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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조선소. 기자가 이같이 말하자 폭 5.8m, 길이 12m의 매끈한 하얀색 선박이 ‘빵, 빵, 빵’ 하고 경적을 세 번 울리더니 서서히 후진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음성 비서인 ‘빅스비’를 호출하자, 배가 명령을 알아듣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속 1.5노트(2.8km)의 속도로 선착장을 스르륵 빠져나가더니 오른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후 6노트까지 속도를 올리며 모니터상에 그려진 초록색 경로를 따라 운항을 시작했다. 이 배는 최대 13노트(24km)까지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생애최초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자율 운항 선박 ‘시프트 오토’가 경남 거제 앞바다를 달리고 있는 모습(위쪽 사진). 이 배는 출발지와 목적지만 설정하면 최적의 경로를 설정해 주위 장애물을 스스로 피해 가며 운항한다. 선박 내부(아래쪽 사진)에는 운전대도, 선장도 없다. 대신 대형 모니터 3대와 카메라, 음성 명령을 위한 마이크 등이 달려 있다./삼성중 야근수당계산법 공업


삼성중공업이 만든 이 배의 이름은 ‘시프트 오토(Shift Auto)’. 자율 주행 차량이 도로를 누비듯, 바다 위에서도 무인(無人) 자율 운항 선박이 대세가 될 것이라 보고 삼성이 지난 2019년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해 작년 11월 선보인 첨단 선박이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찍어주면 알아서 최 신한은행 수수료 면제 적의 항로를 설정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며, 목적지까지 항해하는 완전 무인 선박이다. 한마디로 ‘바다 위의 테슬라’인 셈이다. 삼성중공업의 조선 기술과 첨단 IT(정보기술)가 집약된 SAS(Samsung Autonomous Ship)라는 자율 운항 시스템을 탑재했다.
◇뱃사람 사투리도 알아듣는 ‘빅스비’
배 위에 올라서자 아이폰통신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타기’라고 부르는 운전대가 없다는 점이었다. 엔진 출력을 조작하는 레버(lever)도 보이지 않았다. 27인치 대형 모니터 3대와 카메라, 마이크 정도가 전부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법 규정 때문에 운전대 같은 모든 장비를 달았지만, 실제 운항엔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덮개로 가려둔 상태”라고 했다.
세 개 주택바우처 의 모니터에는 자동차의 ‘서라운드뷰’처럼 선박의 전후좌우 360도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과, 현재 배의 속도와 수심, 풍향 등 각종 항해 정보, 그리고 AI가 만들어낸 최적의 항해 경로가 그려진 지도가 나란히 떠 있었다.



그래픽=이철원


이 배는 마치 스마트폰처럼 음성 명령으로 조작이 가능했다. 항해사들이 실제로 쓰는 용어인 “엔진 풀 어헤드(engine full ahead·전속력 전진)”라고 명령하자, 5.5노트였던 속도가 9노트까지 올라갔다. 북쪽으로 향하던 배에 “침로 180도로 변경”이라고 하자 뱃머리를 돌려 남쪽으로 ‘유턴’을 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탑승객의 명령뿐 아니라 다른 배, 관제소의 호출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선원의 사투리,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음성 인식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빅스비가 항상 ‘복명복창’하도록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침로 180도로 변경”이라고 하면, “침로 ‘일팔영도’로 변경 확인”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근처의 소형 선박이 갑자기 경로를 바꿔 배를 향해 다가오는 상황을 만들어 봤다. 시프트 오토는 50m쯤 전방에서 배의 위치·속도를 파악하더니 오른쪽으로 둥글게 회피하는 경로를 만들었다. 이어 선박을 자연스럽게 피하고 다시 원래 경로대로 돌아갔다. 선박 외부에 달린 CCTV 9대, 상황 인지 카메라 9대, 레이더 2대, 라이다 1대 등 첨단 장비 덕분이다.
자율 운항의 핵심은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SAS’라는 자율 운항 시스템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2년 9200t급 선박에 SAS를 탑재, 전남 목포에서 제주도를 거쳐 동해 독도까지 950㎞ 자율 운항 실증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필리핀 마닐라, 베트남 다낭, 대만 가오슝을 거쳐 목포로 돌아오는 총 2800㎞의 원양 항해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해 ‘시프트 오토’를 개발한 것도 마치 바다 위의 연구소처럼 SAS를 수시로 실증·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배는 저궤도 위성통신을 통해 삼성중공업의 경기도 판교 혹은 대전 연구소 등 어디서든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배 타려는 사람 줄어… 무인 운항 기술 주목
자율 운항 기술이 주목받는 현실적인 이유는 ‘선원 부족’이다. 영국 해운 시장 조사 업체 드루리(Drewry)는 2027년 전 세계적으로 해기사(선박 직원)가 5만5000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선원이 덜 타면 거주 공간을 줄여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AI 자율 운항을 통해 연료 소모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2015년 544억달러(약 74조원)였던 자율 운항 선박 시장 규모는 2030년 2541억달러(약 347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넓은 바다를 운행하지만 도로 위 자율 주행보다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최종웅 삼성중공업 자율운항연구센터장은 “수시로 파도가 치고 안개가 끼는 데다, 해류가 배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등 고려 요소가 많다”며 “특히 근해(近海)는 장애물도 많고 해저 지형도 복잡해 자율 운항의 난도가 도로보다 수십 배 높다”고 했다. 해결해야 할 기술도 많다. 비행기도 이착륙이 어려운 것처럼, 배가 스스로 선착장을 떠나는 자동 이안(離岸)은 가능하지만 ‘주차’에 해당하는 접안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대형 선박의 내부 구조를 바꿔 배가 ‘횡’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설비를 장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규제 정비도 관건이다. 실제로 무인 자율 운항 선박을 테스트해야 하는데, 배에는 무조건 직원이 타야 한다는 법 규정(선박직원법) 등 걸림돌이 많았다. 이날 탑승한 시프트 오토 역시 거제 앞바다 등 특정 해역에서만 운항을 허가한다는 정부 명의의 ‘규제 특례 확인서’가 선내에 붙어 있었다. 정부는 올 1월 자율 운항 선박의 5개년 계획과 인력 양성, 실증 절차 등 세부 내용을 담은 ‘자율 운항 선박법’ 시행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자율 운항 등 스마트 기술은 노르웨이·벨기에 등 기술 선도국인 유럽연합(EU) 대비 1.6년이 뒤처져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첨단 자율 운항 기술은 K조선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라며 “최근 ‘조선 동맹’을 맺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과도 협력해 국제 표준화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