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이 발표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상주의적인 목표를 최대한 배제하고, 국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경제안보 중심의 실용주의적 NSS를 만들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NSS와는 내용뿐만 아니라 구성도 전혀 다르고, 논리 전개도 간결하며, 동맹과의 관계 설정도 공정한 책임 및 비용 분담, 그리고 경제안보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의 핵심 이익과 우선순위 배열도 바이든 행정부와는 다르게 미국 본토와 미주대륙에서의 비전통 안보 위협 제거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으며, 유럽은 무임승차 불가라는 원칙하에 우선순위에서 멀어 뽀빠이릴게임 졌다. 오히려 유럽에 대해서는 강한 유럽을 스스로 되찾으라는 조언까지 하면서 일종의 실망감마저 표출하고 있다.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경쟁국으로 보는 것은 초당적인 합의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자유롭고 열린 시장 질서 유지, 희토류를 포함한 공급망 안정,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 미주 지역 등 타 지역으로의 적대 검증완료릴게임 적 영향력 확장 방지 등은 중국을 겨냥한 내용들이다. 또한 인공지능(AI), 바이오, 퀀텀 기술 등에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와 표준이 세계를 끌고 가야 한다고 하면서 미래 시장과 산업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매우 의식하고 있다. 



10월30일 부산의 김해국제공항 터미널에서 도널드 야마토통기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자 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UPI 연합


美의 주요 파트너, '유럽'에서 '韓日'로 이동
전반적으로 군사안보보다는 첨단 기술과 미래 산업 경쟁력, 공급망 안정 등 경제안보에 더 초점을 맞춘 전략을 수립했고, 그에 따라 주요 협력 야마토게임예시 파트너가 유럽에서 일본과 한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유럽이나 전통적 시각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외교적 일탈'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군사안보가 아니라 경제안보 시각에서 읽으면 나름으로 합리적인 전략이 수립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제 시장 질서가 핵심인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부합하는 NSS라 하겠다.
이상의 총론을 배경으로 손오공게임 이제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쟁점은 과연 미국이 과거의 먼로주의와 고립주의로 회귀했는지, 그래서 각자도생의 강대국 정치 시대가 도래했는지 여부다. 이러한 의문이 생기는 이유는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분쟁 지역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려 하고, NSS의 본문에 "먼로 독트린의 트럼프식 확장해석(The Trump Corollary to the Monroe Doctrine)이라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먼로 독트린의 트럼프식 확장해석'을 19세기 초반의 고립주의로의 회귀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국제 질서의 역사적 흐름과 NSS의 경제안보 전략들을 겹쳐서 분석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먼로 독트린 선언이 있었던 1823년의 미국은 유치산업 보호라는 보호무역을 하는 초기 산업화 단계에 있었으며, 세계 경제에서 차지했던 비중도 세계 GDP의 약 2% 내외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당시 유럽 열강과 러시아가 미주대륙에 대한 개입을 시도하자 미주대륙에서의 패권은 미국에 있다는 것을 선언한 방어적 독트린이 먼로 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미국이 복잡한 가치사슬로 연결된 세계시장을 버리고 홀로 독립해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며, 오히려 NSS에서 미국은 세계 경제를 자국의 기술과 표준으로 끌고 가겠다는 더 원대한 야망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세계시장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장악해 나가는 자국의 빅테크 기업을 가장 열심히 지원하는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다.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1/3이 통과하는 남중국해와 핵심 반도체 공급망이 연결된 대만의 보호, 그리고 희토류 포함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을 미국의 주요 안보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을 볼 때, 미국은 여전히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패권국가임을 알 수 있다. 
NSS에서는 자국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중국과의 통상관계를 공정하게 재조정하기 위해서는 유럽, 호주, 한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과 함께 공동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고립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동맹국과 함께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군사안보 면에서도 수정주의적 위협을 강력한 힘으로 억지(deterrence)하고, 글로벌 및 지역 차원에서 강력한 적대국 등장을 동맹과 함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으로 막을 것이며, 중국의 팽창을 제1도련에서 방어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번 NSS에서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식 확장해석'의 방점은 '먼로 독트린'이 아니라 '트럼프식 확장해석'에 찍혀있는 것이다.
러시아·중국은 타도 대상 아닌 억지 대상
두 번째 쟁점은 미국이 가치외교를 버리고 러시아나 중국 같은 강대국과 더 가깝게 관계를 설정하려 하는가에 대한 우려다. 이번 NSS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NSS가 강조한 민주주의와 전제주의 간 대결 부분이 빠졌다. 중국·러시아를 적대적 경쟁국으로 명시한 부분도 사라졌다. 대신 모든 면에서의 우선순위는 미국 경제의 부활이고, 그를 위해 국력 낭비를 가져오는 대외 개입과 그로 인한 국제시장 불안정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강조했듯 군사안보보다 경제안보 시각에서 이번 NSS를 읽으면 러시아와 중국은 경제안보를 위한 억지 대상이지 타도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가치외교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 자유, 개방, 공정, 투명성 등의 가치를 수호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가치외교와 관련한 오해 중 하나가 가치에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가치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개인, 자유, 개방, 공정, 투명성, 근면 등 시장경제의 가치 역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사실 이번 NSS의 전반을 관통하는 철학은 이러한 가치에 대한 강조이며 그것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유럽을 비판한 배경이 되고 있다.
세 번째 쟁점은 미국이 유럽을 포함해 언제라도 동맹을 포기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것일까라는 질문이다. 또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어 우리 뒤에서 북한과 거래할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유럽이 자기 지역에서의 방위력 증강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면 미국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다. NSS에서는 한국을 유럽보다 더 중요한 경제안보 파트너로 보고 있는데, 한국 뒤에서 북한과 거래할 정도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 자체가 크지 않다. 즉 북한은 사고를 치지 않도록 묶어놓는 억지의 대상일 뿐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 시장 질서의 안정'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사활적 이익이다. 이번 미국의 NSS는 이 방향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과 동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의 경제·안보적 이익을 찾는 실용적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