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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음수호혜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09-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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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한 천으로 만든 집 안에 들어서면 벽보다 먼저 문손잡이와 전등 스위치, 콘센트가 눈에 들어온다. 실제 집에서 매일 손을 대던 것들이다. 서도호(64)는 뉴욕의 작은 원룸에서 25년가량 살면서 같은 문손잡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만졌다. “그렇게 25년을 만졌다면 거기에 저의 에너지가 포함돼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의 집은 기억처럼 흐릿하고 투명하면서도 손잡이와 경첩, 스위치만큼은 놀랄 만큼 세밀하다. 사람은 집을 떠나지만 몸이 기억하는 집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집과 기억의 작가’로 잘 알려진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했다. 3·4·5전시실과 MMCA스튜디오 등에 초기작부터 설치, 영상, 드로잉 등 500여 。을 펼쳐놓는다. 지난해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개인전 ‘집을 걷다(Walk the House)’를 연 그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된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다. 이번 전시는 ‘천으로 집을 만드는 작가’라는 익숙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그보다 훨씬 넓은 서도호의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 200여 。의 드로잉으로 채운 전시실에서는 거대한 설치 작품에 가려졌던 ‘그리는 사람’ 서도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선 대신 실을 종이 섬유 속에 심은 ‘실 드로잉’은 2009년 싱가포르 STPI(싱가포르 타일러 프린트 인스티튜트) 레지던스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체리마스터 확률 . 그는 “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봇물이 터진 것처럼 수백 。을 만들었다”며 치밀한 설계가 필요한 대형 설치를 오래 해오며 눌러왔던 즉흥적인 그림에 대한 욕구가 “확 폭발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유독 발걸음을 붙드는 것은 4전시실을 차지한 ‘러빙/러빙(Rubbing/Loving): 서울 집’이다. 전시장 한가운데 팔작지붕을 인 한옥 한 채가 통째로 들어섰다. 치켜 올라간 처마와 기와, 서까래와 나무 기둥, 창호와 벽돌까지 얼핏 보면 실제 옛집 같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집은 금세 실체를 잃는다. 나무의 갈라진 결, 벽돌 사이 줄눈, 기와의 굴곡과 못 자국이 창백한 닥지 위에 흑연의 흔적으로 떠 있을 뿐이다. 오래된 집의 피부를 통째로 벗겨 세워놓은 듯하다. 이곳은 아버지인 한국화가 서세옥이 1970년대 사라져가던 전통 한옥을 되살리겠다며 창덕궁 연경당을 본보기로 5년 넘게 지은 성북동 집의 별채이자 서도호가 성장한 공간이다. 작가는 집 전체에 종이를 밀착시킨 뒤 약 1년에 걸쳐 기둥과 벽, 문과 처마를 문질러 표면을 떠냈다. ‘문지르다(rubbing)’와 ‘사랑하다(loving)’를 겹친 제목처럼 집의 피부를 손으로 더듬는 과정은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어루만지는 행위와 닮았다. 릴게임 코리아 작가는 이 작품을 “아버지와 나의 자화상”이라고 부른다. 천으로 집을 다시 지었던 이전 작업이 기억을 ‘재구성’했다면 여기서는 오랜 세월 집에 밴 흔적을 직접 ‘채취’한다. 사랑했던 장소를 온전히 붙잡을 수는 없고 결국 남는 것은 흔적뿐이라는 사실, 집을 떠난 뒤에야 기와 한 장과 문살 하나까지 또렷해지는 기억의 속성을 보여준다. 그의 ‘집’도 세월에 따라 변했다. 초기 천 집들은 독신 시절 빈방에서 혼자 공간과 나눈 대화에서 나왔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자 집과 자신 사이에 ‘사람’이 들어왔다. “집이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가정이 됐다.” MMCA스튜디오에서 처음 공개하는 ‘부성애(Fatherhood)’ 연작이 그 변화를 보여준다. 신작 ‘사랑의 기억’은 자신의 코트 안쪽에 가족의 옷에서 떼어낸 주머니를 달고 그 안에 가족과 관련된 사물을 넣었다. 몸을 감싸는 옷이 가장 작은 집이 되고 그 안에 가족의 시간이 나이테처럼 쌓인다. 전시는 작품을 시기나 매체별로 줄 세우는 대신 초기와 현재가 다시 만나도록 원형에 가깝게 엮었다. 사람과 공간, 시간과 관계가 하나의 선으로 나뉘지 않고 끊임없이 겹치는 서도호의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작가는 이를 불교의 ‘회향(廻向)’에 빗댔다. 자신이 만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고 나눈다는 뜻이다. 서울과 뉴욕, 런던에서 건너온 그의 사적인 기억은 전시장에 펼쳐지는 순간 관객에게 건네지고, 그 집을 걷고 나온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떠나온 집 하나를 되돌려 받는다. 세월에 따라 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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