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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정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외과 전문의(교수)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중증 외상 환자는 초 단위로 상태가 달라진다”며 “환자의 초기 소생을 위해서는 빠른 판단과 움직임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할 때는 기계처럼 눈앞의 손상에만 집중하다 환자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돌아오면 그때 나도 사람으로 돌 유선 아온다”며 “의식을 되찾은 환자가 지르는 비명이 삶을 지켜냈다는 신호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단국대병원에서 외상외과 전문의로 경력을 시작한 허 교수는 지난달 외상센터에서 일하며 느낀 바를 에세이로 풀어낸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를 출간했다. 책을 집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글을 쓰는 행위는 그 스스로 환자를 떠나 병원식대 보내는 ‘장례의식’이나 다름없었다. 또 풀어낸 활자를 읽고 자신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한없는 사랑과 위로를 되돌려받았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저서에 그려진 외상센터는 허 교수에게 삶을 가르쳐준 현장이었다. 늘어나는 젊은 자살 시도 환자를 보면서 한국 사회가 얼마나 무너지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깨달았다. 자해로 입원한 초등학교 동창을 보고서 중견기업 는 차마 아는 척할 수 없었다. 사회 통념상 가족이라고 다 가족은 아니라는 점도 절감했다. 임종을 지키려 병실을 찾았던 딸이 차로 아버지를 고의로 치고 달아난 용의자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잘못된 음주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졌다. 음주운전이 아니더라도 술 때문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외상센터를 찾는 사람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인의하루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슬픔을 보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 허 교수는 “실무를 위해서라도 병원에서 헐중알코올농도 측정이 가능해져야 한다”며 “주취 정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면 환자에 대한 치료도 보다 정확하고 신속해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산업재해는 피부로 다가왔다. 허 교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중대 산업재해가 일어났을 때 쇼핑몰 사업자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리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시행됐지만 외상센터를 찾는 피해자가 여전히 많다고 했다.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늘며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증가했다. 그는 “외상외과 환자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환자가 사망할 경우 가족이 입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치료한다”고 말했다.
만 1년간 탈출구를 찾지 못한 의정 갈등은 외상센터에도 타격을 줬다. 전공의 이탈 등으로 현장 역량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경남 사천에서 사고가 났는데 받아줄 외상센터가 없어서 천안에 있는 단국대병원까지 연락이 온 사례도 소개했다.
허 교수는 “국내 외상의료 시스템의 효용성을 볼 수 있는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을 보면 외상센터가 처음 생긴 2012년 약 35%에서 2021년 13.9%로 줄었다”며 “그런데 의정 갈등 이후 현장에서는 ‘2012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이룬 성취가 불과 6개월도 안 돼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중증 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진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의료진에 대한 무분별한 고소 같은 ‘사법 리스크’를 특히 우려했다. 의사 개인이 직접 변호사를 고용해 대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민사소송에서의 배상 책임도 개인이 져야 하기 때문에 진료에 소극적이고, 사망 환자가 많은 진료과에 신규 인력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국대병원 또한 최근 5년간 외상센터에 신규 의사가 들어오지 않았다.
허 교수는 “환자가 사망하면 의료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최근 3년 사이에 더 커졌다”며 “환자를 지키지 못했을 때 의료진이 느끼는 좌절감과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그 순간을 다시 꺼내보지 못한다면 다음 환자를 지키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복기한다”며 “필수·중증 의료 정상화는 사명감을 가진 의사가 오직 환자만 바라보고 치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을 때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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