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로 잡힌 중공군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눈빛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중국 인민군의 대대장급 지휘관인 쉬광야오는 소설가가 꿈이었다. 중일전쟁과 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그는 제대하고 문학연구소에 가려 했지만, 촉망받던 군인인 그를 상부는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개인은 집단에 복종해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군의 거절 사유였다.
"인간은 자신의 이상에 따라 살고 자신을 기쁘게 할 만한 재주를 하나 익히면 그러한 일생에 만족해야 검증완료릴게임 한다. 가장 슬픈 것은 멍하니 살다 멍하니 죽고, 고통도 즐거움도 없는 삶이다."
일기에 쓰인 쉬광야오의 의지는 분명했다. 문학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건 별로 없었다. 군의 명령에 따라 그의 발걸음은 다시 한번 전쟁터로 향했다. 이번에는 머나먼 타국, 한반도를 향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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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서 식량배급하는 중공군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출간된 '중국 시민의 한국전쟁'(빨간소금)은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학술서다. 도쿄도립대 법학부의 천자오빈 교수가 일기, 공문서, 신문 등 기록을 찾아 당대 중국 바다이야기디시 시민들의 생각을 채집했다. 홍콩, 푸저우, 상하이, 톈진, 베이징, 창춘, 우한, 충칭, 청두, 타이베이 등의 도서관과 공공기관을 두루 돌아다니며 민중들이 남긴 기록을 뒤져 논문을 썼다. 저자는 기존에 발표한 논문 8편을 수정한 후 서론과 결론을 덧대 이 책을 내놨다.
책에 따르면 전쟁에 대한 중국 민초들의 감정은 양가적이었다. 혈기방장한 사이다쿨접속방법 대학생들은 전쟁에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반미'를 넘어 '항미'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냈다. 파병에도 적극적이었다. 허베이성의 한 대학생은 참전을 준비하며 밤늦게까지 체력을 단련했다. 칭화대 공산주의청년단원은 아침 일찍 국기 아래 모여 항미원조에 선서했다. "많은 학생이 조선으로 가 참전하겠다"며 군에 지원했다. 참전할 수 있는 나이의 하한선(16세) 골드몽릴게임 에도 미치지 못한 학생들은 공산 혁명 열기에 사로잡혀 부모를 속이고 참전하기도 했다. 참전을 "전 인류의 해방"이라는 공산주의 국제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젊은 층에선 팽배했다.



항복하는 중공군 [연합뉴스 자료]


그러나 다수의 생각은 혁명 열기에 취한 청년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전황을 살폈다. 시장은 이미 대중의 불안을 자양분 삼아 변동성을 키우고 있었다. 금값은 전쟁 전날인 6월 24일 1량(약 31.25ｇ)당 117만 위안에서 같은 달 30일 135만 위안으로 한 주 만에 33.3% 치솟았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시장에 확산하면서다. 베이징증권거래소 주가도 6월 24일 158만 위안에서 나흘만인 28일 97만6천 위안으로 뚝 떨어졌다.
물가도 앙등했다. 7월 12일 표백제 가격은 8일 전(7월 4일) 가격보다 48.2% 올랐고, 7월 20일 백설탕 가격은 약 한 달 전보다 83.3% 급등했다. 전쟁 당시 고위공무원이었던 쑹원빈은 8월 4일 일기에서 "돼지고기, 백설탕, 일용품은 일제히 올랐다. 매달 살림이 빠듯하다"고 썼다.



금 가격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상공업자는 "경기가 좀 살아난 지 겨우 반년밖에 안 되는데 또 전쟁이라니"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조선은 독립국으로 파병하면 내정 간섭이 된다"며 파병에 대놓고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신화통신은 당시 "한국전쟁을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지폐를 불신하며 식량을 사재기하고, 전쟁을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원자폭탄에 대한 공포도 컸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의 위력을 잊기에 5년이란 세월은 너무 짧았다, 한국전쟁이 세계대전으로 치달을 것이란 두려움도 전염병처럼 퍼졌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세계대전 소문은 "국민당 일당이 퍼뜨린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발 없는 소문은 천 리를 갔다. 제2차 세계대전이 9월에 시작했다는 사실을 들어 1950년 9월부터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풍문은 대륙 곳곳으로 확산했다. 페니실린, 폐렴 치료제 같은 약 가격과 함께 생필품 가격이 더욱더 치솟았다.



[빨간소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은 한국전쟁 발발 이후 한 달 반을 중심으로 그 앞뒤 8개월 동안 중국 시민들이 느끼고 겪었던 이야기를 담았다. 중일전쟁과 내전을 겪은 후 국제전까지 경험하게 된 중국의 다양한 계층, 즉 지식인·노동자·농민·상공업자·학생·장병과 그 가족들의 불안과 두려움, 고통과 트라우마, 의무감과 헛된 희망 등의 감정을 직시했다. 오직 산을 오르는 것만 알 뿐 그 앞에 이어질 내리막길의 길고 짧음을 헤아리지 않는 청년들의 이야기, 세계 대전이 벌어지면 중국의 대도시는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불안에 휩싸인 지식인들의 이야기, 전쟁이 촉발한 불경기를 헤쳐 나가고자 점이라도 쳐서 신의 뜻을 구하려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다양한 속살을 엿봤다.
저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맹국 또는 준 동맹국의 요청에 따라 군사력을 해외에 파병하면, 그 사회 내부에서 정치, 경제, 사회, 시민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박철현 옮김. 5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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