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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영래나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4-06 10:17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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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서화리에 있는 한국DMZ 평화생명동산에서 만난 정성헌 이사장. 12사단 모자를 즐겨 쓰는 그는 "군대가 '큰 사람'을 키워내는 최고의 학교가 되어야 강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12사단 군모를 눌러쓰고 갈퀴질 하는 백발의 저 노인은 DMZ 일대 소문난 농부다. 민통선이 지척인 인제에서 땅 농사, 사람 농사를 짓는다. 깡마른 체구만큼이나 입이 맵다. 조순에게 ‘서울 시장 나가지 말고 고향 강릉으로 내려가 후학을 양성하라’ 충언했던 인물. 노무현의 정치 권유를 거절하고 시인 김지하와 평화생명운동을 주도한 그는 ‘성찰은 바다신릴게임 없고 고소·고발만 난무하는 집회 투쟁 일변도의 시민운동’을 질타해왔다.
이념이 아니라 이치를 따지는 것이 운동의 본령이라는 정성헌을 강원도 인제 DMZ 평화생명동산에서 만났다. ‘박정희는 공(功)이 더 큰 사람’이라고 해서 진보 진영을 경악시켰던 그는, 요즘 강군(强軍)에 꽂혀 있다. “병장 월급 200만원? 나쁜 짓이다. 인권? 중요하 바다이야기릴게임2 지. 그러나 군인은 강한 군대를 먼저 말해야 한다..”
◇ 군대는 ‘큰 사람’ 만드는 곳
-인제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했다. 날씨가 포근해져 속옷 한 벌만 입고 밭일을 한다.”
-전쟁으로 나라 안팎이 어렵다.
“이곳도 불 때고 밥 짓는 형편이 황금성사이트 나빠지기 시작했다. 가뭄이 겹칠까 걱정이다. 대지를 흠뻑 적실 봄비를 기다리고 있다.”
-12사단을 비롯해 인근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강연을 한다더라. 주제가 ‘강군의 길’이라고.
“강한 군대라야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
-당신은 평화주의자 아닌가?
“손자가 간파했듯, 싸 릴게임신천지 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강군은 보수의 언어인데.
“그렇잖아도 저 노인이 마침내 돌았다고 욕하는 운동권 후배들이 많다(웃음). 그런데 내가 말하는 강군은 ‘센 주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강군은 몸과 마음 모두 강인한 군인들을 길러내는 군대다. 심신 사이다쿨 이 튼튼하고, 넓고 깊게 알며, 인간관계도 지혜롭게 해나가는 군인이다. 18개월 복무기간이 그저 몸으로 때우고 지나가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군대가 학교가 돼야 한다는 뜻인가?
“무한 경쟁을 동력 삼은 학교 교육이 가정과 사회의 평화를 깨뜨린 지 오래다. 무기력한 공교육, 학부모의 탐욕이 자기 배만 채우고 남만 탓하는 소인배들을 길러내고 있다. 개혁이 아니라 개벽이 이뤄져야 할 만큼 심각하다. 군대에서만이라도 ‘큰 사람’ 되게 하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교육은 개인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정성헌은 DMZ 일대 소문난 농사꾼이다. 겨우내 쌓인 마른 낙엽을 갈퀴로 긁어 퇴비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어쩌다 강군에 꽂히셨나?
“DMZ 아래서 농사지으며 만나 온 영관급 장교들에게서 나는 지도자의 품격과 권위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군인은 그저 직업일 뿐, 줄을 잘 서거나 아무 사고 없이 진급하고 전역해서 연금 받고 편안히 살아가길 바라는 군인들이 대부분이더라.”
-계엄에 충격을 받으셨나?
“어느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병사들이 들어오면 한 명 한 명을 최고 군인으로 길러내기 위해 군대가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홍범도 장군상 가지고 쌈박질 하지 말고 군대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
-군대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나?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군사 훈련은 기본이고 인문, 과학기술, 적정기술 교육을 더해야 한다. ‘이순신’ 하나만 제대로 가르쳐도 성공이다. 국가가 해주는 최고의 교육과정이 되면 청년들이 오고 싶어하는 군대가 될 것이다.”
-18개월 동안 교육이 가능할까?
“군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
-병장 월급 200만원에도 반대하던데.
“포퓰리즘이다. 군대가 청년을 돈으로 사는 꼴이다. 열심히 훈련받고, 열심히 공부하는 병사들에게 차등으로 지급해야 한다.”
