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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영래나 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26-04-16 07:07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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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광조가 리메이크한 번안곡 ‘누구라도 그러하듯이’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길을 걸으면 생각이 난다 / 마주 보며 속삭이던 지난날의 얼굴들이 꽃잎처럼 펼쳐져 간다 / 소중했던 많은 날들을 빗물처럼 흘려보내고 / 밀려오는 그리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 본다 / 가득 찬 눈물 너머로…”
특유의 미성으로 8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이광조가 이 노래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회한 너머 자유를 향한 소망’이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각자에게 잊지 못할 상실과 그로 인한 후회는 존재한다. 또한 누구라도, 그 절망감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문단에서도 삶의 필연과도 바다이야기룰 같은 후회를 사건화하고, 그 기저에 있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드러내 마음의 파문을 일으키며, 끝내 위안을 통해 자유를 싹 틔우는 작가가 있다. 등단 10년 차, 아직은 신진이라 할 만한 2026년 이상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위수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수상작인 단편소설 <눈 릴게임종류 과 돌멩이>는 본질적으로 ‘순수 애도(哀悼) 문학’이다. 암에 걸려 생을 비관하다 하직한 친구(수진)의 유언을 따라서, 그의 유해를 타국에 뿌리며 장사(葬事)지내기 위해 일본 도가쿠시로 떠난 두 남녀(재한, 유미)의 동행기를 다뤘다. 그들은 잘 모르는 타국에서 서로 티격태격하며 운전까지 하고, 곡절 끝에 눈으로 뒤덮인 설원을 빠져나가 겨우 삼나무숲에 다다른 야마토통기계 다. 마음을 숙연하게 가다듬고 수진의 유해를 뿌리지만 영화처럼 낭만적인 기분도, 눈물을 쏟는 애통한 심정도 느끼지 못한다. 싸우고 농담하며 길을 헤쳐 나가는, 어딘가 어색하고 서투른 추모의 여정이다. 심지어 그들은 차가 눈길에 빠져 고립됐다가 한 여장남자 일본인의 도움을 받아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다소 기이한 일까지 겪는다.
절절 릴게임온라인 한 애도의 여행기라기보다는 절친한 친구끼리의 엉뚱한 일본 여행기에 가까운 이 소설. 위수정은 본 작품에서 상실의 고통을 채색하지 않고 새하얀 눈처럼 여백으로 비워두는 위로의 형식을 취했다. 추모라는 목적을 역설하지 않고 ‘추모를 위한 여정’ 그 일련의 과정을 천천히 풀어냄으로써, 재한과 유미가 수진을 깊게 기억하고 웃음기 어린 작은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게임릴사이트 배려했다. 진정한 애도는 절망에 갇힌 울음바다가 아니라, 차분한 마음으로 떠난 이의 자취를 헤아리는 것이기에.
상실은 욕망을 부르고, 후회는 애도를 찾는다눈雪과 돌石, 질감의 미학
재한은 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 한 번의 결단으로 모든 것을 망가뜨릴 수 있다. 끝낼 수 있다. 수진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재한은 혼란한 상태로 하나씩 하나씩 발자국을 찍어나가며 무결했던 눈의 정원을 훼손했다. (중략) 재한은 화단 안쪽에서 눈을 피한 돌멩이를 하나 주워 손에 꼭 쥐었다. 차갑고 단단한 돌멩이. 소름이 돋은 피부와 달리 재한의 내부는 달아올랐다. 이것을 힘주어 던지면 저 창이 깨어진다. 간단한 힘의 원리.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 <2026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위수정 ‘눈과 돌멩이’> P.44~45
이 작품의 백미는 두 친구가 여장남자 일본인의 집에서 하룻밤 묵어갈 때다. 쿨한 성격의 유미와는 달리, 다소 선입견이 있었던 재한은 낯선 이의 초대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다 상대에게도 이별의 아픔이 있었다는 사연을 듣고 경계를 풀고 공감하기에 이른다. 성별과 국적을 뛰어넘은 그들 간의 심적 화해와 교감…. 그 가운데서 재한은 갑자기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싶은 욕망과 마주한다. 사회적 태도로 무장한 채 ‘낯선 환경’을 헤쳐왔던 자기 내면에 숨겨진 ‘낯선 욕망’이다.
