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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메가팩토리 약국에서 방문객들이 진열대를 살펴보고 있다. 평일 낮인데도 직장인의 하루 휴대폰으로 일일이 가격을 비교하고 저렴한 제품 위주로 쓸어담는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김지희 기자>



“구매하신 물품 다 해서 20만8000원입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메가팩토리 약국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의약품을 ‘쇼핑’하러 우리은행 고정금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이라는 별칭답게 다양한 의약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지상 5층짜리 건물을 전부 사용하지만 지금은 1층에서만 의약품을 판매중이다.
7~8명의 직원들이 계속해서 포장을 열고 진열대에 의약품을 채워 넣었지만 ‘유한비타민씨정’ 같은 인기 제품은 재고가 떨어지기도 했다. 계산대에서는 20만원, 3 30대 여자 0만원어치씩 결제한다는 소리도 종종 들렸다.
이 약국은 지난달 10일 문을 연 이후 계속 논란이 됐다. 지난 한 달 간 시중보다 저렴하고 제품이 다양하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많은 쇼핑객들이 몰렸다. 그러나 대한약사회 등 약사 단체를 중심으로 복약지도가 부실할 수 있고 약물 오남용도 우려된다는 반발이 나왔다. 온라인 약사 커뮤니티에 이 약국 은행 파업 약사들을 겨냥한 악플과 협박성 글이 올라오면서 해당 약국이 법적 대응까지 나선 상태다.
소비자들은 대체적로 만족하다는 반응이었지만 기대보다 아쉽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판교에 거주 중인 이정자(57세) 씨는 “일반 약국과 달리 눈치 보지 않고 오랜 시간 다양한 제품을 비교해볼 수 있고 실제 구매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 주택청약 1순위 고 말했다.
“직접 약의 성분과 함량을 비교해보고 구매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종로·남대문 일대 ‘성지 약국’과 가격차이가 없다.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를 못느끼겠다”는 고객들도 많았다.
운영 방식은 실제 창고형 마트와 유사하다. 대형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다니며 직접 약을 비교하고 담으면 된다. 430㎡(약 130평) 규모의 매장에는 건기식과 일반의약품 2500여 가지가 진열돼 있다. 감기약부터 해열진통제, 피부질환용제, 영양제를 비롯해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용 의약품까지 10여 개 코너로 구성됐다. 특히 반려동물 의약품은 시중에서 다양한 제품을 한 눈에 보기 어려운데,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동네 약국보다 5000원 비싸네” 이가탄 등 대용량만 판매하기도





메가팩토리 약국 주요의약품 가격



매장 안에서는 명찰이 달린 흰 가운을 입은 약사 2명이 소비자 질문에 응대하며 제품을 추천해준다. 한 소비자가 “고지혈증 약을 복용 중인데 영양제를 사려고 한다”고 묻자 약사가 몇 가지 추가 질문 후 한 두 가지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했다. 다만 매장의 손님 수 대비 약사가 적어 깊은 복약상담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다이소 건기식과 마찬가지로 3000~5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저가형 건기식도 있었다. GC녹십자 하루케어 브랜드의 비타민D(30캡슐) 제품이 3000원에, 오메가3(30캡슐) 제품은 5000원에 판매 중이다. 하루케어는 건기식 업체인 ‘네이처팩토리’가 GC녹십자 브랜드를 빌려 총판하는 건기식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브랜드다.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많은 가격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건기식과 상비약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는 정우진(62세) 씨는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좁은 주차공간 탓에 주차에만 4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며 “평소 종로 인근의 약국에서 영양제를 구입해 먹는데 이곳에서 오히려 더 비싸게 파는 제품도 있어서 전체적으로 멀리서 찾아올 정도의 큰 메리트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가팩토리에서는 일선 약국에서 7000원가량에 판매하는 박카스 1박스는 5700원으로, 타이레놀 500㎎ 제품은 500원가량 저렴한 2500원이었다. 반면 진통제 게보린(10정)의 경우 3300원, 스테디셀러 비타민 제품인 아로나민골드(100정)은 2만9000원으로 일반 약국과 비슷하거나 경우에 따라 더 비싼 편이었다.
비타민 ‘메가트루633’를 살펴보던 한 소비자는 “동네 약국에서 5000원 더 저렴하게 사서 먹었다”며 제품을 내려놓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5000원 미만의 제품은 동네 약국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고, 3~4만원 이상의 의약품을 구매해야 2000~3000원 안팎의 ‘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보였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제품들은 아예 대용량 제품만이 진열돼 있었다. 치질 치료제 치센과 잇몸병약 이가탄 등 유명 제품들은 180캡슐 제품만 구매할 수 있었다.
메가팩토리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약국 모델을 제시하면서 약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리다매 방식으로 약물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메가팩토리는 과거에 비해 의약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소비자들이 직접 의약품을 비교해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졌다는 점을 잘 겨냥해 만든 약국 모델”이라며 “다만 창고형 매장의 특성상 약물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