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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게 일들은 가려던 모른단 연락을 시작하면서 쌨어.고은별씨가 2023년 2월 서울에서 열린 ‘신명절풍속도’ 공연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고은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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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채플 수업이 있는 여대를 다녔거든요. 오전 10시 정각에 경비 아저씨가 채플실 문을 딱 닫아요. 지하철역에 9시57분에 도착하면 운동화 신은 날은 뛰어 들어갈 수 있지만 하이힐 신은 날은 못 들어가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란 구절 뒤엔 이 말이 생략됐나 봐요. ‘탈코’(탈코르셋: 여성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외모 기준을 거부하는 움직임) 한 자들에게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3일 서울 종로구 동덕빌딩 앞에서 연 대학본부의 비 창업자금지원 민주적 행정 규탄 시위 현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고은별(38)씨는 6년 전 처음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오를 당시 농담 소재로 활용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는 국내 첫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 크루인 블러디퍼니(2018년 결성) 소속 코미디언이자 여대를 졸업한 선배로 이날 시위에서 연대 공연을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코미디언 한명이 무대에 나와 특별한 상황 모기지론 설정이나 소품 없이 오로지 말로만 관객을 웃기는 공연 장르다. 은별씨만의 코미디를 만들어가는 원천은 2006년 서울의 한 여대에 진학하고, 그 이후 페미니스트로 살아오면서 마주한 고민이다.
시위 무대에 오른 은별씨는 10여년 전 여성의 성을 대상화한다고 비판을 받은 농담을 소환했다. “오늘 드레스코드가 동덕여대 상징 목화꽃의 흰색이라고 들 개인일수대출 었는데, ‘라떼’(나 때)는 여자가 광장에 입장하려면 비키니를 입어야 했어요. 진보 스피커를 자처한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들이 여성들에게 비키니를 입고 (당시 수감 중이던 정봉주 전 의원 등) 진보 남성들을 응원해 달라고 했거든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학생들이 이내 폭소와 함께 ‘우∼’ 야유를 쏟아냈다. 이어 은별씨가 말했다. “래시가드가 나와 한국저축은행지점 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리고 예쁘고 향기 나는 진보의 치어리더여야 했던 여자들이 이렇게 성장해서 한명의 어엿한 시민으로 광장에 입성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정말 감격스러워요.” 코미디와 연대 발언을 오가는 매운 농담에 시위 현장에 감돌던 긴장감이 잠시나마 누그러들었다.



고은별 부산은행주택담보 씨(오른쪽)가 3일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이 서울 종로구 동덕빌딩 앞에서 연 ‘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 집회에서 연대 공연을 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여성·장애인·성소수자·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는 웃음이 횡행하는 시대에 은별씨를 비롯한 30~40대 여성 코미디언 경지은, 김서연, 정성은, 강안리, 서서희(활동명)씨는 소수자를 비하하지 않는 웃음을 만들어 나가려 분투 중이다. 이들은 블러디퍼니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6일과 8일 두차례 여는 특별공연 무대에 선다.
한겨레 취재에 응한 6명의 코미디언은 여성, 페미니스트, 퀴어(성소수자)로서 자신이 겪어온 고통스럽고 황당한 경험을 우스꽝스럽게 풀어놓는다. 타인을 비하하기보단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방식을 자주 활용한다. 최근 정착한 제주도에서 ‘제주코미디클럽’을 운영하는 서서희씨는 친족 성폭력 피해 경험을 무대 위에서 털어놓는가 하면, 이른바 ‘집게손가락’ 모양이 남성을 비하하기 위한 표현이라며 발끈하는 이들의 남성성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꼬집기도 한다.
정성은씨는 여성학을 전공한 페미니스트이지만 보수적인 집안에서 ‘혼전 순결’을 강요받으며 자랐다. 맏딸이 결혼해 자녀를 낳고 잘 살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해 맞선 자리에 끌려다니는 처지에서 오는 모순을 자조한다. 엠티에프(MTF: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함) 트랜스젠더인 김서연씨는 트랜스젠더 차별·혐오 정서를 역이용한 농담으로 “사람들의 편견이 실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건지” 돌아보게 만든다.



정성은씨가 2023년 6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하고 있다. 고은별 제공


“마이크를 잡는 행위 자체가 의도적으로 힘을 거머쥐는 행위”(경지은)라는 점에서 “여성들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성운동”(정성은)이기도 하다. 웃음을 무기로 한 운동은 힘이 세다. 고은별씨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분 페미니즘 열풍이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어져온 비결도 “웃겨서”라고 생각한다. “‘김치녀’를 성별만 바꿔 ‘김치남’이라고 했더니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금지어로 만들길래 ‘그럼 무미건조하게 한국 남자를 줄여 ‘한남’이라고 부를게’ 하니 그것도 싫다고 하는 게 얼마나 어이없고 재미있어요. 여자들이 (남성 기득권 문화에 대해) 공격성을 표출하는 동시에 해학과 풍자, 유머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하니 그 힘이 폭발적으로 커진 거라고 느껴요.”
무엇보다 여성 코미디언들 스스로가 웃음의 힘을 체감한다. 불행이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일을 소재 삼아 농담을 주고받고 나면 코미디언과 관객 모두 “심각한 상황에만 매몰돼 있지 않고 다른 면을 보며 삶의 무게를 좀 덜어낼 수 있게 된다.”(서서희) 경지은씨도 일상에서 좌절하는 상황이 생겨도 “쉽게 낙담하기보다 농담으로 승화해 오래 기억할 힘”이 생겼다. 강안리씨는 “아파트 공동현관 근처에서 꼭 담배를 피우는 옆집 아저씨에게서마저 귀여운 구석을 발견하게 됐다.”



서서희씨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마우스북페어’ 행사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하고 있다. 서서희 제공


만화책 ‘탈코일기’ 지은이인 ‘작가1’은 2022년 2월 블러디퍼니 공연을 본 뒤 인스타툰(인스타그램 웹툰) 형태로 이런 후기를 남겼다. “이렇게 맵고 자극적인 동시에 편안하다니! 여자라면 공감할 공연을 보며 와르륵 웃고 맛있는 술과 안주를 즐기는 그 순간을 여러분도 느낀다면, 힘들 때마다 이 보석 같은 웃음소리를 자꾸 상기하게 될 거예요.”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