-군 복무를 억울해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래서 강연 중에 ‘큰 사람이 되자!’고 세 번씩 복창한다(웃음). 요사이 남녀 갈등이 심각한 모양인데, 나는 ‘양성 평등’보다 중요한 것이 ‘양성 공경’이라고 생각한다. 병사들에게 여성 혐오, 성희롱은 쩨쩨한 놈이나 하는 짓이라고 가르친다.”
-그래도 병사의 인권은 중요하다.
“물론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연병장에서 풀도 뽑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인권은 아니다. 부실 급식도 문제지만 급식 낭비도 문제다. 월급도 많고 휴대폰도 사용할 수 있으니 병사들이 급식을 안 먹고 시내에서 배달시켜 먹는다. 부대에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
2012년 민세상을 수상한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앞줄 왼쪽에서 셋째). /고운호 기자
◇ 박정희 밉다고 경부고속도로 안 타나
-DMZ 평화생명동산은 뭐 하는 곳인가?
“나무 심고, 유기농법으로 농사짓고, 태양광으로 밥 해먹는 마을이다.”
-평화, 생명, 통일에 관한 교육을 한다더라.
“내 운동의 출발은 가톨릭농민회인데, 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는 생명공동체 운동으로 대전환했다. 앞으로는 민주와 반민주가 아니라 생명과 반생명의 시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했던 김지하 선배와 생명운동을 본격화할 무렵 인제 군수 이승호, 강원 지사 김진선과 뜻이 맞아 첫 삽을 떴다. 진보인 김대중 정부와 보수인 한나라당 군수·지사가 협력해 탄생한 마을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DMZ의 역사와 생태계를 배우고 민통선과 최북단 고성의 바닷가에도 간다. 금강산 1만2천 봉우리 중 일부가 남한에 있다는 거 알고 있나? 하루 2시간 몸으로 일하며 농사도 지어본다. 천지인민.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한몸이란 사실을 느끼고 돌아간다.”
-어떤 사람들이 오나?
“유치원생부터 군인, 노인들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 107국에서 왔다. 스위스의 어느 중학생들은 세 번이나 다녀갔다.”
-시민운동가들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내가 잔소리를 많이 하니 안 온다(웃음).”
-진보 진영에 왜 그리 쓴소리를 하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운동가들이 정치권 똘마니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운동의 기본은 큰 사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간성이 틀려먹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박정희 때 세 번 구속되고도 문재인 정부 시절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맡았다.
“유신 독재는 나쁘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인 새마을운동은 근대화는 물론 경제 강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정희 밉다고 경부고속도로 안 탈 건가? 나는 과거에 매달리는 사람, 과거를 쉽게 없애려는 사람들을 모두 한심하게 본다.”
-취임 후 물갈이, 일명 ‘적폐 청산’을 하지 않은 것도 화제였다.
“나는 이념이 아니라 이치를 따지는 사람이다. 일만 잘하면 되지 내 편, 네 편을 왜 가리나. 세월호때 진도 팽목항에서 마지막 날까지 밥을 해댄 사람들이 새마을 부녀회원들이었다. 태안 앞바다에 유조선이 좌초됐을 때 기름을 걷어내러 달려온 사람 중 태반이 새마을운동 회원들이었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 ‘민세상’(2012년)을 받았다.
“산업화란 ‘밥 좀 먹자’는 것이고, 민주화란 ‘말 좀 하자는 것’이다. 민주화가 산업화를 촉진하고, 산업화가 민주화를 촉진했다. 그런데 왜들 싸우나?”
-남북통일 이전에 내부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했더라.
“인제에 역대 군수들이 있지만, 한자리에 모이는 걸 본 적이 없다. 문상을 가도 여당과 야당 인사들이 상을 따로 받더라.”
-정청래, 장동혁 등 여야의 수장들만 봐도 내부 통일은 요원해 보이는데.
“잘아서 그렇다. 좀스러워 그렇다. 돌아가신 정호경 신부가 인간의 욕망 중에 제일 질기고 더러운 것이 명예욕이라고 했다.”
정성헌 이사장이 교육생들과 함께 DMZ 평화생명동산을 둘러보며 설명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기후가 안보인 까닭
-식당 입구에 ‘만사지식일완(萬事知食一碗)’이라 적혀 있다.
