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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제품을 미국에 수출했지만, 올해에는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9일 중국 중부 후난성의 화이화에서 만난 여행용 캐리어 제작업체 ‘후난화웨이테크놀로지’의 직원 펑핀위(馮品瑜)가 한 말이다. 그는 “동남아 주요국 중산층의 구매력은 미국 소비자와 큰 차이가 없 사금융대출연체 다”며 “앞으로도 아세안 10개국으로의 수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도 베이징에서 약 1722km 떨어진 화이화에서는 이날 ‘제2회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무역 박람회의 개막식이 열렸다. 약 2만 ㎡의 행사장에는 수많은 관람객과 해외에서 온 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행사장 내 대형 현수막에는 ‘기회를 나누고, 중견기업 윈윈(win―win)하는 미래로’라는 올해 행사의 슬로건이 적혀 있었다.
● “美 대신 동남아 수출로”
2022년 1월 발효된 RCEP는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면에서 각각 세계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가입해 개인급전 있다. 초기부터 중국이 주도했고, 중국의 영향력이 큰 아세안 주요국들이 적극 참여해 왔다.
이번 박람회 역시 중국 주요 기업이 동남아 각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쇼케이스’ 느낌이 강했다. 특히 많은 중국 기업은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과의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對)미국 수출 의 원클릭대출 존을 낮추고, 다른 나라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한 물류업체 직원은 해외 바이어들이 부스 앞을 지나갈 때마다 능숙한 영어로 호객 행위를 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또한 행사장 입구에 별도 부스를 차려 참가 기업에 RCEP 협정에 따른 통관 절차 등을 상담해 주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파키스탄 기업인은 “중국산 자전거, 오토바이, 전 미국 금리인상 자제품 등이 큰 인기”라며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게 중국산의 장점”이라고 했다.
수출 다변화를 위한 중국 당국의 노력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4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1% 증가했다. ‘2.0% 증가’를 예상한 주요 외신의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아세안 10개국으로의 수출이 21% 급증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 또한 8%로 늘었다. 미국 수출이 한 해 전보다 17.6%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전쟁 여파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했지만 급증한 아세안으로의 수출이 그 후폭풍을 어느 정도 상쇄해 주고 있는 것이다.
● 中―동남아 교역의 물류 중심지
이번 박람회가 열린 화이화의 인구는 약 500만 명. 수천만 명의 대도시가 즐비한 중국에서는 중소도시에 속한다.
다만 그 위상은 인구로만 재단할 수 없다. 예전부터 철도 요충지였던 데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의 교역이 늘어나면서 핵심 물류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화이화와 RCEP 회원국의 무역량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연평균 87% 급증했다. 이번 박람회가 화이화에서 열린 것도 이런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화이화 국제육상항구에서 출발한 기차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물론이고 남부의 거점 도시 호찌민까지 운행한다. 다른 노선 또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이어진다. 중국은 올해부터는 과일, 유제품 등 각종 신선식품을 동남아까지 운반할 수 있는 냉장 설비를 갖춘 열차도 운행하고 있다.

올해 화이화 국제육상항구를 거친 물류는 7일 기준 총 32만 t.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늘었다. 상품 가치 또한 28억 위안(약 5500억 원)에 달한다. 육상항구 측은 “통관, 금융 지원 등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의 물류 비용을 절감시켜 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RCEP 자체가 중국 주도로 이뤄지는 협정이고 이번 행사의 주최 또한 지방정부가 하다 보니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제한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개최국인 중국을 제외하고 이번 박람회에 초청을 받은 RCEP 14개국 중 외교 사절을 보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6개국에 그쳤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은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화이화=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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