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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한 많은 배를 빨리 확보하고 싶어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상호관세 인하(25→15%)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건 우리 측 협상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업 부흥 의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빠르게 포착한 덕이다. 미국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 규모를 키우고 실현 가능성도 더 높아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의 40%인 1,500억 달러를 할애했고 '한국산 배'가 미국에서 '성조기'를 달고 출항할 수 있는 대출금리인하 협력 모델을 가동할 계획을 세웠다. 길게는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끌어올리는 청사진도 만들었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새 브랜드도 큰 역할을 했다. 구호로 각인하는 걸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감안해 그의 대표 슬로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힌트를 얻었다. 협상 과정에서는 트럼프 기업은행 대통령의 연설에서 종종 등장하는 '1m 패널'을 이용해 프로젝트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았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조선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조선업계에도 큰 이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조선업계에서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썼어야 할 투자로 상호관세 인하를 이끌어내 한미 양측이 '윈-윈(Win-Win)' 했다는 분석이다.
조기상환수수료
"마스가, 이번 협상의 게임체인저"



그래픽=신동준 기자


3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이번 협상 성사의 일동공신은 마스가 프로젝트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에서 배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지를 희망급여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 배가 빨리 많이 확보됐으면 좋겠는 생각이 강했다"며 "그러려면 한국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만 할 수 있는 게 뭐냐'는 질문에 답은 조선이었다"며 "조선 투자 아이디어는 (이번 협상의) 게임체인저였다"고 설명했다.
협상 저축은행 대환대출 단은 우리 조선업계와 미국이 최대한 많은 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다. 이에 한화오션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단기적으로 선박 블록을 거제조선소에서 만들고 최종 조립은 미국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에서 마치는 계획을 세웠다. 사실상 '한국산' 선박이 미국에서 성조기 깃발을 꽂고 출항하는 것. 한화오션은 이 과정에서 필리조선소 인력을 거제조선소로 데려와 고급 선박 건조 기술도 공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4년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현대화 작업을 중장기적으로 진행해 연간 10척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HD현대도 미국 현지에서 선박이 만들어지는 데 집중할 계획을 전달했다. 미국 조선사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2028년까지 ECO 조선소에서 중형급 컨테이너 운반선을 함께 만든다. 선박 설계, 기자재 구매 대행, 건조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고 블록 일부도 제작해 공급할 방침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필리십야드 4독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협상단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에서 1,500억 달러를 마스가 프로젝트에 배정했다. 대미투자펀드의 구성은 미국이 원하는 투자처에 따라 정해졌는데 펀드의 40%를 조선업에 할애했다. 1,500억 달러가 모두 현금은 아니다. 우리 조선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때 실행되는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의 대출 보증이 펀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 본부장은 "정책금융 기관들의 보증 능력으로 가능한 지점이라고 본다"며 "(미국 조선 기업과의 사업에서) 상업성, 건전성 등을 검토해 대출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업계에서도 "정부의 정책 금융이 뒷밤침되면 미국에 대한 적극적 시설 투자나 지분 투자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 수익 늘어날 것"



김정관(왼쪽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0일 미국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번 투자는 우리 조선업계가 원했던 미국 시장 공략도 가능하게 해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앞으로 200척 안팎의 함정을 발주할 것으로 보이는데 마스가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한국이 물량을 수주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스카 프로젝트를 통해 미 해군 유지보수(MRO) 사업에 참여할 기회도 늘어나고 무인선박 기술도 개발하면서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퍼주기가 아니다"며 "결국 우리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들에 일감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내 조선소 독은 가득 차 추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한 물량 수주가 필수적"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선행됐어야 할 투자로 상호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조선업 부흥을 한국은 미국 진출을 이룬 윈-윈 사례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