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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23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성민사회복지관 서울마음편의점 관악점. 문을 열자 라면 끓이는 냄새가 작은 공간 가득하다. 안마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는 어르신들, 책을 보고 있는 청년들, 한켠에 장식된 화분을 바라보는 사람들. 상담 공간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친 마음을 치유중이다.
서울시가 ‘마음편의점’을 통해 외로움 치유 실험에 나선지 석달. 외로운 이들은 마음편의점을 디딤돌로 담넘어 세상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총 1만4 이율 높은 적금 639명이 관악·강북·도봉·동대문 4곳의 종합사회복지관에 조성된 마음편의점을 다녀갔다. 청년(20~30대, 659명), 어르신(70대, 9859명), 중장년(40~50대, 3615명) 모든 연령대에서 마음편의점을 찾았다.
기자가 찾은 관악점의 17평 작은 공간도 9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어르신이다. 의자에 앉아 있어 마사지를 하던 빅토리아시크릿뉴욕 하모(82·여) 씨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왔다”며 “마사지 기기도 있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최 모(80) 씨와 조모(73·여) 씨 역시 어떻게 왔냐는 질문에 “좋다”는 짧은 답을 내놓는다.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 손수아 씨는 “예상 유입 인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기자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을 가르키며 “저분들 간지원 중 상당수는 체크리스트 결과 외로움, 고립으로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마음편의점 관악점에는 석달간 총 3809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방문인원 53명. 97명이 방문한 날도 있다.



마음편의점 관악점 내부.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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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한켠은 마음편의점의 시그니처인 라면이 가득 채워져 있다. 싱가포르 언론 더 스트레이트 뉴스는 최근 마음편의점 관악점을 찾아 “한국인과 라면, 그리고 외로움은 어떤 관계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의 라면은 방문객이 직접 라면조리기에서 조리를 해먹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햇반과 김치, 단무지도 구비돼 있다. 고구마 글로벌취업지원 말랭이 같은 간식도 있다. 모두 무료다.
방문객이 가장 먼저해야 될 일은 ‘외로움 및 고립위험 체크리스트’ 작성이다. 기자도 조리기에 라면을 올려놓고 체크리스트 질문지를 받아들었다. 마음편의점 회원가입은 필수가 아니지만, 체크리스트는 반드시 작성해야 된다. 서울시의 권고 사항이다. 고립에 따른 위험 징후가 있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삐~삐~’ 라면 조리가 다됐다는 소리가 들린다. 냉장고를 열고 김치와 단무지를 챙겼다. 체크리스트 항목은 ‘나는 같이 있어 줄 사람이 부족하다고 자주 느낀다’, ‘나는 혼자 남겨진 것 같다고 자주 느낀다’ 등으로 구성댔다. 총 5개의 질문에 답하자, 총점 3점이 나온다. 곁에 있던 사회복지사 손수아 씨가 “기자는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웃었다. 라면을 다 먹으니 손 씨가 차한잔을 권한다. 차 주전자 옆 팻말에는‘캐모마일티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문구가 써 있다.
체크리스트 작성 결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분류되면 사회복지사가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체크리스트 작성 결과 외로움 항목 9점, 고립 항목 3 점중 각각 6점, 1점 이상인 사람이 대상이다.



마음편의점 관악점 한켠에 마련된 라면과 햇반. [박병국 기자]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상주하는 심리상담사에게 면담을 요청할 수 있다. 며칠째 상담실 밖을 기웃거리다 결국 상담사와 대면하고 눈물을 쏟아낸 어르신. 해고 당한걸 숨기고 마음편의점을 찾았다가 상담을 받고 용기를 얻어가는 청년, 성폭행 당한 경험을 처음 털어 놓는 70대 여자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심리상담사 노미희 씨는 “여기서 저와 나누는 대화가, 혹은 편의점 업무를 보는 주민 자치위원과의 대화가 하루 유일한 대화인 경우가 많다”며 “이야기를 조금씩 하면서 자신의 아픔들을 하나둘씩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음편의점에 정식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 421명. 이중 체크리스트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나온 사람은 117명이다. 시는 지원히 긴급히 필요한 사람(33명), 집중관리가 필요한 사람(33명) 등으로 나눠 지원을 하고 있다. 마음편의점 회원가입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체크리스트는 필수다.
손수아 씨는 “마음편의점이 고립위험이 있는 사람을 발굴하는데 주요한 채널이 되고 있다”며 “마음이 힘들고 고립된 사람은 문 밖, 특히 복지관에 오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여기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상담사와 이야기를 조금씩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사회로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마음편의점’은 ‘서울시가 내놓은 외로움, 고립 은둔 시민을 위한 종합대책 ‘외로움 없는 서울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문제를 지역사회가 함께 풀고, 주민들 간 관계를 형성하며 심리적 고립을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싱가포르 언론을 비롯, 영국 등 외신이 서울시의 외로움 치유 해법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풀어야할 과제들도 있어 보인다. 외로움을 치유하는 공간과 동네 사랑방 사이에서의 정체성의 문제다. 실제 이날 기자가 방문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상당수가 과제를 하거나 라면을 먹기 위해 찾기 위해 몰려온 어린 학생들이었다.
손수아 씨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관리가 필요한 고립위험군을 발굴했다는 측면에서는 성과가 나고 있다”면서도 “다만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서 붐빌 경우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방문을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계속 고민해야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 성민사회복지관 서울마음편의점 관악점 입구.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