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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고향 친구랑 시골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죠.”

지난 23일 광주 남구 양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우(33) 씨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유튜브 채널 '오지는 오진다'를 통해 다채로운 시골 공간을 소개하며 구독자 46만명을 넘게 모았다. 현재 누적 영상 477개, 조회 수 1억5,480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채널 운영을 결심한 시기는 지역 방송국 일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지 2년 차를 맞는 때였다. “처음엔 외주 작업이 제법 들어왔지만, 편차가 심했다. 로스쿨 등록금 겨울이면 백수였다. 멍하게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점차 마음이 피폐해졌다. 결국 우울증까지 왔다.”

김 씨에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평소에도 이따금 혼자 시골길을 걷던 그는 방송 일하는 주변 선후배에게 이런 콘셉트로 유튜브를 시작할 건데,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대부분 ‘너 혼자나 해라’는 식이었다(웃음) 산와머니 채용 .”




전남의 한 시골 빈집을 촬영 중인 김현우 씨. 김현우씨 제공



핀잔이 반복되던 가운데 김 씨의 손길을 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전남 나주의 고향 친구 정태준(33) 씨였다. 꿈에론무직자 "대수롭지 않게 말했는데, 그날 밤 태준이가 단번에 나주서 내가 살던 목포까지 차를 몰고 내려왔어요. 그날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첫 촬영 기획안을 만들었죠.”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2020년 2월 18일 '장어로 유명한 구진포에 있는 폐터널, 한낮인데도 깜깜한 터널 속에는 뭐가 있을까요'라는 첫 영상이 올라왔다. 할부금융시장 촬영 당시 펑펑 눈이 내렸다. 고생 끝에 만든 영상 조회 수는 처참했다. 50회를 겨우 넘겼다고. 그는 "방송국에서 일할 때는 시청률이 낮으면 허탈감도 들고 지쳤는데, 정반대였다. 되려 '내가 뭔가를 하고 있구나' '살아있다'는 기분에 들떴다"고 회상했다.
당시 친구 정 씨는 농업법인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김 씨도 외주 일을 병행했다. 엠파크 전용덕 평일엔 직장인, 주말엔 유튜버로 삶을 오갔다.

두 사람은 현장을 누비면서 점점 시선이 확장됐다. 시골길을 걷다가 대뜸 빈집을 살펴보기도 하고, 더 나아가 빈집을 내놓는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는 데까지 이르렀다. 김 씨는 "단순히 시골집만 쫓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에 집중했는데 저마다 특별한 사연이 많았다"며 "채널 시작하고 두 달 만에 10만 조회 수를 달성, 이어 다음 영상이 100만회까지 돌파하면서 '우리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확신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오지는 오진다'를 운영하는 김현우씨(오른쪽)와 정태준씨. 김현우씨 제공



이같은 성취에 대해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말한 김 씨는 다만 “시청자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그들이 꿈꾸는 로망은 무엇인지, 계속 가슴에 물음표를 둔 채 일상을 살핀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도심(더 정확히는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고향' 자체가 없지 않냐"며 "시골에 정착하는 분도 그 모습을 시청하는 구독자도 마음 한편엔 '나의 고향'을 찾고 싶다는 지점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최근 전남 강진의 한 시골집을 경매로 낙찰받았다. 그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지난날 나처럼 우울증을 겪는 등 마음이 고단한 지역 청년분 모셔서 대화 나누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최종 목표는 ‘세계’라고 밝힌 김 씨는 “처음엔 광주와 전남 시골을 돌았고 몇 년 전부터는 국내 대부분 지역을 다니고 있다”면서 “채널을 계속 성장해 세계의 빈집과 그곳에 숨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보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자신을 하나의 프로그램이라 여기고 제목을 짓는다면 뭐라고 할 것인지 물었다.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말하던 그는 긴 침묵에 잠겼다. 이내 작은 목소리로 “전라도에서 제일 잘나가는 유튜버로..."라며 말끝을 흐렸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