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미국에 처음 와서 가장 놀라는 풍경 중 하나가 있습니다. 쇼핑몰 입구, 아파트 게이트, 학교 복도에서 유니폼을 입고 서 있는 사람들. 이들은 경찰이 아닙니다. 민간 보안회사 직원입니다.
미국에서는 공공 영역에서조차 민간 보안요원을 경찰보다 더 자주 마주칩니다. 이것은 단순한 현상이 아닙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기본 구조를 보여줍니다.




2023년 기준, 미국 경찰 인원은 약 72만 명입니다. 그런데 민간 보안요원은 약 120만 명이 넘습니다. 경찰보다 67% 가량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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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리적 보안 서비스 시장(경비, 경호 등) 규모는 2023년 기준 478억 달러(약 67조 원) 규모. 민간 보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반면, 경찰 인력은 정체돼 있습니다.


경찰 4번 출동했지만…털려버린 보안회사 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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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000만 달러가 사라진 미 LA의 가다월드 현금보관시설.



그런데 이 거대한 민간 보안 산업에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보안 전문 회사의 보안 시설이 털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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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1일 일요일, 부활절이었습니다. LA 북쪽 실마(Sylmar) 지역. 이곳은 GardaWorld(가다월드)라는 세계적인 보안회사의 현금 보관 시설이었습니다.
GardaWorld는 무장 보안과 현금 수송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2024 회계연도 매출만 59억 달러(약 8조 3천억 원) 백경게임랜드 규모로 은행, 소매점, 금융기관이 이 회사에 현금을 맡기고, GardaWorld는 장갑차로 현금을 운송하고 자체 금고에 보관합니다. 한마디로 ‘돈을 지키는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그날 밤, 범인들이 이 시설을 털었습니다. 범인들은 건물 지붕을 뚫고 침입했습니다. 그리고 금고까지 침투해 현금을 훔쳤습니다. 3000만 달러, 원화 환산 기준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약 420억 원이었습니다. LA 역사상 최대 현금 도난 사건입니다.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냐고요? 출동했습니다.
3월 30일 밤 11시 30분, 첫 번째 알람. LAPD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3월 31일 새벽, 두 번째 알람. 경찰이 또 출동했습니다. 같은 날, 세 번째 알람. 경찰이 또 출동했습니다. 네 번째 알람. 경찰이 또 출동했습니다.
경찰은 총 4차례나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GardaWorld도 알람 신호를 받았지만, 침입으로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보안 전문 회사가 자기 시설의 알람을 무시한 겁니다.




월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직원들이 금고를 열고 돈이 사라진 걸 발견했습니다. 범인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건물 측면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고, 합판으로 임시 봉쇄돼 있었습니다.

전직 LA 카운티 보안관 짐 맥도널(Jim McDonnell)은 “탐지되지 않고 침입하고, 내부 금고에 접근하고, 그 많은 재산을 빼돌리려면 알람 시스템, 건물 구조, 감시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매우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율된 범죄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보안 전문가 짐 맥거피(Jim McGuffey)도 “충격적입니다. 이런 시설은 두 개의 독립된 알람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금고에는 지진 감지기가 붙어 있어야 하고, 건물 전체에 모션 센서가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 돈이라면 그냥 걸어 들어가서 걸어 나갈 수 없습니다”라고 분석했죠.
그런데 실제로는 알람이 4번이나 울렸지만 아무도 막지 못했습니다. FBI와 LAPD가 합동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용의자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420억 원과 범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미국 치안의 민낯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돈을 지키는 전문가인 보안회사조차 자기 금고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민간 보안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둘째, 경찰은 4번이나 출동하고도 범죄를 막지 못했습니다. 공공 치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결국 미국 치안 시스템은 민간도, 공공도 모두 무력합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67조 원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경찰 72만 vs 민간 보안 120만…왜 이렇게 됐나





미국 뉴욕의 경찰.



미국은 현재 경찰보다 민간 보안이 더 압도적으로 많은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이유는 첫째로 극도로 분산된 치안 예산 때문입니다. 미국은 1만8000개의 독립된 경찰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방 경찰, 주 경찰, 카운티 보안관, 시 경찰이 각자 다른 예산과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찰청 같은 중앙 조직이 없습니다. 중앙 통제도, 표준화도 없습니다.
평균 경찰서 규모는 44명에 불과합니다. 2-3명만 근무하는 작은 경찰서가 8000개나 됩니다. 전체의 44%입니다. 예산이 부족한 지역은 선택지가 두 가지뿐입니다. 경찰 충원을 포기하거나, 민간 보안회사와 계약하거나.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합니다.
특히 민간 보안과 경찰 규모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중입니다. 2024년 미국 민간 보안 시장은 244.7억달러 규모로 추정됩니다. 2030년까지 392.2억달러까지 성장해 연평균 성장률(CAGR)은 6.07%에 달할 전망입니다.
둘째, 비용 효율성입니다. 경찰 공무원을 채용하면 채용, 교육, 장비 구입에 비용이 들고, 연금과 복리후생이 평생 따라붙습니다. 인력 조정도 어렵습니다.
반면 민간 보안은 채용이 빠르고,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인원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뉴욕의 사례를 보면, Allied Universal(얼라이드 유니버설) 보안요원 시급은 18.50~27달러(약 2만6000원~3만8000원)입니다. 연봉으로는 5만5000 달러(약 7700만 원)입니다.
반면 뉴욕 경찰 공무원 초봉은 6만 -달러(약 8400만 원)가 넘고, 여기에 연금과 복리후생 비용까지 더해집니다.




