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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바라보고 손잡이에 떠올랐다. 떠오르자 시계를 마치[노순택의 풍경동물]바위에서 한가롭게 볕을 쬐는 너희를 두고 옥신각신 말이 오갔지. 자라는 분명코 아니다로 시작해, 붉은귀거북도 떠올렸으나 빨간 줄무늬가 없었지. 친구를 부르는 듯한 다정한 그 이름이 어디서 왔나 살펴봤더니, 의외로 고약하더라. 냄새나는 거북이, 천적을 만나면 겨드랑이에서 악취를 풍겨서 지어진 이름, 남생이. 2025년 경남 통영 미래사 연못.
거북이는 느리다.(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하지만 느린 거북이가 빠른 토끼를 이겼다.(모두 알고 있지. 유명한 우화니까.) 성실함이 재능을 이긴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은 교훈일까.(아니. 신사동 승부란, 삶이 그렇듯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게 교훈이야.)
미키 사토시의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는 정말로 거북이가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거북이처럼 느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 스즈메다. 아무도 그의 삶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남편조차 애완거북이의 안부를 물을 뿐, 아내의 삶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보나 마나 뻔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일상에 물음표가 무슨 필요인가. 그런데, 그게 비범함이었다. 어느 날 스파이가 되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들이 눈여겨본 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스즈메의 평범함이었다. 적에게 들킬 염려 없는 평범함의 비범함. 영화는 스파이라는 단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계속 심심하게 흘러간다. 제목이 ‘의외로’ 엉뚱하다. 엉뚱하지 않으려면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걷는다’라거 청년창업자금대출 나 ‘거북이는 당연히 빨리 헤엄친다’가 돼야 하니까. 거북이는 땅 위에서 느릴 뿐, 물속에선 빠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거북이를 떠올리면, 무조건 느리다고 생각한다. 어떤 거북이는 알을 낳을 때만 뭍으로 나온다. 어떤 거북이는 평생 땅 위를 긴다. 거북이는 의외로 다양하게 살아간다.
지난 며칠, 멀리서 내려온 친구들과 남해의 숲과 바닷가를 주식 펀드 거닐었다. 나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이 풀, 저 나무 앞에서 한참을 떠들며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 경남 통영의 오래된 절집 근처 편백나무 숲길을 걷고 나오니 제법 큰 연못이 보였다. 커다란 바위에 거북이들이 모여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저 녀석들이 붉은귀거북인지 자라인지 남생이인지를 두고 말들이 오가고, 각자의 추억 속에서 산 거북이들이 하나둘 기어 월차 사유 나왔다. 무속신앙을 필름에 담아왔던 친구가 입을 뗐다.
“나는 거북이를 보면 수류탄이 떠올라. (왜?) 신라 문무대왕릉이 감포 앞바다에 있잖아. 영험한 곳으로 소문났거든. 한때는 바닷가에 굿당이 늘어서고, 난다 긴다 하는 무당들이 모여들었어. 우리 불교가 토속신앙과 긴밀하게 결합했잖아. 부처님 오신 날 즈음 방생한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로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주는데, 거북이도 빠지질 않지. 문제는 대부분 민물거북이라는 거야. 그 녀석들을 바닷물에 풀어주면 살 수 있겠냐고. 동해안이라 파도가 세니까 신발 젖을까봐 멀리서 던지는 사람도 많은데, 그게 꼭 수류탄 던지는 모습을 닮았어. ‘살던 대로 살아라’가 방생의 의미인데, ‘너 죽어봐라’가 되고 마는 거지. 끔찍해.”
인터넷을 뒤져보니 사실이었다. 민물거북 배에 가족의 이름을 꼼꼼하게 적어 바다에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무병장수와 복을 비는 행동이 저주로 돌변하는 순간들. 붉은귀거북은 생태계 교란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제지하는 행정당국도 없었다.
그랬다. 장수동물이라지만, 거북이는 의외로 오래 못 산다. 사람 손에 잡히기만 하면.
사진·글 노순택 사진사
*노순택의 풍경동물: 어릴 적부터 동물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물을 키우려고 부모님 속을 썩인 적도 많았지요. 책임의 무게를 알고부터 키우는 건 멀리했습니다. 대신 동물책을 많이 읽었지요. 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개와 닭과 제가 한 마당에서 놉니다. 작업을 위해서, 또는 다른 일로 국내외 여러 곳을 오갈 때면 자주 동물원에 들릅니다. 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스며들거든요. (격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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