죽은 친구를 위해 타국으로 먼 길을 왔으나 온전한 애도는 성사되지 못한 채, 공허함과 어색함으로 점철된 이 기묘한 상황을 한순간의 잘못으로 벗어나겠다는 욕망. 그것은 한 송이도 손으로 쥘 수 없는 눈과 전혀 다른 질감, ‘단단한 돌멩이’로 상징된다. 여장남자의 집을 망치려는 재한의 돌멩이는, 죽은 수진이 유년 시절 셋방살이를 하던 자기 집을 향해 던진 그 돌멩이와 오버랩된다. 차가운 현실세계를 상징하는 현관문 유리창, 그것을 산산조각 내버린 욕망의 투석(投石).
위수정은 스스로 낯설게만 여겨지는 욕망이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실을 겪는 생의 순간순간마다 환각통(幻覺痛) 같은 욕망이 발현되는 것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분간 없는 ‘욕망’은 때로 ‘후회’로 남아 자아를 힘겹게 하지만, 그것을 직면하고 극복하는 ‘용기’를 통해 우리는 새롭게 살아갈 ‘자유’를 얻는다. <눈과 돌멩이>에서 애도의 방식은 아슬아슬하고 녹아내리는 눈처럼 실체가 없는 듯 느껴지지만, 재한이 주머니 속 돌멩이를 끝내 버리지 않고 갖고 가는 까닭은 떠나간 수진의 한 조각 마음을 이해하고 간직해서일 것이다. 망자에 대한 친구들의 기억은 이제 눈발처럼 흩어지지 않고 “단단했고 언제든 만질 수” 있는 돌멩이처럼, 작별이 아닌 영원(永遠)의 곁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누구나 가족과 연인과, 결국엔 삶과 이별해야 한다. 예외는 없다. 그 모든 일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건들은 일어난다. 나의 이해와 무관하게. 그러므로 나는 내게 일어난 일들을 사후적으로라도 이해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들여 되새겨보아도 불가해한 일들은 있을 것이다. 불가해한 채로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하겠지. 살아가려면.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그것을 애도라고 불러도 될까?
- <2026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위수정 ‘문학적 자서전: 유예되는 절망’> P.62
‘불혹 등단’ 9년 만 문학상 섭렵몽환적 서사로 존재의 민낯 들춰내
1977년 부산에서 태어난 소설가 위수정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부를 졸업하고 마흔 무렵인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등단 이후 첫 소설집 <은의 세계>를 내기까지 5년이 걸렸지만,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을 펴내 동국문학상과 한국일보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김유정작가상에 이상문학상까지, 등단 9년 만에 유력 문학상들을 섭렵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위수정은 “완벽한 구성과 매혹적 서사의 작가”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죽은 이에 대한 애도는 일상에서 또 다른 타자에 대한 환대로 승화한다.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불안에서 비롯된 욕망은 타자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해 건강한 환대를 방해하기도 한다. 위수정의 소설은 그러한 욕망을 부정하지 않되 그에 사로잡히지 않는 출구를 모색한다. 자신과의 대면, 자기 내면과의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에 작가의 ‘자기 대화적 문학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위수정 소설은 서술과 대화의 구분이 명료하지 않고 서사의 진전도 명쾌하지 않다. 두 사람이 중얼거리듯, 한 사람이 속삭이듯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풀어놓는다. 서사 구조적으로 봤을 때는 사건 전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수적 정보의 나열이다. 그래서인지 단편조차 분량이나 정취가 중편처럼 느껴진다. 안갯속 이국(異國)을 헤매는 느낌의 묘사이거나, 꿈속을 떠다니는 몽유(夢遊)의 필법이다. 어찌 보면 일기를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소설에서 제3자 시각으로 표현되는 ‘타자와의 대화나 교감’이 이면적으로는 ‘자신을 향한 독백’ ‘독자를 향한 방백’으로 들려온다는 뜻이다. 위수정의 소설은 우리 내면을 비추는 심연(深淵)의 거울이다.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아무도>와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서 중장년의 여인들은 가정이 있는 유부남을 사랑하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젊은 피아니스트를 연모한다. 아버지의 외도를 직감한 고등학생 소녀의 충격, 치매에 걸린 노모가 초로의 아들 손가락을 애무하는 더 큰 충격의 목도…. 윤리적 판단과 이성의 절제, 그 부실한 제어 기제를 한 꺼풀 벗겨내면 우리네 욕망의 실체는 한없이 연약하고 원시적이다.
그 말 좀 그만할 수 없을까? 말끝마다 툭하면 다 늙었대. 지겹지도 않냐? 원희가 발끈했다. 아니, 당신은 아직 젊지…… 예쁘고…… 그냥 하는 말이지 뭘 그렇게…… 규석은 횡설수설 말을 주워 담으며 원희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 규석을 화난 얼굴로 바라보다 원희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규석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따라 웃으며, 오춘기야 뭐야, 육춘긴가, 하는 썰렁한 농담을 하고는 입맛을 다셨고 원희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찍었다. 규석을 놀려먹은 것이 너무 우스워서 못 참겠다는 듯.