셋째, 경찰 예산 삭감 운동의 영향입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Defund the Police(경찰 예산을 삭감하라)”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2024년 연구 결과를 보면, 경찰 예산 삭감은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화당 지역에서는 경찰 예산이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민간 보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학교는 경찰 배치를 줄이는 대신 민간 보안요원을 추가로 배치했습니다. 병원도 경찰 대신 보안 용역을 확대했습니다. 아파트 단지는 경찰 순찰 대신 게이트와 보안 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쇼핑몰은 애초에 경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보안요원을 24시간 운영합니다.
경찰 예산을 줄이자는 운동이 예산을 줄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민간 보안을 키운 겁니다.


“내 건물은 내가 지킨다”…부자만 점점 안전한 나라
미국과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가 여기 있습니다.

한국의 치안 철학은 명확합니다. “공공 안전은 국가의 책임이다.” 경찰이 쇼핑몰을 순찰하고, 아파트 단지를 경비하고, 학교 주변을 지킵니다. 개인이나 건물주가 별도로 보안을 고용하는 건 선택사항입니다.
미국은 정반대입니다. “내 건물은 내가 지킨다.” 재산 소유자의 책임입니다. 경찰은 범죄가 일어난 후에만 개입합니다. 예방은 당신 몫입니다.
그러니까 건물주는 보안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습니다. 학교는 자체 보안요원을 채용하거나 용역을 줍니다. 쇼핑몰과 아울렛은 무장 보안요원을 24시간 운영합니다. 대기업은 자체 보안팀을 꾸립니다.
부자 동네는 게이트를 설치하고 보안 경비원을 배치합니다. 비용은 한 달에 2000~5000 달러(약 280만 원~700만 원)입니다.
가난한 동네는? 보안이 없습니다. 경찰에만 의존합니다.




민간 보안 시장을 세분화해보면, 2024년 기준으로 가장 큰 시장은 주택과 게이트 커뮤니티입니다. 전체의 46%를 차지합니다. 상업용(쇼핑몰과 오피스)이 22%, 학교가 12%, 병원이 10%입니다.

게이트 커뮤니티의 아이러니가 여기 있습니다. 부자들은 높은 벽, 보안요원, 출입 통제로 안전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도 벽은 있습니다. 하지만 보안요원은 없습니다. 구식 게이트만 남아 있습니다.


80만 직원 거느린 보안회사…월마트 다음 규모
민간화가 이 정도 규모면, 거대 기업들이 탄생합니다.

Allied Universal(얼라이드 유니버설)은 세계 최대 민간 보안회사입니다. 직원 수가 80만 명이 넘습니다. 북미 기준으로 월마트 다음으로 많은 직원을 고용한 민간 기업입니다. 공항, 병원, 쇼핑몰, 아파트, 물류센터 전반에서 일합니다. 2023년 매출은 180억 달러(약 25조 원)입니다. 미국 50개 주 모두에 존재합니다.




Securitas(시큐리타스)는 글로벌 2위 보안회사입니다. 총 직원 수는 35만 명이 넘습니다. 2024년 수익은 155억 달러(약 22조 원)입니다. 전자 보안 부문만 57억 달러(약 8조 원)를 벌어들입니다. 40개국 이상에서 운영됩니다.

다음으로 420억 원을 도난당한 GardaWorld(가다월드)가 있습니다. 무장 보안과 현금 수송 전문 회사로, 2024 회계연도 매출은 약 59억 달러(약 8조3000억 원)입니다.
2020년 이후 학교 보안도 폭발적으로 민간화됐습니다. 뉴욕의 경우, 2022년부터 공립학교에는 경찰이나 보안요원 배치가 의무화됐습니다. 학생 300명 이상이면 보안요원 1명, 500명 이상이면 2명을 배치해야 합니다.
Citadel Security Agency(시타델 시큐리티 에이전시), Sentinel Management Group(센티넬 매니지먼트 그룹), GuardEX(가드엑스) 같은 지역 보안회사들이 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비용은 학교당 연간 10만~3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4억2000만 원)입니다.




병원 보안도 민간화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사모펀드 회사들이 나섭니다. 2024년 상원 조사 결과를 보면, Apollo Global Management(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Blackstone(블랙스톤), KKR 같은 사모펀드 회사들이 미국 응급실 직원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40명 이상의 응급실 의사들이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응급실 폭력은 증가하고 있는데, 사모펀드의 비용 절감 압박으로 보안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치안 민간화는 단순한 현상이 아닙니다. 이건 미국이라는 제국의 기본 구조입니다.
핵심은 “사적 재산” 문화입니다. “내 건물은 내가 지킨다.” 이 철학이 478억 달러(약 67조 원) 시장을 만들었고, Allied Universal 같은 거대 기업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보안 전문 회사의 알람이 4번이나 울렸지만 금고에서 420억 원이 털렸습니다. 이것이 미국 치안 민간화의 민낯입니다.

미국에 살아봐야 보이는 진짜 미국. 뉴욕특파원 홍성용 기자가 직접 경험하고 해석한 미국의 돈 이야기. “미국 월세는 왜 이렇게 비싸고, 중고차는 어떻게 사며, 왜 크레딧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가?” 직접 체험한 미국살이의 모든 것을, 한국인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정리합니다.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