“세상만사의 이치가 밥 한 그릇에 담겨 있다는 뜻이다. 평화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누군가에게 어떻게 밥을 지어내느냐에서 비롯된다.”
-밥이 맛있기로 소문 났다.
“이곳에서 자라는 모든 먹을거리에 비료, 농약을 쓰지 않은 지 21년 됐다. 농약을 안 쓰니 4년 만에 반딧불이가 나오고 7년이 지나자 구렁이가 나오더라.”
-기후가 안보라고 했던데.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네팔에 과거에 없던 호수가 천 개 이상 생겼다. 지구가 더 뜨거워지면 중국은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만주를 비롯해 북한의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일대가 침략의 위협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기후 위기가 평화를 해친다는 뜻인가?
“2년 전 경기 이천에서 배추 몇 포기 때문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폭염으로 배추 한 포기가 1만 5000원에서 2만 2000원까지 급등했을 때다. 나는 이 사건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기후 위기는 자연을 무너뜨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마저 붕괴시킬 것이다.”
-‘생명공동체로서의 통일론’에 대해서도 주장한다.
“정치·군사적 경계는 있지만 모든 바다는 연결돼 있고 생명체 또한 연결돼 있다. 지금 서해, 남해, 동해가 다 죽어가고 있다. 바다가 죽으면 육지도 죽는다. 남북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가 다 함께 맞닥뜨린 문제다. 통일에 관한 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 차례 암 투병을 했더라.
“술을 많이 먹어서(웃음).”
-병마와 싸우면서 생명 농업에 더욱 힘쓰게 된 걸까?
“인간과 우주 만물은 서로 연결돼 있고 다른 생명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풀과 벌레를 아끼는 것이 곧 나를 아끼는 것이다.”
-사람들이 당신을 ‘평화의 아버지’라고 한다.
“두 아들 이름이 평(平), 화(和)다(웃음).”
-이재명 대통령에게.
“싫은 소리 하는 사람 셋을 정기적으로 만나시라.”
-평화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은?
“나무 심고, 농사 짓고, 소비를 줄이고,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 오늘 약을 엄청 팔았다, 하하하!”
☞정성헌
1946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6·3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해 구속됐다. 가톨릭농민회,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우리밀살리기운동을 이끌었고, 남북강원도교류협력협회에서 활동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김지하와 생명운동을 주도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지냈다. 2012년 민세상을 수상했다.
12사단 군모를 눌러쓰고 갈퀴질 하는 백발의 저 노인은 DMZ 일대 소문난 농부다. 민통선이 지척인 인제에서 땅 농사, 사람 농사를 짓는다. 깡마른 체구만큼이나 입이 맵다. 조순에게 ‘서울 시장 나가지 말고 고향 강릉으로 내려가 후학을 양성하라’ 충언했던 인물. 노무현의 정치 권유를 거절하고 시인 김지하와 평화생명운동을 주도한 그는 ‘성찰은 바다신릴게임 없고 고소·고발만 난무하는 집회 투쟁 일변도의 시민운동’을 질타해왔다.
이념이 아니라 이치를 따지는 것이 운동의 본령이라는 정성헌을 강원도 인제 DMZ 평화생명동산에서 만났다. ‘박정희는 공(功)이 더 큰 사람’이라고 해서 진보 진영을 경악시켰던 그는, 요즘 강군(强軍)에 꽂혀 있다. “병장 월급 200만원? 나쁜 짓이다. 인권? 중요하 바다이야기릴게임2 지. 그러나 군인은 강한 군대를 먼저 말해야 한다..”
◇ 군대는 ‘큰 사람’ 만드는 곳
-인제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했다. 날씨가 포근해져 속옷 한 벌만 입고 밭일을 한다.”
-전쟁으로 나라 안팎이 어렵다.
“이곳도 불 때고 밥 짓는 형편이 황금성사이트 나빠지기 시작했다. 가뭄이 겹칠까 걱정이다. 대지를 흠뻑 적실 봄비를 기다리고 있다.”
-12사단을 비롯해 인근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강연을 한다더라. 주제가 ‘강군의 길’이라고.
“강한 군대라야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
-당신은 평화주의자 아닌가?
“손자가 간파했듯, 싸 릴게임신천지 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강군은 보수의 언어인데.
