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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재라어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09-0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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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이인이 사랑하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여기 사람 없다 차 없다 고양이 많다 거짓말 같지만 여기 나무 한 그루도 없다 그래서 그늘 없다 가도 가도 땡볕이다 여기 휙휙 휘감는 벤 자리 또 베는 면도칼 같은 초록 풀 많다 실어증 걸린 구름 많다” (‘희귀한 지구 방정식’ 부분) 스무 살 무렵에는 시를 배우고 싶어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그 시절 대학 강의실이며 문예창작 교습소에서 만난 시인 선생님들에게는 분위기가 있었다. 완성된 철학을 두르고 있는 듯한, 견고하게 차분한 태도라고나 할까. 그런 태도는 시인이 되어가는 과정의 중간 목적지처럼 여겨졌다. 지금으로서는 날뛰듯 시를 쓰며 자아를 표출하는 어린 사람밖에 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분위기를 갖고 세상을 응시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때 나는 비로소 시인이겠지, 생각했다. 바다이야기 꽁머니 환전 “껍질이 깎이고 끊어지지 않고 계속 속살이 깎이면/ 그러다 끝이 나오면/ 처음부터 처음까지/ 펄쩍펄쩍 뛰는 행렬이었으니// 그릇은 깎은 얼굴을 받아놓는 곳/ 그릇은 깎인 표정을 담아두는 곳” (‘감자 깎기’ 부분) “나쁜 건 나예요. 내가 자꾸자꾸 물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자꾸자꾸 기억했거든요. 처음부터 그러려던 것이 아니었어요. 하다 보니 번지는 들불이었어요. 그는 우물 같아서 그에게 하는 말은 나에게만 비쳤어요. 아무도 아무도 몰랐어요. 그는 언제나 국수 다발처럼 나를 정리해주었어요.” (‘기억의 천재 푸네스’ 부분) ‘브로콜리 산양 작은 사람’에서 이원 시인의 시는 바깥을 향해 열린 창 같다. 세상을 희끄무레하고 따뜻하게 촬영하는 빈티지 카메라 같다. 이때 렌즈가 포착하는 장면은 거창하지 않은 일상이다. 시를 이루는 문장 또한 동네를 산책하듯 가뿐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런데 시선 속에 걸리는 것이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두려워하는 사람의 발소리를 분간하지 못하는 고양이라든가, 인간의 감정을 형상화한 귤이며 감자 껍질, 기억을 왜곡하는 타인 등이 도처에 존재한다 바다게임 . 이들은 아이러니와 온기를 동시에 품고 있다. 그러니까 지구는 안온하기만 한 곳이 아니다. 복잡하고 매력 있는 곳에 가깝다. 한 권의 시집처럼. “빛은 식물들이 새들이 잊지 않고 꼭꼭 물고 오는 쪽지라고 믿는 편. 빛의 시작이나 빛의 끝을 마주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빛은 여기를 통과하는 인간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고 믿는 편.” (‘생물권’ 부분) 브로콜리와 산양과 작은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기표라는 동등한 지위를 갖고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을 떠올려본다. 거기엔 오래 끓인 국처럼 오래 바라본 입장이 되어야 가능해지는 목소리가 있다. 뭉근하면서도 중립적인 목소리의 깊이감이 있다. 이원 시인이 다듬어 온 시의 태도, 삶의 태도는 그처럼 가만가만하고 품이 넓은 것이었을까. 견고하게 응시하되 차분하게 아우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시집은 그런 마음을 갖게 한다. 브로콜리 산양 작은 사람·이원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180쪽·1만3,000원 신이인 시인 . 거기엔 오래 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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