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훈 ‘고전으로 읽는 민주주의’ 〈끝〉 막스 베버 『직업이자 소명으로서의 정치』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극심한 정치 혼란기를 겪었다. 사진은 1918년 11월 바이마르 공화국 수립을 알리는 장면. [사진 위키미디어]




손오공게임


플라톤의 『국가』가 하룻밤의 대화라면 베버의 이 책은 하룻저녁의 강연이다.

『국가』에서 소크라테스는 무엇이 ‘올바른 삶’이고 ‘정의로운 정체(政體)’인가를 주제로 젊은이들과 문답을 주고받는다. 『직업이자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베버는 “정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치가로 산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인가”를 강연으로 풀어낸다. 하룻밤의 대화, 하룻저녁의 강연이 곧 고전이라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뒤 병사들의 봉기와 노동자들의 혁명이 이어진 혼란기였다. 동시에 황제의 망명으로 공화정이 시작되고 신헌법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가 열린 전환기였다. 젊은이들도 정치적 바다이야기꽁머니 열망을 가졌는데, 그들이 초청한 강연에서 베버는 어떻게 말했을까.
“여러분의 요청으로 이 강연을 하게 되었지만 틀림없이 내 강연은 여러분을 실망시킬 것”이라는 말로 베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 인간의 삶 전체에서 정치 행위가 갖는 의미”를 전제로 “국가라고 하는 특별한 정치적 결사체를 이끄는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고 바다신게임 범위를 제한한다.
하룻저녁의 강연이 정치학 고전 등극 그렇다면 국가란 무엇인가. 여기서 베버의 그 유명한 정의가 나온다. 국가란 “특정한 영토 내에서 정당한 물리적 폭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관철한 유일한 인간 공동체”다. 국가 이외의 다른 모든 공동체와 개인은 국가가 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내 가족, 내 아이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라고 해서 함부로 할 수 없다. 이 대목은 막스 베버가 홉스의 후예임을 알게 해준다.
홉스가 괴물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던 국가는 근대 이후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다. 국가 개념은 16세기에 처음 등장했고 그 이후 영토·주권·국민의 세 요소를 가진 특별한 존재로 발전했다. 누구든 국가에 속하지 않고는 안전도 자유도 기대할 수 없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당연히 정치가의 역할 또한 그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 없다.
베버는 국가가 동반한 ‘이중 운동’에 주목한다. 하나는 ‘관료화’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화’다. 관료화가 ‘직업’ 행정가들을 낳았다면 민주화는 ‘직업’ 정치인을 낳았다. 과거처럼 귀족이나 성직자, 인문학자들의 “부업이나 임시직으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국가를 운영하는 일은 “전문적 훈련”이 필요한 “직업”이 되었다. 직업이 되었다는 것은 “자리와 보수”가 지급된다는 것을 뜻한다. 무보수 봉사직이면 안 될까. 안된다. 그러면 “금권정(plutocracy)”이 온다. “경제활동에 속박”되지 않고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무보수 공무를 감당할 수 있다. 가난한 시민도 자유롭게 참여하고 평등하게 대표되기 위해서는 공직에 보수와 세비를 지급해야 한다.
■ 『직업이자 소명으로서의 정치』(1919)
「 ‘정치는 누가,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룬 최고의 정치 고전. 1919년 1월 말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 만들었다. 뮌헨대학의 한 학생단체가 주최한 강연이었는데 청중 가운데는 정치인과 교수들도 있었다. 국내 번역서에서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나 『소명으로서의 정치』로 옮기고 있는데, 제목에 들어 있는 독일어 ‘Beruf’는 직업(profession)과 소명(vocation)의 의미를 모두 갖기 때문이다. 」
베버는 (고대 아테네와 같은 ‘국가 이전의 민주정’에서와는 달리) ‘국가가 있는 민주정’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정치 조직에 주목하는데, 그것은 ‘정당’이다. 국가에서 정당으로 넘어가는 이 부분에서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홉스는 국가를 ‘기계’로 이해했다. 홉스의 책은 국가를 여러 기능과 체계를 가진 “인공 기계”에 비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베버는 정당도 기계, 즉 ‘머신’이라 말한다. ‘machine’은 ‘잘 조직된 인간들의 단체’라는 의미도 갖는다. 당시 귀족 정치인들은 대중의 지지를 두고 경쟁하는 정당 정치를 향해 ‘머신폴리틱스’라며 야유했다. 베버는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당도 반드시 “‘머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도 국가처럼 관료화와 전문화, 합리화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나타난 직업군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정무 관료’다.
정무 관료란 의원이나 장관의 보좌진, 당 조직을 운영하는 상근 당직자 집단을 가리킨다. 국가란 무엇인가. ‘직업’ 행정가들과 ‘직업’ 정치가들이 운영하는 거대 조직이다. 국가 행정은 정당에 속해서는 안 되는 전문 관료 중심으로 작동하는 반면, 직업 정치의 세계는 정당에 속한 선출직과 정무직이 주도한다. 베버가 말하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란 바로 이들 직업군이 국가의 등장과 더불어 얼마나 대규모로 발전하는지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의 결론이다.
그간 우리 학계에서는 이 부분에 주목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정당 머신과 정무직에 관한 내용은 건너뛰고 정치가 개인이 발휘하는 ‘카리스마’의 개념에 매달렸다. 하지만 베버가 보여주려 한 것은 ‘머신 위에 서 있는 카리스마’다. 머신은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받침대다. 분명 정치의 초점은 선출직에 있다. 그런데 베버는 국가와 정당, 행정 관료와 정무 관료 이야기를 먼저 했다. 선출직 정치가가 지휘해야 하는, 머신이라는 수단을 먼저 말한 것이다.
정치가의 본질은 대중의 지지에 연연하는 ‘데마고그’임을, 베버는 분명히 한다. ‘카리스마적 지배’라는 개념은 바로 여기서 발원한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정당이라는 머신을 이끄는 일, 바로 거기에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일이 쉬울까. 절대 그렇지 않다. 행정 관료들과 정무 관료들은 선출직 정치가에 대해 너무 잘 안다. 자신들이 ‘모시는’ 선출직들이 실력은 있는지, 책임감은 어느 정도인지, 존경은 받을 만한지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집단이다. 그들은 국가와 정당, 의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실무 책임자다. 그들을 잘 지도해 성과를 내는 일은 어렵다.
베버는 선출직 정치가들이 리더십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 특별히 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당과 의회야말로 정치가를 길러내는 리더십 훈련장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는 훈련되지 않은 외부인을 영입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으로 정치 경력을 시작한 이도 있다. 정치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정무직을 지휘할 실력도 못 갖춘 채 정치를 하니 ‘술’로 일하고 ‘갑질’로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도 많다. ‘자기 홍보’에만 매달리다가 초선으로 끝난 ‘전직’ 의원들은 더 많다. 정치가 낭비되고 있다. 베버도 당시의 독일 정치를 비판적으로 보았다. 오늘날 우리의 ‘친윤·친명·친청’처럼, “패거리 본능”에다 “영혼 없는” 내면을 가진 “도당들의 지배” 아니냐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강연의 초점은 직업에서 “소명”으로 넘어간다.
정당은 정치인 육성 ‘리더십 훈련장’ 돼야 사람들은 권한이나 권리 같은 합리적 동기에 의해서만 이끌리지 않는다. 오래된 전통이나 관습만으로는 변화하는 사회를 통치할 수 없다. 논리나 법규를 넘어서 누군가가 가진 인격성이나 개성적 매력에도 이끌리는 것이 인간이다. 베버는 이를 “카리스마적 지배”라 불렀고, “정치에 대한 가장 높은 차원의 표현인 소명이라는 개념은 바로 여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카리스마는 “대의에 호소”하는 “지도자”와 그에 호응하는 “대중”의 짝으로 이루어진다. 대중은 “품위를 잃지 않는 행동”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책임성”을 가진 지도자를 기대한다. 지도자는 우선 “말과 글이 좋아야” 한다. “머신”을 유능하게 이끌 줄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행위와 관련해 “스스로 책임을 진다”라는 자세도 있어야 한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도 있다. “비열함”과 “허영심”을 가진 이들이다. 정치에서의 비열함이란 “자신이 옳기 위한 수단으로 윤리적 문제를 이용하는 것”에 있다. 대표적으로 “과거의 죄과를 따지는” 정치, 오늘날로 하면 ‘적폐 청산’ 정치다. 당시 독일은 패전의 책임을 따지는 일로 분열을 거듭하다 히틀러에게 기회를 줬고, 지난날 우리는 적폐 청산을 둘러싼 양극화 정치를 계속하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정치가의 허영심은 “순전히 개인적인 자기도취”에 빠져 정치를 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 이들에게 볼 수 있는 것은 “불모의 흥분”이다. 혼자서 소리 지르고 고함치는 정치를 베버는 “정치라는 직업이 갖는 신성한 정신에 대한 죄악”이라고 표현했다. 22대 국회에 이런 정치인이 너무 많다.
■ 막스 베버(1864~1920)

