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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지명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환경단체들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잇따라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원전 개발·수출 전문가인 김 후보자 인선은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 방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에너지 업계에서도 “원전업계와 이해관계가 있는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 추진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탈핵시민행동 등 전국 10개의 ‘탈핵’ 단체들은 논평을 내고 창업자금지원센터 “김 후보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표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전 산업을 이끌어온 인물이어서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회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어 “김 후보자는 체코 원전 수출에 고용취업알선 깊이 관여한 인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인사”라며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핵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로 (다시) 지명하라”고 요구했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김 후보자는 2018년부터 두산그룹에 임원으로 몸담았고, 최근 원전 핵심 기자재를 생산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장(마케팅 부문장)까지 지 카드 할부 수수료 계산기 냈다. 최근 국내 원전업계는 국외 건설 수주와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두산에너빌리티는 그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환경단체들이 그의 산업부 장관 지명과 원전업계의 이해관계를 연관지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사장으로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누리집 갈무리. 원전 주기기 공급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탈원전’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이번 이재명 정부는 필요하면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서 쓰겠다고 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원전을 보조 수단으로 국가장학재단 전환대출 함께 쓰는 방식의 ‘에너지 믹스’를 내걸고 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산업부 장관이 되면,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이나 국외 수주 등 원전산업에 더 큰 힘이 실려 되레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환경단체들은 우려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체코 원전 사업은 높은 현지화율 보장과 경쟁사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저가 수주’ 논란으로 인해 수익성이 의심받고 있다”며, 김 후보자가 관여한 체코 원전 수주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칫 원전업계의 실적을 위해 ‘손해보는 장사’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탈핵시민연대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원전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는 높은 건설비, 불확실한 경제성, 부족한 지역 수용성, 핵폐기물 문제까지 있어 탄소 중립의 현실적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업계에선 이번 장관 인선이 원전산업의 고질적인 ‘전관유착’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에너지기업 임원은 “기업들이 관료 출신을 뽑는 이유는 정부·국회에 ‘대관 업무’를 시키기 위한 것인데, 원전 관련 기업들의 민원을 다루던 후보자가 과연 에너지 전반을 균형 있게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 말했다. 또 “국내 산업과 통상을 부흥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면, 연간 설비 수출액 1조원이 채 안되는 원전 기업의 임원보다는 수출액 100조원이 넘는 반도체·자동차 관련 기업인에게 자리를 맡기는 게 맞다”고도 지적했다.
원자력안전과미래와 책임과학자연대(준)는 지난달 30일 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공개 질의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질의서에서 △김정관 후보는 체코 원전 수주의 위험한 구조를 설계한 당사자인가 △김 후보자의 임명은 두산에너빌리티와 참여 대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의 방어막인가 △김 후보자 임명이 산업부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것 아닌가 △프랑스 등 유럽과 외교 마찰까지 감수하며 체코 원전을 수주할 가치가 있는가 △김 후보자 임명은 재생 에너지 중심 정책을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의 철학에 맞는가 등 다섯 가지를 물었다.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코리아’가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로 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김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기업이 누군가의 가정과 일자리를 지켜내는 소중한 일터라 생각하고 정부의 일은 기업의 일터를 지켜내고 확장시켜 주고 더 낫게 만드는 것이기에 (기업인 출신으로서) 특별한 이해충돌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체코 원전 (수주) 때 얼마나 체코를 왔다갔다 했는지 모른다”며 “체코 원전 수주는 온나라의 경사로, 대통령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축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되는 정부조직개편 가운데 ‘기후에너지부 신설’ 방안에 대해선 “에이아이(AI) 시대에 머리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라면 심장은 에너지”라며 “산업과 통상, 에너지가 유기적으로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환경부 차관 인선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과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의 금한승 환경부 차관 임명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금 차관이 국립환경과학원장으로 부임한 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실증적 조사를 통해 공기 중 녹조 독소와 인체 녹조 독소 검출 결과를 밝혔다. 그러나 환경과학원은 이를 부정하는 행태를 보였다. 녹조 발생이 현저히 감소한 시기에 조사해 놓고 공기 중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뻔뻔함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금 차관 임명이 과연 적절한 인사였는지, 제대로 된 인물을 이토록 구할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며 “금한승 차관은 자진 사퇴하거나 국민에 사과하고 혁신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낙동강네트워크도 논평을 내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이 아니라 권력을 좇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의 환경부 차관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