“그렇잖아도 저 노인이 마침내 돌았다고 욕하는 운동권 후배들이 많다(웃음). 그런데 내가 말하는 강군은 ‘센 주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강군은 몸과 마음 모두 강인한 군인들을 길러내는 군대다. 심신 사이다쿨 이 튼튼하고, 넓고 깊게 알며, 인간관계도 지혜롭게 해나가는 군인이다. 18개월 복무기간이 그저 몸으로 때우고 지나가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군대가 학교가 돼야 한다는 뜻인가?
“무한 경쟁을 동력 삼은 학교 교육이 가정과 사회의 평화를 깨뜨린 지 오래다. 무기력한 공교육, 학부모의 탐욕이 자기 배만 채우고 남만 탓하는 소인배들을 길러내고 있다. 개혁이 아니라 개벽이 이뤄져야 할 만큼 심각하다. 군대에서만이라도 ‘큰 사람’ 되게 하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교육은 개인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정성헌은 DMZ 일대 소문난 농사꾼이다. 겨우내 쌓인 마른 낙엽을 갈퀴로 긁어 퇴비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어쩌다 강군에 꽂히셨나?
“DMZ 아래서 농사지으며 만나 온 영관급 장교들에게서 나는 지도자의 품격과 권위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군인은 그저 직업일 뿐, 줄을 잘 서거나 아무 사고 없이 진급하고 전역해서 연금 받고 편안히 살아가길 바라는 군인들이 대부분이더라.”
-계엄에 충격을 받으셨나?
“어느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병사들이 들어오면 한 명 한 명을 최고 군인으로 길러내기 위해 군대가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홍범도 장군상 가지고 쌈박질 하지 말고 군대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
-군대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나?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군사 훈련은 기본이고 인문, 과학기술, 적정기술 교육을 더해야 한다. ‘이순신’ 하나만 제대로 가르쳐도 성공이다. 국가가 해주는 최고의 교육과정이 되면 청년들이 오고 싶어하는 군대가 될 것이다.”
-18개월 동안 교육이 가능할까?
“군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
-병장 월급 200만원에도 반대하던데.
“포퓰리즘이다. 군대가 청년을 돈으로 사는 꼴이다. 열심히 훈련받고, 열심히 공부하는 병사들에게 차등으로 지급해야 한다.”
-군 복무를 억울해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래서 강연 중에 ‘큰 사람이 되자!’고 세 번씩 복창한다(웃음). 요사이 남녀 갈등이 심각한 모양인데, 나는 ‘양성 평등’보다 중요한 것이 ‘양성 공경’이라고 생각한다. 병사들에게 여성 혐오, 성희롱은 쩨쩨한 놈이나 하는 짓이라고 가르친다.”
-그래도 병사의 인권은 중요하다.
“물론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연병장에서 풀도 뽑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인권은 아니다. 부실 급식도 문제지만 급식 낭비도 문제다. 월급도 많고 휴대폰도 사용할 수 있으니 병사들이 급식을 안 먹고 시내에서 배달시켜 먹는다. 부대에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
2012년 민세상을 수상한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앞줄 왼쪽에서 셋째). /고운호 기자
◇ 박정희 밉다고 경부고속도로 안 타나
-DMZ 평화생명동산은 뭐 하는 곳인가?
“나무 심고, 유기농법으로 농사짓고, 태양광으로 밥 해먹는 마을이다.”
-평화, 생명, 통일에 관한 교육을 한다더라.
“내 운동의 출발은 가톨릭농민회인데, 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는 생명공동체 운동으로 대전환했다. 앞으로는 민주와 반민주가 아니라 생명과 반생명의 시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했던 김지하 선배와 생명운동을 본격화할 무렵 인제 군수 이승호, 강원 지사 김진선과 뜻이 맞아 첫 삽을 떴다. 진보인 김대중 정부와 보수인 한나라당 군수·지사가 협력해 탄생한 마을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DMZ의 역사와 생태계를 배우고 민통선과 최북단 고성의 바닷가에도 간다. 금강산 1만2천 봉우리 중 일부가 남한에 있다는 거 알고 있나? 하루 2시간 몸으로 일하며 농사도 지어본다. 천지인민.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한몸이란 사실을 느끼고 돌아간다.”
-어떤 사람들이 오나?
“유치원생부터 군인, 노인들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 107국에서 왔다. 스위스의 어느 중학생들은 세 번이나 다녀갔다.”
-시민운동가들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내가 잔소리를 많이 하니 안 온다(웃음).”