「
















독일 에어푸르트에서 국민자유당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와 독실한 칼뱅주의자이자 지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현대 사회학을 창시한 학자이자 법학과 역사학, 정치학을 포괄하는 사회과학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까지도 베버는 “가장 위대한 사회학자”로 꼽힌다.
」

정치는 어렵다. 스스로 “내적인 단단함”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는 직업이다. 정치에는 유혹이 많다. “권력의 화려한 외관”에 이끌리는 이도 있고, “내용은 없이 허풍스러운 자태”에 연연하는 이도 있다. 그들에게 베버는 “피조물 특유의 공허함”으로 끝날 정치를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강의를 마치며 베버는 “청중 여러분, 10년 후에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라고 제안한다. 오늘 강연에서 정치를 너무 비관적으로 다룬 것은 아닌지 그때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베버는 10년 뒤 독일이 “반동의 시대”를 만날 것이라 예상한다. 한마디로 지금처럼 정치를 해서는 망한다는 뜻이었다.

강연을 마친 베버는 그 이듬해 스페인 독감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지적으로 최정점에 있었던 56세 때였으니, 인류가 그의 작품을 더 볼 수 없게 된 것은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그가 히틀러와 나치의 반동을 경험하지 않고 눈을 감은 것에 안도해야 할까. 인간 삶의 의미도, 인간 정치의 끝도 참 오묘하다.

















박상훈 정치학자.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한 특유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글을 써왔다. 다작의 작가로 최근엔 『혐오하는 민주주의』 『정치적 말의 힘』 『청와대 정부』 등을 펴냈다. 유명 칼럼니스트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