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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조회회사 주요 대선 후보들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등 시장 활성화 방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사진｜뉴시스]


6·3 대선에서 이슈의 도마에 오른 공약 중 하나는 가상자산이다. 주요 후보들은 가상자산과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나란히 가상 외국인매매동향 자산 현물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해 가상자산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거다.
후보는 한발 더 나가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 은행 주택대출 하되 ETF 형태로 보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런 상황은 가상화폐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잘 보여준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이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를 완료해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한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말 기준 970만3775명에 달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4조3000억원을 주택금리 거래했는데(2024년 기준), 놀랍게도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의 거래금액 10조8000억원보다 많았다.
올 2월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을 보유한 투자자가 1629만명(중복 포함)을 기록했다는 통계도 있다. 투자자가 늘면서 가상자산이 주식 등 주요 자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자처로 거듭난 셈이다. 이 때문에 세 후보의 공약을 저비용창업 논쟁하기 전에 다뤄야 할 이슈들이 있다. 시장 활성화를 추진할 만큼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는지 의문이어서다.
■ 논쟁➊ 시장 안정성 = 그렇다면 가상자산 시장은 얼마나 안정성을 확보했을까. 일단 제도는 마련됐다. 정부가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시행하면서다.
이 법의 골자는 투자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 보호, 시세조정 등 불공정행위규제, 가상자산 사업자의 감독·검사·제재권한 규정 등이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이 만들어진 셈이지만, 국내 시장에선 여전히 불법·불공정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최근 5년간 가상자산 관련 불법·불공정행위로 발생한 피해액은 6조5134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2021년 964명이었던 피해자는 2024년 8206명으로 8.5배가 됐다.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처음 시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안정화했다고 보긴 힘들다.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기에 앞서 불법·불공정행위를 근절할 대책을 고민하는 게 먼저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논쟁➋ 가상자산 육성 = 시장 관계자들도 같은 맥락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기준을 명확하게 수립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거다. 다만, 규제 수준을 두곤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에선 가상자산 투자자를 안전하게 보고하기 위해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련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 업계에선 '과도한 규제는 혁신성을 꺾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참고: 정부는 올해 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더해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규제 담고 있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와 가상자산 업계가 함께 토큰증권(STO) 발행·유통 체계 정비 등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대선 정국에서 나온 '가상자산 공약'엔 많은 이슈가 빠져 있다. 대선후보의 어떤 공약에도 가상자산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제언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고 이들 공약을 달성한다고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가상자산 ETF' 공약의 예를 들어보자. ETF는 증시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다. 그래서 가상자산 ETF가 활성화하면 투자자가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업계가 기대한 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가상자산 공약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가상자산 ETF 도입, 통합감시시스템 구축, 단계적 ICO(Initial Coin Offering·코인공개) 허용 등은 20대 대선은 물론 22대 총선에서도 나왔던 재탕삼탕 공약이다. 이들 중 무엇 하나 제도화하거나 추진한 공약도 없다. 선거 전 시장의 관심을 끄는 덴 성공했지만 그 이후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가상자산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가상자산 시장의 이해도가 대체적으로 낮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며 "자산시장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투자자의 표를 얻으려는 데 목적이 있는 공약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 등 제도에 맞춰 투자환경을 만들 수밖에 없는 가상자산 업계 입장에선 힘이 빠지는 공약"이라며 "공약을 세우기 전에 충분히 시장을 분석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가상자산 전문가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이렇게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처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보면 가상자산 관련 공약은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이 아니다. 이를 달리 얘기하면 가상자산 공약이 선거 이후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루나 사태'와 같은 사건·사고가 터지면 가상자산 공약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높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상자산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법안 정비와 제도 개선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공약이 그저 표심을 의식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