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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6월 4일 종합주가지수 코스피는 2.7%나 상승했다. 대통령 취임 첫날 증시가 축포를 쏜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이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 모두 취임 당일 증시는 하락했다. 징크스가 깨진 건 ‘코스피 5,000’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휴면 개미'인 이 대통령이 1,500만 명 개인 투자자를 배신하진 않을 것이란 믿음이 강했다.
이후 코스피는 연일 승승장구하며 단숨에 3,000선을 돌파했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이 일등공신이었다.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 새마을금고후순위대출 에 시달려온 일반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보장될 것이란 희망이 생겼다. 대한민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외국인도 매수세로 들어왔다.
그러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눈 깜짝할 사이였다. 3,300선까지 뚫을 기세였던 코스피는 지난 1일 3.9% 폭락했다. 사라진 시가총액은 100조 원도 넘었다. 더불어 프리워크아웃신청방법 민주당과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를 확대키로 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해야 대주주로 보고 양도세를 매겼는데 이를 10억 원으로 낮출 경우 세금을 피하기 위한 매도는 쏟아질 수밖에 없다.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반시장 조치다. 코스피 5,000과는 먼 정책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4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네이버 날짜계산기 10억 원 보유가 대주주란 건 상식에도 안 맞는다. 부동산 시장의 자금도 증시로 끌어오겠다고 하더니 오히려 기존 주식 투자자들까지 내쫓는 꼴이다.
기대를 모았던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장 눈높이에 못 미친 것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지금까진 금융소득(배당+이자)이 연 2,000만 원을 넘기면 다른 소득과 합쳐 최고 45%의 누진세를 냈다. 주 자연산송이 식 배당으로 번 돈만 따로 떼어내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증가, 주주환원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당초 20%대로 검토되던 세율은 ‘부자 감세’ 비판이 일면서 35%로 올라갔다. 기대는 다시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정치적 간섭과 관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외국인도 ‘아직 한국은 멀었구나’라며 다시 매도세로 옮겨갔다.
아프로캐피탈 여기에 당정은 미국과 일본엔 아예 없는 증권거래세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벼룩의 간을 빼 먹겠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주가가 안 떨어지는 게 이상하다. 증시 부양책이 아니라 억압책이다.
증시는 변동성이 큰 게 속성이다. 언제 조정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단기 급등한 시점에 나온 하락의 죄를 세제개편에만 묻는 건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말로는 ‘코스피 5,000’을 외치고 증시 활성화를 약속한 이재명 정부가 실제 행동은 거꾸로 한다면 시장의 신뢰는 무너지고 증시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짐을 싸고, ‘국장 탈출은 역시 지능순’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한 한국 증시의 도약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시중에 풀린 돈은 더욱 부동산으로 쏠릴 것이다.
사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축으론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엔 대비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주식 투자에 나선 이도 적잖다. 이 대통령을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1,500만 개미들의 배신감과 곡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청원도 12만 명을 넘었는데 강경파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오만한 정권은 필패하기 마련이다. 두산밥캣 분할합병안을 철회시킨 것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제동을 건 것도 개미다. 배를 띄운 물은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
박일근 수석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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