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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굳게 닫힌 남북 교류의 문이 열릴 수 있을까.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고 한국과의 대화 통로를 모두 차단했다. 우리의 노력만으로 교류의 물꼬를 틀기엔 한계가 있다. 이재명정부는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을 내세우며 대북교류 협력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협력으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할 과제는 적지 않다.

지지부진한 남북 관계의 ‘숨통’을 틔울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맞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예고된 가운데 방한 기간 북·미 접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에이펙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모멘텀으로 삼기 위한 한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민영주택 청약조건 오른 셈이다.
세계일보는 경주 에이펙을 경색 국면인 남북 관계의 ‘터닝 포인트’로 삼을 수 있을지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에 대해 대북 관계 전문가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4인의 의견을 듣고, 21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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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고유환 명예교수(이하 고) “여건, 환경, 타이밍 등을 보면 에이펙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건 없다. 북한이 거부하고 lh전세자금대출조건 있고, 북·미 사이에도 여러 경로로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이 있기 때문에 양국 모두 굳이 (우리 정부로) 우회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양무진 석좌교수(이하 양) “북·미 간 대화가 열린다면 남북 대화의 실마리도 마련될 것으로 본다. 다만 북·미 간 합의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북한의 반대로 한국이 ‘패싱’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단 한국은행 지원동기 합의가 이뤄지고, 본격적인 협상 단계에 들어서면 한국의 참여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
박원곤 교수(이하 박) “에이펙 기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유일하게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내년쯤이 될 북·미 대화다. 우리가 한·미 공조를 철저히 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남북 간 최소 수준의 소통이 될 수 상호저축은행이자비교 있는 수준까지는 일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 상황에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노선이 있기 때문에 그 노선이 바뀌지 않는 한 (대화가) 불가능하다.”




―어떤 형태의 교류 재개가 가능할까.

고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자’는 기조가 (북한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당분간은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교류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교류의 흔적조차 다 지워버리는 상황이다. 북·미 관계가 풀리고, 새로 조정될 때까지는 (교류 재개가 어렵다.)”
양 “관광 사업은 국제 제재 대상이 아니다. 개성공단에서 지급했던 근로자 임금 역시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의 여지를 모색할 수 있다. 결국 실무적 방안과 정치적 합의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정성장 부소장(이하 정) “교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셈법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 지금 북한은 남한과의 교류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다. 우리 정부는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하지만, 북한은 남한과의 교류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북·미 회담 시 한국 패싱 우려가 있는데.

고 “북한이 문재인정부 당시 (우리 정부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에 실망하고, 그 뒤에 적대적 두 국가로까지 규정한 상황이라 더는 한국을 통해서 (미국과의 대화로) 갈 일은 없을 것이다. 현 정부는 북·미 관계가 풀리면 한국이 그 과정에서 배제되더라도 우리로서는 나쁠 게 없고, 그것을 다시 남북 관계 복원의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코리아 패싱’은 상수다. 그래서 한·미 간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한·미 간 공조를 통해 최소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할 때 한국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은.

양 “북·미 간 대화 의제는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관계 정상화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협상 단계에서는 한국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자신을 ‘페이스메이커’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국은 북·미 간 합의 과정에서 비공식적인 조율자 역할을 수행한다. 협상 이전 단계에서 미국과 의제를 조율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감안하면 ‘코리아패싱’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정 “과거 노무현·문재인정부 때 실패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서는 안 된다. 인정하기 싫어도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폐기하고, 북핵 억제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적어도 일본 정도 수준의 핵 잠재력을 확보하고, 한·미 간 보다 전략적인 협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에이펙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려면.
정 “에이펙을 계기로 한국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 세계 평화를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에이펙이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참석하는 국가들과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양 “북·미 대화가 열릴 수 있는 여건을 지속해서 조성해야 한다. 또 한반도 문제를 중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과 같은 메시지가 나올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지난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종전 80주년 기념하는 열병식에 앞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부터)이 함께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중·러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고 “북·중·러 연대는 한·미·일 연대처럼 공고한 연대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이미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러·북에 얽매이는 게 국익에 맞지 않다고 보고, 그런 구도에 얽히기 싫어한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연출된 것이다. 북한은 원래 제재를 받고 굉장히 어려웠는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관세 전쟁 때문에 어느 때보다 좋은 외교적인 환경을 맞았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전략 경쟁 구도에서 현재 중국에 치우쳐져 있는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정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만 하더라도 대중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세력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본토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는 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 계속 대결 구도로 갈지 아니면 타협 구도로 갈지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에이펙을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관계는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실용외교’에 필요한 전략은.
고 “(현 국제질서가) ‘신냉전’이라는 구도가 (성립이) 안 되는 이유는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다. 지금은 가상화폐, 인공지능(AI) 관련 등으로 국경을 초월해 움직이는 행위자들이 있기 때문에 옛날처럼 단순한 생각과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고 정책을 펴선 안 된다. 아주 복잡한 연결망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 반도체·조선 등 한국이 주도하는 부분이 있다.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다. 한국도 몇 가지 분야에선 미국이 무시 못 할 상황에 들어가 있다. 여러 가지 좋은 여건을 살리면서 국익을 추구할 수 있는 ‘카드’가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박 “우리가 실용을 외침에도 불구하고 세계 질서는 자꾸만 나뉘어가고 있다. 진영을 이야기하고, ‘네 편이냐 내 편이냐’의 선택을 (강요한다.) 우리가 실용을 한다는 것은 선택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인데, 선택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놓고 바라봐야 한다.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유사 입장 국가(like minded countries)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강진·김세희·변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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