- 위수정 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 ‘오후만 있던 일요일’ P.64
맨정신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이 시대. 위수정의 밤은 집요한 묘사의 펜촉으로 시대의 금단을 마취하고 풀어헤친다. 노화와 병마의 그늘 속에서도 뜨겁게 솟구치는 인간의 욕망을 출토(出土)시키고, 낯선 시공(時空) 속의 사건들을 직조해 더는 존재의 민낯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그리고 그것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우리가 삶의 이유와 생의 진실을 알아가도록 만든다. 그래서 위수정의 문학은 각자가 낯선 욕망을 마주하도록 드러냄으로써, 위선과 가식으로 억압받고 있는 이 시대를 애도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낯설고 불편한 존재의 심연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할수록, 욕망에 갇히지 않고 상실감을 이겨내며 생의 의미를 채굴해나갈 수 있기에.
애도의 여정이든 욕망의 질주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는 먼 길일 뿐. 위수정은 말한다. “후회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 같기도” 하지만, “후회라는 행위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후회는 타인이 아닌 결국 나를 다스리고 돌아보는 일. 우리 시대 인간의 후회는 어디쯤 가 있는가.
신승민 시인·문학평론가
특유의 미성으로 8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이광조가 이 노래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회한 너머 자유를 향한 소망’이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각자에게 잊지 못할 상실과 그로 인한 후회는 존재한다. 또한 누구라도, 그 절망감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문단에서도 삶의 필연과도 바다이야기룰 같은 후회를 사건화하고, 그 기저에 있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드러내 마음의 파문을 일으키며, 끝내 위안을 통해 자유를 싹 틔우는 작가가 있다. 등단 10년 차, 아직은 신진이라 할 만한 2026년 이상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위수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수상작인 단편소설 <눈 릴게임종류 과 돌멩이>는 본질적으로 ‘순수 애도(哀悼) 문학’이다. 암에 걸려 생을 비관하다 하직한 친구(수진)의 유언을 따라서, 그의 유해를 타국에 뿌리며 장사(葬事)지내기 위해 일본 도가쿠시로 떠난 두 남녀(재한, 유미)의 동행기를 다뤘다. 그들은 잘 모르는 타국에서 서로 티격태격하며 운전까지 하고, 곡절 끝에 눈으로 뒤덮인 설원을 빠져나가 겨우 삼나무숲에 다다른 야마토통기계 다. 마음을 숙연하게 가다듬고 수진의 유해를 뿌리지만 영화처럼 낭만적인 기분도, 눈물을 쏟는 애통한 심정도 느끼지 못한다. 싸우고 농담하며 길을 헤쳐 나가는, 어딘가 어색하고 서투른 추모의 여정이다. 심지어 그들은 차가 눈길에 빠져 고립됐다가 한 여장남자 일본인의 도움을 받아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다소 기이한 일까지 겪는다.
절절 릴게임온라인 한 애도의 여행기라기보다는 절친한 친구끼리의 엉뚱한 일본 여행기에 가까운 이 소설. 위수정은 본 작품에서 상실의 고통을 채색하지 않고 새하얀 눈처럼 여백으로 비워두는 위로의 형식을 취했다. 추모라는 목적을 역설하지 않고 ‘추모를 위한 여정’ 그 일련의 과정을 천천히 풀어냄으로써, 재한과 유미가 수진을 깊게 기억하고 웃음기 어린 작은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게임릴사이트 배려했다. 진정한 애도는 절망에 갇힌 울음바다가 아니라, 차분한 마음으로 떠난 이의 자취를 헤아리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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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은 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 한 번의 결단으로 모든 것을 망가뜨릴 수 있다. 끝낼 수 있다. 수진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재한은 혼란한 상태로 하나씩 하나씩 발자국을 찍어나가며 무결했던 눈의 정원을 훼손했다. (중략) 재한은 화단 안쪽에서 눈을 피한 돌멩이를 하나 주워 손에 꼭 쥐었다. 차갑고 단단한 돌멩이. 소름이 돋은 피부와 달리 재한의 내부는 달아올랐다. 이것을 힘주어 던지면 저 창이 깨어진다. 간단한 힘의 원리.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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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친구를 위해 타국으로 먼 길을 왔으나 온전한 애도는 성사되지 못한 채, 공허함과 어색함으로 점철된 이 기묘한 상황을 한순간의 잘못으로 벗어나겠다는 욕망. 그것은 한 송이도 손으로 쥘 수 없는 눈과 전혀 다른 질감, ‘단단한 돌멩이’로 상징된다. 여장남자의 집을 망치려는 재한의 돌멩이는, 죽은 수진이 유년 시절 셋방살이를 하던 자기 집을 향해 던진 그 돌멩이와 오버랩된다. 차가운 현실세계를 상징하는 현관문 유리창, 그것을 산산조각 내버린 욕망의 투석(投石).
