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사람들이 최근 피살당한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의 극우 세력이 최근 피살된 미국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순교자’로 추앙하며 결집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들’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3일 로마에서 열린 중도연합(UDC) 행사에서 찰리 커크의 죽음을 두고 “31살 청년이 자신의 신념을 용감하게 지켰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일을 기뻐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탈리아 좌파가 폭력을 축소하거나 정당화하는 풍토에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크는 지난 10일 미국 유타주 유타밸리대학에서 열린 토론 행사 중 피 월세복비계산법 격돼 숨졌고, 용의자인 22살 타일러 로빈슨은 11일 밤 체포됐다. 로빈슨의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11만명이 참여한 수십년만의 최대 규모 극우 시위에선 반이민과 함께 커크 추모가 집회의 주요한 축이었다. 시위 주동자 토미 로빈슨은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분의 삶을 기리고 우리은행 월복리 감사하겠다”며 커크를 기리는 영상을 상영했다. 일론 머스크는 화상 연설에서 커크의 죽음을 두고 좌파를 “살인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지도자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용의자가 체포되기도 전인 지난 11일 엑스에 “우리는 신앙과 자유의 진정한 수호자를 잃었다”며 “찰리 커크의 죽음은 진보자유주의 좌파가 벌인 국제적인 일반전세자금대출 금리 증오 캠페인의 결과”라고 공세를 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도 엑스에 “좌파의 비인간적인 언사와 불관용은 정치적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썼다. 유럽의회에서는 11일 극우 성향의 의원들이 커크를 기리기 위한 묵념을 요청했으나 규정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책상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커크 환승론이용 살해 이후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과 아프리카 남아공에서도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커크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 정치 세력 간의 연계는 주로 국제주의를 주창한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사이 원금균등 에 자유시장경제와 복지 축소라는 이념적 공통점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대감은 예외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따른 대규모 이민과 부의 불평등은 노동자 계층과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불만 세력을 만들어 냈고, 대서양 양안의 우파 정치 세력 사이에 국경을 뛰어넘는 전례 없는 이념적 융합을 일으키는 배경이 됐다.
이런 융합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세계의 젊은 남성 등 우파 지지층을 파고든 찰리 커크 같은 젊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가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실제로 커크는 지난 5월엔 영국, 이달에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우파 성향 정치 단체들을 연이어 만나며 트럼프주의를 설파했다. 커크가 설립한 단체 ‘터닝 포인트 유에스에이’(미국의 전환점)는 이미 2019년부터 영국 지부를 두고 활동해왔다.
폴리티코는 이런 흐름을 짚으며 “커크의 젊음과 열정은 적어도 보수적 시각에선 그를 현대의 잔 다르크로 만들었다”며 “국제적으로 가장 긴밀히 협력하는 서구 정당이 국경 폐쇄, 국제기관 탈퇴, 다문화주의 반대를 약속하는 민족주의 세력이라는 것은 우리 시대의 역설”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민족주의 세력은 한 젊은 미국 청년의 순교를 기리며 하나로 뭉칠 것”이라며 “그의 죽음은 세계 정치 각성의 촉매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