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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을 ‘공개매수 경쟁 상황에서 허용되는 장내매수의 방법과 범위’로 규정하고, 시세조종 주문 여부와 대량 매수의 합리성까지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검찰 “주가 12만원 목표 불법 매집” vs 변호인단 “합법적 매수”

검찰은 카카오 임직원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롯데캐피탈 채용 적용, 중형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주가 12만원을 목표로 장내 매집을 벌였으며, 이는 정상적 경쟁이 아닌 불법적 시세 조종이었다는 주장이다. SM 주가 급등락으로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고, 하이브·SM 결합 기회도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징역 15년·벌금 한국장학재단 생활비대출 부모님 5억원, 배재현 전 투자총괄 12년,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7년,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9년, 강호중 전 투자전략실장 7년을 각각 구형했다. 또 원아시아파트너스 경영진에는 징역 7~10년, 카카오·카카오엔터·원아시아 법인에는 벌금 5억원씩을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공개매수 기간 중 5% 미만 장내매수는 합법적 수단이며, 단순한 ‘ 대출무직 저지 의도’만으로 시세조정 고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주장한 반복 주문·호가 소진 등 비시장적 조작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고, 원아시아 매수와 김범수를 연결할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현직 경영진 무죄 주장
카카오 전·현직 경영진은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범수 집합건물법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방광암 투병으로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법정에서 당당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불법적 지시나 승인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SM 인수에는 처음부터 부정적이었고 경영권 분쟁에도 반대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분 매입은 협상력 확보 차원일 뿐, 시세조종이나 원아시아 동원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는 유한책임대출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결론을 정해놓고 기소했다”며 “하이브 저지를 전제로 한 기소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죄 증거가 왜곡되면서 카카오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본인도 2년 반 동안 피의자 신분으로 고통받았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했다.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시 “35년간 콘텐츠 산업에 몸담으며 합법적 절차를 거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성장을 위한 노력이 범죄로 오해받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8월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브라이언 오케이” 공방, 카카오 의사결정 신뢰 시험대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한 배경에는 카카오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2023년 3월 5일 배재현 전 투자총괄이 공개매수안을 김 센터장에게 보고했고, 이 과정에서 “오케이(승인)”를 받았다는 타인과의 녹취·대화 기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김범수 승인 없이는 결정이 불가능했다”며 폐쇄적·비공식적 승인 구조를 문제 삼았다.
김 센터장은 즉각 반박했다. “3월 5일 보고는 없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카톡이나 전화로 승인한 적은 없다”고 언급하며 비공식 승인 관행 자체를 부정했다. 김범수 센터장은 “2022년 초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중요 안건은 공식 회의에서만 다루고, 1:1 개별 보고는 지양해 왔다”고 말했다. 변호인단도 카카오톡 로그에서 승인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고, 3월 6일 내부 대화에서도 “전날 오케이는 아니었다”는 확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2월 14일 김 센터장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의 만남 경위를 따져 묻고, 사전 승인 여부를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넷마블 의장) 방준혁 측 제안으로 강남 식당에서 방시혁 의장을 만났다”며 “방 의장이 ‘SM 인수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구체 협의는 김성수(카카오엔터 대표)와 하라고 돌렸다”고 진술했다.
결국 쟁점은 “공식 회의 중심 의사결정”(김범수 측)과 “비공식·폐쇄적 승인 구조”(검찰 주장) 사이의 대립으로 압축된다.
카카오 AI 전략까지 걸린 10월 선고
이번 재판의 선고는 단순히 ‘합법적 장내매수의 경계’를 가르는 판례를 넘어, 카카오의 리스크 관리·준법 경영·AI 전략 전반에 직결된다.
카카오는 사건 이후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신설하며 준법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인공지능(AI)사업은 리더십 공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장기 투자 의사결정이 지연될 우려가 크다. 카카오는 정부 주도 독자 AI 사업에서 탈락한 뒤, 오는 9월 ‘이프 카카오(if kakao)’를 시작으로 카카오톡 기반 AI 신규 서비스 공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주요 경영진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신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무죄가 선고되면 경영진 리스크 해소와 함께 대외 협상력이 회복되겠지만, 유죄가 선고될 경우 항소전으로 이어지며 불확실성이 장기화한다. 결국 10월 21일 선고는 카카오뿐 아니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전반의 시선이 집중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현아 (chao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