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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호관세 유예 시한 연장으로 3주의 협상 시간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한·미 정상회담 개최 시점이 불투명한 데다 취임 한 달여 만에 관세·방위비 등 ‘트럼프발(發) 청구서’가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오고 있어서다. 정상회담을 통한 ‘패키지 딜’을 추진하는 대통령실은 위성락 국가안보 원금균등상환 계산 실장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 정책실과 국가안보실 공동회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한 위 실장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위 실장은 귀국 직후 대통령실에서 한·미 고위급 면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대환대출 ‘관세협상 서한’에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압박까지 본격화하면서 대통령실과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무역·안보 협상을 ‘톱 다운’ 방식으로 일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양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회담 일정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기술 미국 내에는 통상 협상을 먼저 타결한 이후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위 실장 귀국 이후 정책실·국가안보실 공동회의를 통해 대응책을 협의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상호관세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 시점으로 명시한 8월 1일 전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갈아타기 까지 최대한 관세율을 낮춰 한국 기업들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분담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줄기차게 언급한 만큼, 내년 기준 약 1조5192억 원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9년 파산선고확인 첫 임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을 5년간 5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까지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당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1조389억 원의 약 5배 수준이었다.
교착 상태였던 양국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타결됐다. 기존 방위비 분담금에서 13.9% 인상된 10억 달러(약 1조1833억 원)였다. 향후 2025년까지 매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인상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합의했다.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올린 약 1조5192억 원으로 책정하고, 2030년까지 연간 인상률 5% 상한선을 둔 채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동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1년도 채 안 돼 트럼프 정부와 재협상이 불가피해졌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인상을 시사한 방위비 분담금은 미 국방부가 앞서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인상을 요구한 ‘국방비’와는 별도의 개념이다.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12차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양국이 합의한 제12차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나윤석·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