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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흙을 매개로 예술적 생명을 탄생시키는 도예가는 마치 새로운 인류 같다. 흙을 빚어내는 단순한 듯 기술적인 행위에는 사실 도예가 한 사람의 삶의 태도와 정신성이 투영된다. 흙을 다루며 그 속에서 깊은 성찰을 이끌어 내는 인류, 이른바 '호모 세라미쿠스'의 탄생이다.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새롭게 제안한 개념인 '호모 세라미쿠스'는 동명의 전시를 통해 도예가의 입체적인 정체성을 설명한다. 전시에 소개되는 국내외 작가 18인의 오브제, 영상, 설치작품 43점과 도자미술관의 소장품 24점은 자연의 섭리 속 도예가의 숙명과 태도, 인간적 한계 속 고유한 정신과 수행적 태도, 나아가 삶에 대야마토2다운로드
한 성찰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먼저 1부 '겸손하게 호흡하다'에선 흙의 순환 속에서 자연과 겸허한 태도로 관계 맺는 도예가의 숙명에 대해 조명한다. 흙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며 묵묵한 손끝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겸허한 태도에 대한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현대 도예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니일 브라운자녀사랑CMA
스워드의 영상 작품 '마알 홀; 이회토 채취장'은 영국의 오랜 도자산업 중심지였던 노스 스태퍼드셔 지역에서의 퍼포먼스를 담으며, 물질과 몸의 관계를 탐색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헌신을 환기시켰다. 자연과 개발의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겸허하게 순리에 순응하고 묵묵히 나아가는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백인교의 '색의 흔GT&T 주식
적'은 도자의 물성을 활용한 색의 변화를 기록하는 실험적 작품이다. 다양한 화학 조성 색 안료를 여러 비율로 혼합하며 제작한 그의 오브제들 속에선 도예 제작에 내재된 시간성과 반복, 실험과 실패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완성'과 '불완전', '성과'와 '실패'의 경계를 오가는 과정과 우연성에 주목한 작가의 태도가 반영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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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자미술관 '호모 세라미쿠스' 전시 전경.





▲ 경기도자미술관 '호모 세라미쿠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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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2부에서는 '견디며 위로하다'는 불 앞에서 고요히 버티고 견디는 도예가의 수행적 태도를 조명한다. 고된 작업 과정을 묵묵히 견디며 차를 마시고, 사물을 만들고, 반복적으로 탐닉하는 일련의 행위는 도예가의 사유의 방식 그 자체다.
코 끝에 은은하게 풍기는 찻잎들과 함께 전시된 문찬석의 '달빛 다기 시리즈', 우시형의 '무유 차도구 세트', 이혜미의 '은채 도자 차 도구와 오브제 모음' 등은 이런 예술가들의 고유한 정신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강영준의 '분청다기 시리즈'는 일부러 시간의 흔적을 묻힌 낡은 목기, 자수, 조각포, 골동품 속에서 '오래되고 낡은 것'의 온기를 되새긴다. 그가 삶에서 느낀 불완전함과 무상함, 소박함 속 아름다움이 흙을 만지고 도자기를 빚는 일 속에서 벌어지는 실패를 도전으로 바꾼 것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태도는 도예가의 수행적 태도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 3부 '성찰하며 살아가다'에서는 자화상과 꼭두를 연상시키는 인물상 등을 통해 자아와 삶을 성찰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 경기도자미술관 '호모 세라미쿠스' 전시 전경.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한정운 경기도자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우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 도예가의 인내하고 견뎌내는 태도를 조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시를 기획했다"며, "동시에 도예가들에겐 어려운 도자산업의 현실을 돌아보고 서로 응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수행자적 태도로 예술세계를 완성해 가는 '호모 세라미쿠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경기도자미술관 3전시실에서 열린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