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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 및 인간과 동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학생들이 지렁이를 구하기 위해 만든 모임 '지구대'가 얇은 밧줄로 지렁이를 구조하고 있다. 김희수씨 제공


#1. 서울 마포구 홍익대 캠퍼스에는 지렁이 보호소 1곳과 지렁이 구조 도구 보관함 2곳이 설치돼있다. 이 학교 목조형가구학과 4학년 5명으로 구성된 모임 '지구대(지렁이 구하기 대작전의 줄임말)'가 폭우나 폭염으로 죽어가는 제2금융종류 지렁이들을 살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재활용 목재로 제작된 보호소는 안에 비옥한 흙과 낙엽 등을 넣어 놓은 '지렁이 임시 피난처'로 배수 시스템까지 갖췄다.
구조 도구는 지렁이를 살짝 들어올릴 수 있는 플라스틱 숟가락이나 포크, 얇은 밧줄이다. 도구가 없다면 주변 나뭇잎, 나뭇가지, 명함이나 카드 등으로도 옮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 문현금융단지 준공식 다.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지렁이를 발견하면 도구함에서 도구를 꺼내 보호소로 이동시키고, 지구대 학생들은 비가 그치면 모인 지렁이를 그늘진 화단이나 흙에 방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구대 소속 박지한씨는 "누군가 지렁이를 구해 보호소 안에 넣어주는 장면을 떠올리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실제 그렇게 모인 지렁이들을 살 현대자동차 할부 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지윤씨는 "처음에는 지렁이를 구하는 것도 무서웠지만 지렁이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용기 내서 다가가면 친숙해질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러스트 작가 김지원씨가 정성스럽게 기른 지렁이를 분양하고 있다(왼쪽 사 네이버 생리계산기 진). 분양을 앞둔 지렁이의 모습. 고은경 기자


#2. 이달 9일 서울 은평구 인권재단사람 1층, 지난 6월 30일부터 1개월 반가량 지렁이 구조활동에 참여한 시민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시민 60여 명과 함께 '지렁이 꿈틀단'을 만들고 오픈 채팅방에서 지렁이 구조 사례, 일반회생절차 구조 도구 사용법 등을 공유해왔다. 이날은 프로젝트 종료 기념으로 오프라인에서 지렁이 워크숍이 열렸다.
워크숍에는 퇴비용 지렁이를 기르고 분양하는 일러스트 작가 김지원씨가 참여해 지렁이의 습성과 기르는 법을 공유했다. 퇴비용은 우리가 길에서 보는 지렁이와는 다른 외래종이다. 김씨는 원하는 참가자들에게 정성스럽게 길러온 지렁이들을 분양했다.
김씨는 처음에 20마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000마리 이상 기른다. 지렁이가 만든 분변토로 바질, 토마토 등을 기르고, 수확한 채소 껍질을 다시 지렁이에게 먹이로 공급하고 있다.



길 위 말라 죽어간 지렁이의 모습. 고은경 기자


김씨에 따르면 지렁이의 먹이는 다양하다. 수박껍질, 메론껍질 등 음식물 쓰레기뿐 아니라 달걀 껍데기, 종이 박스, 신문지 등도 먹는다. 그는 "지렁이들은 하루에 자기 몸무게만큼 먹이를 먹는다"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점검해주고, 새로운 흙을 넣어주며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워크숍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꿈틀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바닥을 보고 다니려 노력한다"며 "작은 행동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고,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가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지렁이를 구한다는 것에는 자연을 지키고, 생명 존중을 실천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올해의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욱 체계적으로 지렁이 구조단을 운영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비 오면 왜 땅 위로 올라오나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4학년 5명으로 구성된 모임 ‘지구대’가 캠퍼스 내 설치한 지렁이 구조 도구함과 도구들. 김희수씨 제공


지렁이들은 유독 비가 온 뒤 눈에 많이 띈다. 이유는 다양하다. 지렁이는 피부로 숨을 쉬는데, 너무 많은 비는 익사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대중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은 지렁이가 물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다른 가설이 힘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요제프 고레스 버몬트대 식물토양과학과 교수는 이 매체에 "비가 토양 위에 떨어지면서 두더지 같은 포식자의 진동과 비슷한 파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지렁이들이 포식자로 착각해 위쪽으로 올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렁이 구조에 필요한 도구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또 다른 가능성은 장거리 이동 및 개체군의 분산 활동이다. 30여 년간 지렁이를 연구해온 홍용 전북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에 "지렁이는 비가 오는 기간 동안 표면으로 이동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개체군을 스스로 분산시킬 수 있다"며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개체수의 과밀화를 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다만 지렁이의 행동은 온도, 토양 상태, 종의 개별적인 특성 요인에 따라 다르다"고 덧붙였다.
최현기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사도 "빗물로 인해 땅이 습해지면, 지렁이가 이동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이 마련된다"며 "새로운 거주지를 찾거나 짝을 찾기 위해 땅 위로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땡볕에 나와 아스팔트 위에서 말라 죽는 지렁이들도 다수 발견된다. 홍 교수는 "야간에 지상으로 나와 돌아다니다 해가 뜨는 것을 모르고 죽는 경우가 있다"며 "피부가 바싹 마를 때까지 집을 찾아가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사는 "이동 과정에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에 노출될 경우 강한 햇빛과 높은 온도로 인해 그대로 말라 죽게 된다"고 전했다.

"지렁이,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자"



찰스 다윈의 마지막 책은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이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마지막 저서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에서 "역사상 지렁이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 동물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라고 적은 바 있다. 우리가 밟고 있는 대부분의 땅은 지렁이의 소화관을 거쳐 나온 흙이며, 분변토가 유적 위에 쌓이면서 유적은 지표에서 눈에 띄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그 결과 지렁이를 통해 고대 유적이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지렁이 분변토는 식물이 쉽게 흡수할 수 있는 양분을 만드는 것을 돕는다. 토양에 분변토가 많을수록 살아서 숨 쉬는 흙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떼지어 죽어 있는 지렁이의 모습. 고은경 기자





플라스틱 포크로 조심스럽게 지렁이를 구조하는 모습. 김희수씨 제공


지렁이의 활동도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 연구사는 "지렁이는 땅속을 파고 터널을 만들어 공기와 물의 흐름을 땅속 깊숙이 전달한다"며 "이는 토양 생태계 내 미생물 군집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흙이 썩지 않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렁이는 급격한 개발과 농약 사용으로 인한 토양 오염에 의해 그 수가 크게 줄고 있다. 또 온난화로 인해 많은 열대성 외래종이 이미 정착해 살아가고 있지만 실태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아스팔트 위에 죽어 가는 지렁이가 있다면 그늘진 흙으로 옮겨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나아가 토양 건강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연구사는 "농약·화학비료·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외래종에 대한 모니터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밟으면 꿈틀한다'라는 하찮은 미물로만 생각하지 말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지렁이 종류는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지렁이의 모습. 고은경 기자





지렁이 일러스트. 지렁이는 실제 눈과 코는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육상 지렁이는 우리나라에 약 150여 종이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발견되는 지렁이의 종류는 왕지렁이(Amynthas), 참지렁이(Lumbricus), 줄지렁이류(Eisenia) 등이다.
홍 교수는 "도시 주변 길가나 저지대 숲속에는 참지렁이와 밭지렁이 등이, 농경지에는 여기에 추가로 변이성 지렁이, 농가 옆에는 지금은 잘 발견되지 않지만 줄지렁이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지렁이는 눈, 코가 없지만 피부에 분포한 감각세포를 통해 빛, 습도, 진동을 느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