 2023년 95조 4377억 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주요 재원인 청약저축액도 같은 기간 23조 1384억 원에서 18조 3139억 원, 14조 9607억 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이 주요 재원이며, 이에 더해 국민주택채권 발행과 복권기금으로 조성된다. 융자금 회수와 여유자금 운용으로도 재원을 충당하는데, 여유자금 역시 2022년 1분기 50조 1835억 원에서 2024년 4분기 19조 6714억 원으로 30조 이상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지난달 말일 기준 2512만 1186명이다. 2022년 5월 2702만 5322명과 비교하면 정확히 3년 만에 190만 4136명이 이탈한 것이다.
국토부 정수호 주택도시기금과장은 지난 19일 도서 발간을 기념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주택도시기금 혁신을 위한 네 가지 제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3년간 소위 구입자금, 전세자금 등 수요자 대출에 지원을 상상 이상으로 늘려놨다"고 그 위험성을 인정했다.
정 과장은 "(수요자 대출을) 보통 연간 10조 원 내외 하던 게 정상인데, 2023~2025년 연간 50조 원씩 투입했다"면서 "직접 저리자금을 지원하는 서민형 대출이다 보니 각종 선거와 엮이며 그 역량이 지금 7조까지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달에 나가는 수요자 대출이 5조"라며 "조금만 잘못하면 파산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잘못도 인정했지만, 정치권의 책임도 지적했다. 정 과장은 "기금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자 대출을 줄여야 공급 본연의 역할을 할 수가 있다"면서도 "(수요자 대출을 줄이는 건) 인기 없는 정책"이라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최근 3년간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추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 제공





박상우 "주택기금 조성 확대 필요"…새 정부 기금 활용 방향 주목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지난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주택도시기금 고갈 우려에 대해 "기금 조성은 정체 상태인데 신혼부부 등에게 대출을 많이 해주다 보니 지출이 늘었다"며 "그 결과 여유자금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박 장관은 주택도시기금의 향후 운용 방향에 대해 "꼭 필요한 분야에 쓰이는 만큼 주택도시기금을 잠그기보다는 조성하는 것을 폭넓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청약통장을 좀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이자율 우대 등 기금 조성 확대를 위한 실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직 새 정부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고 직접적인 부동산 대책도 발표한 바 없지만, 지난 27일 금융위원회 주관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주택도시기금의 활용 방향 변경 방침을 시사해 주목된다.
수도권·규제지역내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LTV(담보인정비율)를 현행 80%에서 70%로 축소하면서, 이 같은 규제 시 늘 예외가 돼온 디딤돌·보금자리론 정책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또 정책대출 중 비중이 큰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은 대출 최대 한도를 대상별로 축소 조정해 한정된 주택기금 재원을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주택공급, 저소득 서민 대상 주택자금 지원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시장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시 DSR 적용대상을 전세대출과 정책대출 등으로 확대하는 등 준비된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해 나가겠다고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제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 주택금융공사(HF)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 서울보증보험(SGI) 등이 참석했다. 사진은 발표자료 캡처


근본적으로는 주택도시기금의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2023년 기준 94조 5천억 원으로, 같은 시기 국민연금기금 191조 원 다음으로 규모가 큰데, 의사결정을 국토부가 총괄하는 수직적 구조라 언제든 정권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 경제 구조에서 건설경기 부양은 고용과 성장률 수치를 높이고 세수를 확충할 손쉬운 수단이란 점은 정부와 집권당이 기금을 활용해 부동산을 띄울 유인이기도 하다.
도서 중 '안정적 주거정책을 위한 주택도시기금 거버넌스 개편 방안' 파트를 기술한 국회입법조사처 장경석 선임연구관은 "주택도시기금 관련 국회 업무를 본 지 만 16년이 넘어가는데 관련 자료들이 일반 국민에게 공개가 잘 안 되고 기금운용심의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는다"며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관리 주체인 '국토부 장관'이 'HUG'에 기금운용 실무를 맡기고, 각 은행이 재수탁기관으로서 국민을 직접 만나 대출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용되는데, 기금 운용 관련 공개 보고서도 내지 않다 보니 HUG의 운용 역할이 부처 보조에 그친다고 봤다.
실제 윤석열 정부 시기 2023년 6월 임명됐다가 지난 23일 사의를 표명한 HUG 유병태 사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인 데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는 82학번 동기로 주택 정책 경험이 없어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장 연구관은 "최고의사결정기구를 신설, 최소한 국민연금운용위원회 수준의 '주택도시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며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시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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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sa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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