-진보 진영에 왜 그리 쓴소리를 하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운동가들이 정치권 똘마니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운동의 기본은 큰 사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간성이 틀려먹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박정희 때 세 번 구속되고도 문재인 정부 시절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맡았다.
“유신 독재는 나쁘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인 새마을운동은 근대화는 물론 경제 강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정희 밉다고 경부고속도로 안 탈 건가? 나는 과거에 매달리는 사람, 과거를 쉽게 없애려는 사람들을 모두 한심하게 본다.”
-취임 후 물갈이, 일명 ‘적폐 청산’을 하지 않은 것도 화제였다.
“나는 이념이 아니라 이치를 따지는 사람이다. 일만 잘하면 되지 내 편, 네 편을 왜 가리나. 세월호때 진도 팽목항에서 마지막 날까지 밥을 해댄 사람들이 새마을 부녀회원들이었다. 태안 앞바다에 유조선이 좌초됐을 때 기름을 걷어내러 달려온 사람 중 태반이 새마을운동 회원들이었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 ‘민세상’(2012년)을 받았다.
“산업화란 ‘밥 좀 먹자’는 것이고, 민주화란 ‘말 좀 하자는 것’이다. 민주화가 산업화를 촉진하고, 산업화가 민주화를 촉진했다. 그런데 왜들 싸우나?”
-남북통일 이전에 내부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했더라.
“인제에 역대 군수들이 있지만, 한자리에 모이는 걸 본 적이 없다. 문상을 가도 여당과 야당 인사들이 상을 따로 받더라.”
-정청래, 장동혁 등 여야의 수장들만 봐도 내부 통일은 요원해 보이는데.
“잘아서 그렇다. 좀스러워 그렇다. 돌아가신 정호경 신부가 인간의 욕망 중에 제일 질기고 더러운 것이 명예욕이라고 했다.”
정성헌 이사장이 교육생들과 함께 DMZ 평화생명동산을 둘러보며 설명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기후가 안보인 까닭
-식당 입구에 ‘만사지식일완(萬事知食一碗)’이라 적혀 있다.
“세상만사의 이치가 밥 한 그릇에 담겨 있다는 뜻이다. 평화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누군가에게 어떻게 밥을 지어내느냐에서 비롯된다.”
-밥이 맛있기로 소문 났다.
“이곳에서 자라는 모든 먹을거리에 비료, 농약을 쓰지 않은 지 21년 됐다. 농약을 안 쓰니 4년 만에 반딧불이가 나오고 7년이 지나자 구렁이가 나오더라.”
-기후가 안보라고 했던데.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네팔에 과거에 없던 호수가 천 개 이상 생겼다. 지구가 더 뜨거워지면 중국은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만주를 비롯해 북한의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일대가 침략의 위협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기후 위기가 평화를 해친다는 뜻인가?
“2년 전 경기 이천에서 배추 몇 포기 때문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폭염으로 배추 한 포기가 1만 5000원에서 2만 2000원까지 급등했을 때다. 나는 이 사건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기후 위기는 자연을 무너뜨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마저 붕괴시킬 것이다.”
-‘생명공동체로서의 통일론’에 대해서도 주장한다.
“정치·군사적 경계는 있지만 모든 바다는 연결돼 있고 생명체 또한 연결돼 있다. 지금 서해, 남해, 동해가 다 죽어가고 있다. 바다가 죽으면 육지도 죽는다. 남북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가 다 함께 맞닥뜨린 문제다. 통일에 관한 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 차례 암 투병을 했더라.
“술을 많이 먹어서(웃음).”
-병마와 싸우면서 생명 농업에 더욱 힘쓰게 된 걸까?
“인간과 우주 만물은 서로 연결돼 있고 다른 생명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풀과 벌레를 아끼는 것이 곧 나를 아끼는 것이다.”
-사람들이 당신을 ‘평화의 아버지’라고 한다.
“두 아들 이름이 평(平), 화(和)다(웃음).”
-이재명 대통령에게.
“싫은 소리 하는 사람 셋을 정기적으로 만나시라.”
-평화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은?
“나무 심고, 농사 짓고, 소비를 줄이고,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 오늘 약을 엄청 팔았다, 하하하!”
☞정성헌
1946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6·3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해 구속됐다. 가톨릭농민회,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우리밀살리기운동을 이끌었고, 남북강원도교류협력협회에서 활동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김지하와 생명운동을 주도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지냈다. 2012년 민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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