위수정은 스스로 낯설게만 여겨지는 욕망이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실을 겪는 생의 순간순간마다 환각통(幻覺痛) 같은 욕망이 발현되는 것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분간 없는 ‘욕망’은 때로 ‘후회’로 남아 자아를 힘겹게 하지만, 그것을 직면하고 극복하는 ‘용기’를 통해 우리는 새롭게 살아갈 ‘자유’를 얻는다. <눈과 돌멩이>에서 애도의 방식은 아슬아슬하고 녹아내리는 눈처럼 실체가 없는 듯 느껴지지만, 재한이 주머니 속 돌멩이를 끝내 버리지 않고 갖고 가는 까닭은 떠나간 수진의 한 조각 마음을 이해하고 간직해서일 것이다. 망자에 대한 친구들의 기억은 이제 눈발처럼 흩어지지 않고 “단단했고 언제든 만질 수” 있는 돌멩이처럼, 작별이 아닌 영원(永遠)의 곁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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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등단’ 9년 만 문학상 섭렵몽환적 서사로 존재의 민낯 들춰내
1977년 부산에서 태어난 소설가 위수정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부를 졸업하고 마흔 무렵인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등단 이후 첫 소설집 <은의 세계>를 내기까지 5년이 걸렸지만,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을 펴내 동국문학상과 한국일보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김유정작가상에 이상문학상까지, 등단 9년 만에 유력 문학상들을 섭렵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위수정은 “완벽한 구성과 매혹적 서사의 작가”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죽은 이에 대한 애도는 일상에서 또 다른 타자에 대한 환대로 승화한다.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불안에서 비롯된 욕망은 타자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해 건강한 환대를 방해하기도 한다. 위수정의 소설은 그러한 욕망을 부정하지 않되 그에 사로잡히지 않는 출구를 모색한다. 자신과의 대면, 자기 내면과의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에 작가의 ‘자기 대화적 문학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위수정 소설은 서술과 대화의 구분이 명료하지 않고 서사의 진전도 명쾌하지 않다. 두 사람이 중얼거리듯, 한 사람이 속삭이듯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풀어놓는다. 서사 구조적으로 봤을 때는 사건 전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수적 정보의 나열이다. 그래서인지 단편조차 분량이나 정취가 중편처럼 느껴진다. 안갯속 이국(異國)을 헤매는 느낌의 묘사이거나, 꿈속을 떠다니는 몽유(夢遊)의 필법이다. 어찌 보면 일기를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소설에서 제3자 시각으로 표현되는 ‘타자와의 대화나 교감’이 이면적으로는 ‘자신을 향한 독백’ ‘독자를 향한 방백’으로 들려온다는 뜻이다. 위수정의 소설은 우리 내면을 비추는 심연(深淵)의 거울이다.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아무도>와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서 중장년의 여인들은 가정이 있는 유부남을 사랑하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젊은 피아니스트를 연모한다. 아버지의 외도를 직감한 고등학생 소녀의 충격, 치매에 걸린 노모가 초로의 아들 손가락을 애무하는 더 큰 충격의 목도…. 윤리적 판단과 이성의 절제, 그 부실한 제어 기제를 한 꺼풀 벗겨내면 우리네 욕망의 실체는 한없이 연약하고 원시적이다.
그 말 좀 그만할 수 없을까? 말끝마다 툭하면 다 늙었대. 지겹지도 않냐? 원희가 발끈했다. 아니, 당신은 아직 젊지…… 예쁘고…… 그냥 하는 말이지 뭘 그렇게…… 규석은 횡설수설 말을 주워 담으며 원희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 규석을 화난 얼굴로 바라보다 원희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규석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따라 웃으며, 오춘기야 뭐야, 육춘긴가, 하는 썰렁한 농담을 하고는 입맛을 다셨고 원희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찍었다. 규석을 놀려먹은 것이 너무 우스워서 못 참겠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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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민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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