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를 시각적으로 전하는 일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철학과 미학, 이야기를 한 편의 영상으로 응축해 보여주는 일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브랜드가 걸어온 길과 정신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언어보다 빠르고 깊게 브랜드의 본질을 이해시키는 방법으로 영화를 선택했다. 창립자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삶과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브루넬로: 더 그레이셔스 비저너리〉를 공개한 것.




월드 프리미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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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음악가, 배우가 함께한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



특히 월드 프리미어를 선보인 장소가 예술과 영화의 도시 로마에서 열렸다는 사실은 더 깊은 의미를 남긴다. 로마는 쿠치넬리 릴게임바다신2 가 늘 영감을 받아온 도시다.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그는 인간 중심의 가치와 인문주의적 이상을 브랜드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2000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로마는 그의 철학이 자라난 토양이자, 삶과 예술이 만나는 장소였다. 그는 ‘모든 것은 이 땅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을 품었고, 장소가 지닌 고유한 영혼을 존중했다. 그에게 로마는 단순한 도 백경릴게임 시가 아니라 인간과 세계, 삶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상징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신세경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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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석한 신세경 배우.








행사에 참석한 박진영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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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석한 박진영 배우.

영화 프리미어 상영이 열린 치네치타는 1930년대 이후 수많은 명작을 낳은 이탈리아 영화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이 역사적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시선은 전기영화나 홍보 영상이 아닌, 한 인간의 사유와 감정, 시간을 담아내는 시적 기록에 가깝다. 약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쿠치넬리의 유년 시절부터 브랜드를 일군 현재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간의 존엄과 아름다움을 지키려 했던 한 철학자의 여운과 마주하게 된다. 음악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작곡가 니콜라 피오바니가 맡아, 그의 내면과 시간의 흐름을 섬세하게 직조했다. 이번 프리미어는 새롭게 완공된 ‘테아트로 22’ 개관을 기념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영화 상영 후에는 고대 로마의 포럼을 정교하게 재현한 세트장에서 감동을 이어갔다.




로마, 치네치타에서 개최된 월드 프리미어.



신전과 광장, 대리석이 어우러진 공간을 거니는 동안 관객들은 시간의 경계를 넘어선 듯한 경험을 느끼게 된다. 전 세계의 언론인과 예술계 인사, 쿠치넬리의 가족과 친구들이 참석했으며, 한국의 배우 박진영과 신세경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영화는 쿠치넬리의 삶을 단순히 회고하지 않는다. 그의 철학은 그가 살아온 시간과 일, 공동체를 대하는 방식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린 시절,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도덕적· 경제적 존엄을 지키는 노동의 가치를 깨달았다. 훗날 그런 경험은 ‘인문학적 자본주의’와 ‘인간 지속 가능성’이라는 사상으로 발전했다.




이야기의 주인공 브루넬로 쿠치넬리.



피타고라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철학자에게서 배운 지혜는 그의 경영관과 세계관의 뿌리가 됐고, 그는 언제나 아름다움과 균형을 추구하는 삶을 실천해 왔다. 1978년, 그는 컬러 캐시미어 니트웨어로 시작해 이탈리아 장인 정신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었다. 이후 브랜드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됐고 ‘품위 있는 인간의 삶’이라는 이상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솔로메오 마을에 세운 장인 학교와 복원 프로젝트는 그런 철학을 실천한 결실로, 인간의 존엄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보전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삶과 철학이 담긴 영화 속 장면들.


















결국 〈브루넬로: 더 그레이셔스 비저너리〉는 한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에 대한 탐구이자 예술로 승화된 사유의 여정이다. 영화는 묻는다. 쿠치넬리는 젊은 세대에게 “두려움 없이 자신만의 아름다운 꿈을 가꿔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가 남긴 이 메시지는 로마에서 시작해 세대를 넘어, 세계로 이어질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전기적 기록이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신념으로 삼아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조용한 증언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예술과 철학의 언어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